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가진 전국부모연대와 문재인 대통령 후보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 김용익 정책 본부장이 협약한 발달장애인 복지분야 정책 협약서. ⓒ서인환

장애인단체들에게 대선은 장애인정책의 발전을 약속받을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연대를 구성하여 공약을 제안하기도 하고, 지지를 통하여 힘을 보태면서 공약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지지하고 있거나 정치적 성향을 같이 하는 단체장의 성향을 따라 지지하기도 하지만 공약의 경중을 따져 지지와 표를 담보로 공약을 요구하기도 한다.

연대 단체로서의 공약 제안은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부양의무제 폐지나 장애인 연금 상향조정 등은 후보자들의 공통 공약으로 끌어내었고, 장애인 정책에서 주요 이슈가 되는 공약들은 상당히 진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의 상설화 등 과거 공약에서의 미성취된 공약들이 최근 이슈들로 바꾸어져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일관된 지속적 요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약들은 특정 단체의 요구만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전 정부에서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공약하였으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몇 년 동안 기다려야 했고, 집권 말기에도 완전한 폐지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공약의 미준수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대선의 공약도 과연 지켜질 것인지는 의문이다.

장애인 예산 확충과 같은 공약은 자연적 증가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자연적 증가로 인한 확충으로도 공약을 지켰다고 주장할 수 있어 어느 부분에서 어느 수준으로 확충할 것인지는 공약 이행의 판단 기준이나 측정 가능한 평가 기준 자체가 제시되지 않은 공약이다.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 모두 부양의무제 폐지를 공약한 것이므로 완전한 폐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부양의무제로 인한 선별적 복지는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문 후보는 OECD 평균의 장애인 예산을 언급하면서 확대를 공약하였으나, 어느 수준의 확대인지는 알 수가 없고, 안 후보의 경우는 OECD 수준과 동일한 확대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유승민 후보의 경우 장애인 연금의 대상을 확대한다고 하였고, 안 후보는 금액을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홍준표 후보의 경우 8만원 추가 인상을 공약하였다. 문 후보는 구체적 금액은 정하지 않았지만, 예산 확충의 방안으로 어느 정도의 인상은 기대된다.

진보적 정책을 내세우는 정당은 장애인 공약에서도 탈시설 정책 수립 등의 공약을 하고 있으며, 보수적 성향을 가진 정당에서는 주거권 보장 등의 단어로 보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가장 진보적 성향을 보이는 정책들은 심상정 후보측이라 할 수 있다.

4월 27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가진 전국부모연대와 문재인 대통령 후보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 김용익 정책 본부장이 협약한 발달장애인 교육분야 정책 협약서. ⓒ서인환

문제는 공약이 진보적일수록 당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문제이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전 정부에서 공약한 것을 지켜 달라는 요구에 대해 당선은 되지 않았어도 최선을 다 한다는 응답보다는 집권의 힘을 주면 가능하나 그렇지 않으면 상대 당의 반대 탓으로 공약을 지키지 못하니 힘을 달라는 요구만 했었다.

대선캠프를 통하여 장애 유형별 공약을 받아내기 위한 활동도 매우 활발한데, 시각장애인연합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뇌병변이나 척수장애인 관련 단체나 희귀질환 장애인 단체 등의 활동이 돋보인다.

장애인단체들은 공약을 확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정당이나 후보들은 지지와 표를 달라고 한다. 진보적 성향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당선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는 점에서 장애인 단체들의 정책 제안 활동이 가장 활발한 교섭상대가 되고 있는데, 과거는 표가 우선이지만 지금은 집권 후 공약의 이행이 부담이 되는지, 지킬 수 없는 공약은 집권에 부담이 되므로 함부로 약속을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5월 2일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하였으나, 태극기부대에 밀려 국회 도서관으로 옮겨 지지선언을 하고 있는 기자회견 모습. ⓒ서인환

그러니 어떤 후보측은 먼저 소신으로 공약을 찾아 발표를 하기도 하고, 어떤 후보측은 현재의 장애계 이슈들을 백화점식으로 모아 나열을 하면서도 구체적 약속은 하지 않고 노력한다거나 확충을 한다는 식의 모호하고 구체성은 없으면서 구색은 갖추는 식의 공약을 발표하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대형 연대단체가 아닌 개별 단체의 경우 장애 유형에 맞는 공약을 받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대선 후보측에서는 대형 연대단체에는 먼저 공약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차후 지지를 요청하는 반면, 유형별 단체의 경우에는 먼저 지지를 요구하면서 차후 공약을 수용하되 구체성을 축소시켜 받아주고 있다. 갑과 을이 서로 바뀐 현상이다.

이러니 개별적 단체들은 더욱 마음이 급하여져서 지지의 인원수를 늘리고 기자회견을 통해 지지선언을 하고, 공약이 아닌 협약의 형식을 빌려 행사를 하게 되고, 그 협약은 일종의 MOU와 같아서 책임성이 미약하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구체적으로 논의해 나갈 회의구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를 비추어 보면, 회의구조는 논의의 연장이지 약속 이행의 구체화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서 안 후보측에 요구한 발달장애인 공약을 살펴보면, 보호수당 신설, 주간활동서비스 확대와 활동보조 서비스 확대 발달장애인 재활 서비스 월 30만원으로 인상, 부모 동료상담과 가족지원, 양육 정보 시스템 구축 등이었다.

그리고 문 후보측과 이끌어 낸 협약서를 보면, 이러한 목표를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것이지, 약속을 한 것은 사실상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좀 더 확실한 약속을 얻어내기 위하여 10만 이상의 연판장의 지지성명을 준비했지만 더 이상의 확실한 공약으로 이끌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4월 27일 오후 3시 국회 원내대표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복지 분야 외에 교육 분야로 나누어 협약을 한 문서에서도 적극 노력한다는 의미만 담고 있고, 어느 수준으로 책임을 진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가 없다. 답답한 측에서 먼저 구애를 하는 양상이다.

10만 부모들의 염원을 이용하여 오히려 지지로 이끌어 내면서도 어떤 약속도 확실한 것을 피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집권이 예상되는 입장에서의 몸조심은 정치인으로서의 입장일 뿐, 진정한 이해와 동조나 책임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부모들의 지지입장을 통하여 추가적으로 얻어낸 것이 구체화를 논의할 조직의 구성을 제안한 것인데, 5월 2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와 장애인가족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임원진을 구성하였다.

그런데 이 조직은 선대위와의 약속이므로 선대위는 선거가 끝나면 해체할 조직이라는 점에서 이 조직이 지속될 것인가에 대하여 의문을 가질 수도 있고, 당이나 당선자가 이 조직을 장기화하여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이 조직에서 공약을 구체화하는 것은 장기적 논의의 장만 열렸을 뿐, 절차적 공약이지, 정책 이행의 공약은 아니라는 버티기가 일어날 경우 논의의 장은 난항을 거듭할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하겠다.

논의 구조의 마련에 앞서 목표나 원칙은 확실하게 정하였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미련이 남지만, 노력한다는 약속만 하고 그 노력의 방식에서 구체적인 것은 차후에 하되 그 논의 조직은 약속한다는 정도에서라도 만족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마음을 줄듯하면서 사실은 의지가 없으면서 당장은 표를 의식해 한 형식적 약속이었는지는 두고 볼 문제이다.

만약 충족할 만한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전국 부모들의 거센 저항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표로써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투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일은 어느 정도 예상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노력한다는 공약이지만 진정성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4월 27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전국부모연대 윤종슐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 후보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 김용익 정책 본부장이 정책협약을 하는 모습. ⓒ서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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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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