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3월초에 갑자기 생긴 척수인생과의 끈질긴 악연인 욕창 때문에 고초를 겪었다. 2주간 침대에 누워 대소변처리 및 식사까지 해야 하는 고행생활을 했다.

척수장애인 치고 욕창 때문에 한두 번 큰 수술을 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초기에는 잘 몰라서 욕창에 걸리고 나중에는 잘 알아도 척수장애라는 생리상 이 놈 욕창이 내 인생에 깊이 관여를 하게 되어있다.

늘 압박을 당하는 신체부위에 대한 점검을 철저히 하는 편인데, 엉덩이에 생긴 뾰루지(종기)가 악화되어 나의 활동에 발목을 잡고 말았다. 땀띠나 여드름 같은 것들이 화농성이 되면 욕창이 된다는 것은 알았지만 감각이 없는 엉덩이는 사소한 것도 심각하게 만든다.

앉으면 직접적으로 압력을 받는 이 부분은 초기에 조심하지 않으면 큰 일 치른다는 것을 두 번 큰 수술의 경험으로 알지만 며칠 방심한 사이에 내 삶의 자유가 구속이 되었다. 걸을 수만 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텐데, 설 수 없다는 것은 참 불편한 일이다.

욕창은 사람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내려놓는 재주가 있다. 침대에 누워서 대소변 수발을 해야 하는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고, 협회의 자리를 비우게 되어 직원들에게도 미안함을 느끼게 되고, 선약이 되었던 각종 약속을 취소하는 것도 미안하기도 하다.

초기에 적절한 조치를 해 2주간으로 마무리가 되어 천만 다행이라 생각은 되지만 방심하면 목숨까지도 위협하는 위험한 질환이다.

이번에 이 일을 치르면서 주치의 제도의 필요성과 원격진료에 대한 좋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욕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결이고 압박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아무리 조심을 해도 객관적으로 봐주고 지도를 해야 할 전문가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필자를 괴롭힌 욕창(좌로부터- 첫날, 1주일 후, 2주일 후). ⓒ이찬우

처음 욕창을 발견했을 때는 그 부분이 딱딱하고 벌겋게 열이 났고,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기에 평소에 봐주시던 의료진에게 사진을 찍어서 보내고 자세한 상황을 설명하게 되었다. 그 분은 주말동안을 위해 몇 가지 조치방법을 알려주었고 돌아오는 월요일에 병원을 방문하여 치료를 받게 하였다.

의료진의 초기 적절한 지도덕분에 상황이 악화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이후에도 완치가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아침·저녁의 상황을 사진을 찍어 보내면 확인을 해 주신 덕분에 빨리 완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정기적으로 확인을 해 주는 분이 없었다면 참 곤란한 일이 생겼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가능한 압박을 받지 않는 것이 최고의 치료인데, 치료를 이유로 자주 병원에 갔었다면 이동하고 휠체어 위에 앉아 있어야 하는 그 시간 때문에 더 완쾌 시간이 늦어 질수도 있었을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욕창은 시간과의 지루한 싸움이다. 시간이 약이라고 한다. 그러나 외과적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을 한 경우는 조기 퇴원을 종용받아 상처부위가 재발되어 재수술을 하는 고생을 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았다.

욕창치료는 수술이후에는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긴 여정이 필요하다. 이 경우에 병원입장에서는 짧은 입원기간이 수익 면에서 유리하기에 퇴원을 독촉하게 된다.

현재의 급성기(일반병원) 수가체계는 행위별 수가제로 입원 15일 이후 입원료 10% 삭감, 30일 이후 5% 추가 삭감, 90일 이후 40% 추가 삭감되어 상당기간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구조이다. 그러다보니 완치도 안 되었는데 쫓겨나듯이 집으로 가서 상황이 악화된다.

작년에 척수장애인 지인은 이러한 일로 8개월을 소비하기도 했다. 처음 수술한 대형병원에서 30일 만에 완치도 못하고 쫓겨나듯 나와서 재발이 되었고, 다른 병원에서도 재수술을 하고 몇 번이나 재입원을 했다.

처음 수술한 병원에서 입원 기간에 관계없이 치료를 받고 완쾌된 상태에서 퇴원을 했더라면 금전적인 손해와 정신적인 피폐와 사회적인 손실, 간병으로 인한 가족들의 수고도 없었을 것이다.

욕창의 경우는 암이나 희귀난치병처럼 장기입원이 가능하도록 수가를 재정비하는 제도적 수정이 필요하다. 척수장애를 잘 이해하는 욕창전문병원이 필요하고, 재활병원에서도 입원기간에 관계없이 완치될 수 있도록 안심하고 욕창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직장에서도 척수장애인이 욕창으로부터 안전하도록 근로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기립형 휠체어를 주기적으로 사용하고 간이침대 등을 비치하여 적당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 욕창방지 방석의 개발과 보급, 욕창을 예방하는 방법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도 있어야 한다.

척수장애인 당사자에 대한 욕창 교육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가족에게 욕창교육도 필요하다. 욕창은 모두의 관심이 있어야 조기에 발견을 하고 그래야 치료도 빨라지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떼려야 떼어 낼 수 없다면 매일매일 확인하고 발생이 되었다면 빠른 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욕창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도 욕창으로 고생하는 많은 척수장애인들의 건투와 함께 수고하는 가족들의 건강도 함께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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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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