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엑세서사의 네오브레일 점자정보단말기. ⓒ서인환

2002년도 힘스인터네셔널사에서 ‘한소네’라는 점자정보단말기를 국내에서 개발하고자 할 때에 아이디어를 믿고 투자한 윤양택 사장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당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사무총장으로 있던 필자는 제품을 국산화한다는 데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응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들은 처음 나온 제품의 완성도가 높지 않은 데다가 각종 버그가 있었고, 배터리가 안정되지 않아 기록한 문서가 통째로 날아가 버리는 등의 일이 발생하자 나에게 왜 특정 회사의 편을 드느냐며 항의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 국내에는 시각장애인 보조기기를 개발하는 회사는 유일하였고,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15년이 지난 지금은 국제시장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고, 시각장애인들의 필수품이 되었다.

그 이후 보이스아이라는 회사가 창업되어 저시력 독서기나 음성바코드 기술이 개발되었고, 법적으로 음성 바코드가 의무적으로 문서나 제품설명서에 부착되도록 많은 노력을 하였으나, 보급은 어느 정도 되긴 했으나 회사로서 안정된 수익이 생기거나 음성바코드가 일반화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 이후 여러 회사들이 창업되고 보조기기 개발이나 판매가 시도되었으나 국가의 보조기기 보급지원이나 시각장애인의 경제적 어려움 등의 문제로 시장은 활성화되지 못하였고, 보조기기 산업의 길은 고생길이 되었다. 최근 한 방송사의 창업경진대회에서 점자시계형 정보단말기가 개발되어 각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사전 수출 계약도 체결되어 신성장 산업으로 발전하기도 하였다.

2011년 네오엑세서사가 창업되자 필자는 또 여러 사람 고생길이 열렸다고 생각했다. 대표를 맡은 시각장애인 노영관 씨는 대학 보험금융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였고, 대학원에서도 성균관대학교 MBA과정으로 경영학을 전공한 자였다.

한때 보험 에이젠시를 하였는데, 시각장애인 보조기기 회사를 차렸다고 하니 허황된 꿈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찬물을 뿌리고 용기를 꺾을 수는 없었다.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다. 엑스비전사에서 센서리더, 힘스인터네셔널사의 한소네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한 기술 등 이미 각종 기술을 축적하고 있어 후발자로서 성공할지가 의문이었다.

먼저 네오엑세스사는 자석의 원리로 점이 돌출되는 방식인 솔레노이드가 아닌 피에조(세라믹)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전기적 자극에 의해 돌출되는 점이 자석의 원리와는 다르지만, 소형화하고 적은 공간에 다양한 다른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처음에는 돌출된 점이 고르지 않아 문제가 되었으나 이는 수작업으로 정교하지 않아 대량생산에서의 기술의 생산방식으로 이 문제는 해결되었다.

피에조 세라믹 방식으로 바뀌자 작은 점의 셀에 터치센서를 부착할 수 있었다. 터치센서 기술은 돌출된 셀에 부착된 것으로 손의 위치를 감지하여 오토 스크롤로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술을 가능하게 하였고, 손으로 점자를 읽으면 자동으로 줄을 바꾸어 주는 것이 가능해졌다. 손의 위치를 감지하여 자동으로 커서가 이동하여 문서를 편집할 수도 있게 되었다.

네오브레일은 주변기기와의 통신에서 획기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스마트폰의 통신인 LTE, 블루투스, 와이파이를 이용하여 서버와 연결이 가능하고, 각종 주변기기와 인터넷, 음성점자도서관 등과도 통신이 가능하다.

아마존에서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는 알렉사(인공지능 음성비서 AI)는 에코 스피커(KT의 기가지니, SK의 ‘누구’ 등에서도 유사한 기술 구현되고 있음)와 같은 음성명령과 검색 기능이 가능한데, 네오브레일은 알렉사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서버기반으로 음성으로 명령을 하면 서버로 스케일 호출 명령이 전달되어 기능이 활성화된다. 예를 들면, 콜택시를 호출할 수도 있고, 피자 주문도 가능하다.

네오브레일에서 음성으로 명령을 하면 예를 들면, ‘요즘 베스트셀러가 뭐지?’라든가, ‘주인공 심청이가 나오는 소설이 뭐였지?’ 등의 명령을 통해 도서를 검색하고, 그 도서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최근 대선 후보자 지지율이 어떻게 되는지 등 현재 1만여 개의 질문이나 명령에 응답이 가능하다.

노영관 대표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엔지니어 퇴직자를 영입하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였고, 보이스아이 회사의 시각장애인 보조공학 전문 기술개발자들의 영입으로 기술적 안정을 해결할 수 있었다. 재정적으로는 한국정보화진흥원의 기술개발의 지원을 받기도 하였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보조기기 개발지원을 받기도 하였다.

한소네가 초기 3년간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적 문제점이 안정화되는 데 소요된 점을 감안하면 많은 시행착오와 제품의 안정화에는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제 그 기간은 어느 정도 지나가고 인기 있는 점자음성 정보단말기로 시각장애인들에게 인기를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7 CSUN 장애인 보조공학 전시회에서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음성비서 기능을 탑재한 시각장애인용 점자단말기 네오브레일을 선보였다. 한국의 네오블레일이 알렉사를 탑제한 것이다. 가슴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날씨와 시간, 일정을 알려주고, 음악, 오디오북(Audible.com), 킨들북, 우버, 도미노피자 등 많은 서비스(Skill)를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네오엑세스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고급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북쉐어(www.bookshare.org)와 공동으로 알렉사 Skill 개발에 합의하고 착수에 들어갔다. 북쉐어는 전 세계 여러 국립 도서관과 콘텐츠를 제공 제휴를 맺어, 사용자들이 50만권 이상의 다양한 종류의 도서를 활용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용 온라인 도서관이다.

네오엑세스 노영관 대표는 향후 보조공학기술(Assistive Technology)의 경쟁력은 보다 주요한 핵심기술을 연구하여 이슈를 선도하고, 범용 제품과의 기술 격차를 없애는 것이라고 말한다.

네오브레일에는 음성메모 기능도 잇으며,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점자 쿼티 키보드와 퍼킨스 점자 키보드 사용이 가능하며, 점역 프로그램 점돌이를 탑제한 32셀 점자디스플레이 방식이다.

네오엑세스사는 네오브레일 외에도 리드이지 무브(시각장애인 OCR 독서기), 줌텍스트 퓨전(PC용 화면 확대 프로그램), 팡구 8 HD(최소형 휴대용 전자 확대 독서기), 비지오북 HD(탁상용 전자독서 확대기), 스노우, 오르라 HD(휴대용 독서 확대기), 인터포인터 55(초고속 점자프린트기), 리니오 포켓(시각장애인용 문서나 도서인 데이지 독서기) 등도 시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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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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