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청년들의 고민은 여느 청년과 다르지 않다. 그들도 평범한 청년들처럼 그 시기에 하고 싶은 것과 꿈꾸는 것을 갈망한다. 그런데 장애 청년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세상 넋두리는 좀 다르다.

장애 대학생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대학생으로서 학습과 취업에 대한 고민, 그리고 꿈과 취업에 대한 고민이 많다. 조별 발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중간고사 기간을 걱정하며, 취업 준비로 토익시험 공부에 매진하기도 한다. 장애 대학생 역시 여느 대학생들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조금 더 뜯어보면 금방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학기 초 마다 점자 수업 교재를 구하지 못해 수업 진도를 놓치는 시각 장애 학생의 이야기도 들린다. 취업을 앞둔 3학년 2학기, 인턴쉽에 도전했지만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전공과 무관한 행정보조로 시간을 허비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연구실에서 선배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몰라 늘 뒤처지고 혼난다는 이공계 전공 청각 장애 학생의 고충도 들린다. 이들은 대학이라는 환경 속에서 미묘한 장벽과 차별을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학교를 벗어나 자신들이 직면하게 될 난관을 생각하면 걱정이 되어 미리 한숨부터 나온다고 한다.

물론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한 장애 청년이라고 고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시적으로 장애가 드러나지 않는 청각장애 청년 A씨는 일터에서 자신에게 전화업무를 맡긴 상사가 야속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실력을 인정받지 못할까봐 전화업무에 최선을 다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발음이 왜 그렇냐. 똑바로 말해라’, ‘말을 왜 그렇게 하냐. 못 알아 듣잖아’라는 비난의 화살뿐이었다며 해결책을 찾을 수 없어 괴롭다 했다.

지체장애 청년 B씨는 자신의 장애가 인사 고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일찌감치 승진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장애 청년 C씨는 정규직 전환 시기에 혹여 일자리를 잃을까 정규직을 요구하지 못하고 기업이 제시한 무기계약직 노동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부당한 것을 알아도 자신의 장애가 더 큰 걸림돌이 될까 쓴 독약을 삼키듯 손해를 감수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노동 조건만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 동료를 바라보는 사내 문화도 문제가 있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지체장애 청년 D씨는 휠체어로 갈 수 없는 지하 회식장소에 오라는 상사의 태도에 화가 났다고 한다. 회식에 참여하라는 말과 함께 회식 장소에 알아서 오라는 상사의 언행이 차별과 배제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두 명의 여성 장애 청년은 이중적 차별을 경험했다. 공기업에 취업했던 E씨는 남성중심 문화에서 여성 장애인은 동료가 아닌 돌봄의 대상으로 치부되었다며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조직 문화 때문에 사표를 썼다고 한다. 그리고 장애인 단체에서 근무하는 F씨는 장애인 상사가 세대 차별적 발언과 성희롱·여성비하 발언을 일삼는 모습에 매우 불쾌함을 느꼈다고 한다.

장애 청년의 이슈는 청년과 장애인이 경험하는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의 문제는 학교와 일터에서 구조적으로만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을 여전히 비성숙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가족과 주변,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하고 있다.

청년이 미래라는 말이 있다. 달리 표현하면, 청년이 무너지면 미래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 청년은 부모보다 더 가난한 세대이며, 바늘구멍보다 더 좁은 취업의 문턱을 넘기 위해 끝도 없는 경쟁을 하고 있다.

그 속에서 장애청년은 더 혹독하게 자신들을 채찍질 하고 있다. 이제 젊음 하나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산업성장기가 멈추면서 그런 시대는 애초에 끝난 지 오래다. ‘내가 젊었을 때는 말이야~’라는 구전은 이제 동화책에서나 보게 될 것이다. 이것이 청년이 마주한 현실이고, 장애청년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사회가 청년의 전문성과 독창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꿈이 있는 청년에게 기회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 기회는 장애청년에게도 필요하다. 장애 청년에게도 그들이 가진 작은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기회는 오늘날의 장애청년 뿐만 아니라 미래의 청년이 될 장애 청소년과 장애 아동들에게도 좋은 로드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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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서윤 칼럼리스트 KBS 최초 여성장애인 앵커로 활동했으며, 2016년 장애인 여행 에세이 <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를 출간하여 장애인 관광에 대한 대중 인식 변화를 이끌었고 현재 장애인을 비롯한 ‘모두를 위한 관광(Tourism for All)’ 발전을 위해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장애인은 왜 트렌드세터(Trend Setter: 유행 선도자)나 힙스터(Hipster: 유행을 쫓는 자)가 될 수 없는지 그 궁금증에서 출발해, 장애 당사자로서 장애 청년 세대의 라이프와 문화에 새로운 인식과 변화를 재조명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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