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질환으로 임산부와 영아의 폐에 문제가 생겨 사망하는 사건이 자주 발생하였다. 원인을 찾을 수 없어, 이에 대한 대응도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영유아를 비롯하여 78명이 사망하였다.

늦게나마 병원과 정부의 전수조사가 이루어졌고, 가습기 살균제의 살균성분 중 액체가 기체화되면서 독성으로 변해, 폐질환을 발생시켰다고 발표되었다.

가습기 살균제를 생산하던 업체는 제품으로 인해 생명 또는 신체에 가해지는 위험성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고 제품을 중지하지 않고 계속 판매하였다.

오히려 인체에 무해하다며 연구결과를 조작하고 홍보・판매를 계속해왔다. 이 때문에 정부에 신고한 피해자가 1천 112명에 달한다.

이러한 비윤리적인 기업을 벌하고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손해를 배상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은 사람이 있는 경우 그 손해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손해배상제도는 ‘전보적 손해배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전보적 손해배상’이란 다른 사람의 과실이나 고의로 손해가 발생하였을 때, 발생한 손해액만큼만 보상하는 손해배상제도를 말한다.

즉, 사람이 길을 가다가 누군가에 의해 손에 있던 휴대폰을 놓쳐 휴대폰 액정이 깨졌다고 가정한다면, 휴대폰을 깨지게 한 사람이 휴대폰액정 값만을 보상하면 된다.

이와 달리, ‘징벌적 손해배상’은 피해자에게 손해를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계속해 불법행위를 한 것에 대한 처벌한다는 의미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한다.

이 제도는 실제 피해자가 입은 손해보다 3~4배가량 높은 금액을 보상하게 되는 손해배상제도이다. 주로 영국과 미국에서 사용되며, 우리나라는 매우 제한적으로 도입됐다.

장애계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될 당시 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권리구제 수단의 하나로써 징벌적 손해배상의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제도의 도입은 무산되었다. 이에 정부가 밝힌 이유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은 법체계를 바꾸는 중대한 작업으로 여겨져 무리가 된다고 전했다.

올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되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10년 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고용, 소득, 의료 보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여 장애인의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제도적 도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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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칼럼리스트 법학을 전공하고 법학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장애인 관련해 10여 가지의 법들이 존재합니다. 법은 존재하지만 상황에 맞게 해석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알면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지만, 모르면 두려움의 대상이 바로 법입니다. 법이라는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을 장애인 문제와 함께 풀어나갈 수 있도록 쉬운 칼럼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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