‘이응아! 우리 지난 번 도쿄 여행 때 엄청 높이 높이 있는 스카이트리 갔었던 거 기억나지? 우리나라에도 서울스카이가 생겼대. 우리 친구들이랑 같이 가 볼까?’

‘예~이!’

이렇게 하여 심봉사임당 단톡방 의견 수렴 과정이 시작되었다.

남편과 나는 멤버들이 선호하는 장소 2, 3개와 선호하는 날짜 2개를 추린 후, 심봉사임당 단톡방의 의견 수렴을 거쳐 다수결로 나들이 장소와 날짜를 정하는데, 이번 롯데타워 서울스카이는 아빠들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선정되었다.

서울에도 따끈따끈 핫한 관광명소가 생겼는데, 우리도 트렌드를 따라 한 번 가 보자는 것이었다.

이번 심봉사임당 나들이 장소는 롯데타워 서울스카이로 결정되었다. ⓒ은진슬

이번 나들이 역시 서울시 동아리지원사업 예산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는데, 만약 자부담으로 진행해야 했다면, 서울스카이의 ‘악’ 소리나게 비싼 입장료 탓에 마음먹고 아이들을 데려가기가 제법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서울시 동아리 지원사업이 있어 우리 같이 아직 법인화가 되지 않은 신생 단체로서는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안타깝지만, 결제 및 구매대행 시스템을 통한 예산 지원으로 생기는 문제가 하나 발생하여, 추후 개선을 위해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서울스카이 입장권 티켓팅을 사업 수행 대행기관에서 해야 하다 보니, 우리가 결제한 것에 대해서는 환불 및 재결제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관광지 및 박물관 입장권 구매 방식이 그렇듯, 롯데타워 서울스카이 역시, 장애인 요금제를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이 없었다.

이런 경우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장애인은 일반요금으로 우선 티켓을 구매한 후, 현장 발권시 복지카드 등의 장애인 증빙서류를 제시한 후에 결제했던 티켓을 환불했다가 장애인 요금으로 재결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티켓의 가치가 매우 희소하거나 경합성이 강한 경우, 장애인 요금을 적용 받기 위해 취소와 재결제를 하는 찰나의 시간 동안에라도 예매했던 티켓이 온라인이나 다른 부스에서 현장구매를 하는 사람들에게 판매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만의 하나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심봉사임당’과 같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섞인 단체나, 장애인과 비장애인 연인이 함께 멀리서 큰 맘 먹고 멋진 시간을 보내러 왔다가 일부는 입장하지 못하는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롯데타워 서울스카이 고객센터에 알리고, 문의를 했더니, 서울스카이에서도 환불과 재결제 사이에 그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

이런 문제의 개선 모델로, 내가 아이와 함께 자주 가는 집 근처 CGV 영화티켓 예매 시스템의 사례를 제안한다.

CGV 예매 사이트에서는, 장애인 요금으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선택 옵션이 있어, 그것을 선택하고 결제를 진행하여 티켓 구매를 확정한 다음, 현장 발권시에 장애인임을 증빙하지 못하는 경우에만 추가요금을 과금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하면, 위에서 언급된 문제로 내가 혹 입장하지 못할까, 모임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할까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게 된다.

이번 심봉사임당 나들이의 경우, 우리가 직접 티켓을 구매하지 못하니 환불도 불가능했던 상황인데다가, 단체의 모임이며, 미리 시간을 정해 아이들을 동반하고 모이기 때문에, 행사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이 5명이나 포함된 모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비장애인 요금으로 결제할 수밖에 없었다.

(아.깝.다.)

고객센터를 통해 개선 요청을 하긴 했는데, 반영될지는 모르겠다.

일본인 절친을 통해 조사해 본 결과, 스카이트리에서는, 내국인을 기준으로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일단 일반요금으로 예매해야 하는 것은 서울스카이와 동일하지만, 현장발권시 장애인요금을 적용 받기 위해 환불과 재결제를 하지 않고 당사자에게 현금으로 차액분을 지급해 준다고 한다. 적어도 이렇게 해 준다면, 내 티켓이 날아갈까 불안해 할 필요도 없고, 설사 외국인이라 해도 복잡한 절차 없이 바로 환급을 받을 수 있으니 훨씬 편리한 방식인 것 같다.

또한, 내가 작년에 스카이트리에 갔을 때, 영문 장애인증명서를 제시하며 혹시나 외국인이라도 장애인요금 체계 적응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물었었는데, 의외로 매우 쉽고 쿨하게 내국인 장애인 요금을 적용 받을 수 있었던 기분 좋은 경험이 떠오른다.

문득, 우리나라 주요 관광지에서는 외국 장애인 관광객들에게 이렇게 해 주는지 궁금해진다. 얼마 전, 캐나다로 출장을 갔던 남편 역시 내가 늘 여행시 국제장애인증명서를 갖고 다니는 것을 보고는 가져가 CN타워에 가서 국내 장애인요금 적용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는데, 역시 할인 적용을 받을 수 있어 함께 간 동료 직원들이 기뻐했다는 훈훈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앞으로, 롯데타워 서울스카이가 명실상부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랜드마크 관광지가 되기 위해서는, 장애인관광객들의 불편에도 귀 기울이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최근 미세먼지가 많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맑은 날씨여서 서울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 ⓒ은진슬

이번 나들이는, 실내활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환상적인 500미터 상공 서울스카이에서 내려다보는 멋진 서울의 전망이라 해도, 미세먼지가 심하면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돈도 너무너무 아깝다는 후기들을 장소 조사를 하면서 많이 보았기 때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토요일인 20일에는, 약간의 구름이 있긴 했어도 미세먼지도 없는 맑은 하늘이어서, 아찔하게 높은 곳에서 멋진 서울의 전경을 감상하는 데에 좋은 조건이었다.

다같이 서울스카이 전망대 입장!!. ⓒ은진슬

오전 11시, 잠실역 2번 출구에서 세 가족이 만나 입장을 위한 발권을 진행한 후, 서울스카이로 입장했다. 1분이면 500미터를 슝 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올라가는 스카이셔틀을 타기 전, 공항검색대를 통과하는 것과 유사한 보안 검색을 받았다.

아무래도, 높이가 워낙 높아 테러나 각종 사고 등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일행 중 한 아이가 가지고 있던 아주 작은 손가락만한 총이 문제가 되어 두고 올라가게 되었다.

스카이셔틀을 타고 올라가는 동안 전광판을 통해 서울스카이관련 영상을 보여준다. ⓒ은진슬

스카이셔틀을 타고 눈 깜짝할 새 지하 1층에서 지상 118층까지 쓩 하고 올라갔다. 도쿄에서 스카이트리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는 제법 귀가 먹먹했었는데, 그 사이 기술이 더 발전했는지 귀조차 별로 불편하지 않아 신기했다.

118층에 내리니 사방이 확 트인 전망대가 시원한 파노라마뷰를 자랑하며 우리를 반겨 주었다.

토요일이라 사람이 너무 많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는데, 아직 오전 시간이고 시간당 입장객도 제한하여 받다 보니 그렇게 북적이지는 않았다.

118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전망이 어떠냐 하면… 글쎄? 시각장애인인 내게 있어, 이 멋진 전경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저 저게 강인가? 저 레고블록 같은 네모들이 건물인가? 저 쪼꼬만 레고블록이 왜 그렇게 비싼 걸까? …

아이들에게는 새롭고 신선한 경관이기를 바라며, 어찌 보면, 우리 시각장애 부모들에게는 별다른 감응이 오지 않는 그래픽 영상과도 같은 전망을 감상했다.

그런데,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아이들이 금방 흥미를 잃는 것 같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우연히도 이번에 참여한 아이들 모두가 혈기왕성한 남자아이들인데다가, 우리도 늘 체험형 나들이를 해 왔기 때문에, 뭔가를 정적으로 관람하고 감상한다는 것이 재미없을 수도 있겠다 납득이 가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곳곳에 설치된 QR코드 사진촬영 스팟에서 티켓의 QR코드를 대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유리로 되어 있어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공간에서 가족사진. ⓒ은진슬

어느 전망대에나 빠지지 않는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는 아찔한 공간.

스카이데크에 올라가 사진을 찍으며 아이들의 관심을 유도했지만, 너무 높아 뷰가 비현실적이어서 그런지 무서워하지도, 크게 흥미를 보이지도 않는 것 같아 데려온 부모 입장에서는 좀 실망스러웠다.

그래. 이런 데 오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에서 쓰일 사진 남기는 게 최고지. 남는 건 사진 뿐, 이렇게 생각하며 열심히 사진을 남기는 일에 집중했다.

한 층 더 올라가니 스카이테라스가 있었다. 3면이 뚫려 있는 테라스 형태라 바람이 피부로 느껴져서인지 매우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이 좀 더 실감나는 듯도 했다.

우리는 여기서 단체사진을 한 컷 찍었다.

심봉사임당 서울스카이 나들이 기념 단체사진. ⓒ은진슬

아이들의 지루함이 절정에 달하는 것 같아 우리는 이쯤에서 관람을 마무리하고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근처 롯데리아로 가서 간단히 햄버거를 먹었다. 원래 일정은 점심을 먹고 헤어지기로 했지만, 부모들은 아무래도 뭔가 다른 대안을 모색하여 이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을 만족시켜 주고 들어가야 할 것 같다는 데에 공감을 표시했다. 물론, 꼼꼼한 우리에게는 이럴 때를 대비하여 미리 마련해 둔 대안이 있었다. 근처 올림픽공원까지 걸어가 호돌이 열차를 타고 신나게 뛰어 노는 것.

날씨가 덥긴 했지만, 미세먼지도 없고 놀기에 좋은 날이었다. 올림픽 공원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반려동물과 함께 나온 가족, 인라인을 배우는 아이들, RC카를 가지고 나와 노는 아이들…

아! 그런데, 네 명에서 여섯 명의 사람들이 탈 수 있는 자전거들이 보였다. 우리도 타자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고, 아이들은 생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4인용 자전거 한 대를 빌려 먼저 집에 간 가족 외에 두 가족들의 아이들 셋과 아빠 한 분이 탔는데, 아이들이 갑자기 신이 나서 너무 좋아하고, 아빠마저 힘들지만 재미있다고 하셔서 본격적으로 6인용 자전거 두 대를 빌려 공원 한 바퀴를 돌기로 했다.

자전거를 기다리는 동안, 오늘 특별히 우리와 자원봉사자로 함께 해 준 나의 PPT 작업 Assistant 친구가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아 주었다. 전망대 관람 때에도 너무너무 아이들을 잘 돌봐 주고, 잘 놀아 주어 부모들이 무척이나 고마워하고 뿌듯해 했었는데…

체력까지 출중하다니…

사실, 시각장애 부모들이 어린 아이들과 나들이를 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은, 설사 저시력이라 해도, 아이들을 일정한 시야에 두고 보면서 상황을 인지하고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항상 아이들을 근거리에서 언어로 잔소리를 하며 통제하게 되고, 아이들이 시야에서 벗어날까, 혹시나 위험한 상황이 생길까 노심초사하며 다니다 보니, 심봉사임당 나들이 한 번 마치면 신경줄이 너덜너덜 녹초가 되어 버리기 일쑤다.

그런데, 장애 특성이나 우리 모임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늘 내 칼럼이나 블로그 자료 편집을 위해 심봉사임당 활동들을 자기 일 들여다 보듯 훤히 아는 친구인데다가,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함께 놀고 다루는 솜씨 또한 예술의 경지여서, 나들이 내내 부모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항상 우리 모임 후기 편집하면서, 자신도 기회가 되면 꼭 참여하고 싶으니 불러달라고 이야기를 해 왔었지만, 내가 부탁하는 일도 이미 많고, 자신의 일도 있는 친구라 미안해서 부르지 않다가, 다음 날 우리 가족여행 일정이 있어 남편과 내가 여기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는 것이 부담스러워 조심스레 부탁을 했던 것이었다.

확실히 봉사자가 있으니, 우리 부모들의 에너지 소모가 훨씬 줄고, 아이들도 본의 아닌 잔소리와 통제를 덜 받게 되니 모두가 좀 더 즐겁고 편안하며 행복한 나들이가 될 수 있어, 행사 진행 하는 입장에서 더더욱 고맙고 고마웠다.

가족 중심의 단란하고 개인적인 분위기, 복지관 행사들과의 차별성과 자율성을 담보하기 위해, 조금 더 힘들더라도 일부러 자원봉사자를 구하지 않고 나들이를 진행해 왔었는데, 우리 모임의 성격과 지향성, 장애 특성을 잘 이해하며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봉사자로서 함께 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칼럼을 빌어, 아이들과 우리들을 모두 즐겁고 행복하게 해 준 친구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드디어 6인용 자전거 두 대를 타고 공원 한 바퀴 돌 시간.

운동부족에 저질체력인 나는 페달을 밟는 내내 헉헉거리며 생각했다. 애만 아니면 내가 이 뻘짓은 안 한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너무 신나하고 행복해 했다. 뭐, 그럼 된거다. 그런 게 부모니까.

30분간 자전거를 타고 공원 한 바퀴를 돈 아이들은, 아직도 아쉬워하며 자전거에서 내렸다.

(난 하나도 안 아쉽거든!)

이렇게 하여 오늘의 즐거웠던 나들이는 끝이 났다.

아이들과 헤어지면서 아쉬워하며 누나가 나누어 준 서울스카이 기념 연필과 초콜릿 하나에 아이들은 더욱 더 행복했다. 우리 부모 역시 조금이라도 아이들과 더 친해지고 함께하고 싶어하는 친구의 진심 어린 예쁜 마음이 느껴져 너무너무 고맙고 마음까지 따뜻해 졌다.

모쪼록 이번 나들이 역시 아이들의 예쁜 마음 속 즐거운 추억으로 소중히 기억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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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슬 칼럼리스트 세상이 너무 궁금했던 나머지 7개월 만에 급하게 세상 밖으로 나오는 바람에 시각장애와 평생의 불편한(?) 친구 사이가 되었습니다. 언어로 연주하고,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20년 정도 피아노와 뜨거운 사랑을 했지만 첫사랑은 대게 이루어지지 않듯 그 사랑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새로운 사랑을 찾아 헤매던 끝에 지금은 장애, 음악, 보조공학 등에 관련된 글을 쓰고 번역도 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학교, 기업체 등에 찾아가 장애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러(storyteller) 역할도 하고 있지요. 가끔은 강의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피아노 앞에 앉기도 한답니다. 다섯 살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저는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서는 장애와 다름이 좀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글을 쓰고, 강의를 하며, 연주도 하고 있습니다. 눈이 나쁜 대신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더 예민하고, 커피와 독서,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다섯살 아이 엄마가 들려 드리는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아이 키우는 이야기 한 번 들어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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