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 가능한 관광(Accessible Tourism)의 인식이 확산되면서 여행을 원하는 장애인도 늘어났다. 정부와 지자체는 관광지 편의시설 개선과 열린 관광지 개발 사업으로 관광지의 접근성 확보하고, 주요 관광지에 장애인 및 노인 등 관광약자들의 방문을 환영하기 시작했다.

한편 장애인 및 소비자들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여행 정보를 수집하면서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여행을 이제는 실질적으로 여가를 소비하는 주체로서 그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

권리적 측면에서 접근 가능한 관광을 위한 편의시설 정비나 관광지 개발, 관광 상품 판매 확대 등은 장애인을 비롯한 관광약자의 관광권과 문화향유권을 보장하기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이던,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이던,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이던, 신장 투석을 하는 사람이던 누구든지 원하는 여행 목적지에 가서 그 곳의 문화를 향유하고 관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평등 실현을 반영하고 있다.

한편 오롯이 경제적 논리로만 따져본다면 사실 시장에서 접근가능한 관광은 그리 환대받지 못한다. 편의시설과 제반시설을 갖추기 위한 원가비용이 상대적으로 높고, 그렇게 발생된 초기 비용 대비 수요가 적기 때문에 이윤 창출 가능한 효율적 상품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국내 대형 여행사에서 장애인 관광 상품을 주로 다루지 않는 것도 일정 부분 이러한 이유 때문이며 소수 장애인 여행사에서만 전용 상품을 다루고 있으나 이마저도 비장애 관광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빈번하게 소비자와 갈등을 겪기도 한다.

특별한 제반 시설이 필요한 장애인 여행의 경우 원가비용이 높고 반면 수요가 적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판매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버스를 대여하는 단체여행에서 일반버스를 이용하는 비장애인 여행의 경우 수요와 공급이 활발하기 때문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는 고등학교 시간에 배운 수요와 공급곡선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만큼 간단한 경제적 논리다. 반면, 장애인 여행은 원가비용이 높은 리프트 장착 버스와 낮은 수요로 그 비용이 비장애인 여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이 때문에 상품 가격이 저렴해질 수 없는 구조가 발생한다.

물론 경제적 논리로만 따진다면 장애인 여행비용이 비싸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소비자가 그 몫을 수용해야하는 것도 마땅하다. 그러나 이것이 합당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경제적 논리에서도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발생할 때 정부보조금을 투입하여 수요와 공급 균형을 이루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 소수 계층의 관광과 문화향유를 증진하기 위해 ‘문화바우처’를 지급하고 있다. 연간 6만원(2017년 기준) 상당의 이 바우처가 수요와 공급을 균형적으로 만들어 주는 정부보조금의 일환이다.

권리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문화바우처가 장애인을 비롯한 관광약자에게도 여행의 기회를 확대하여 관광권을 보장한다는 의미가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수요와 공급을 원활히 작동시켜 균형가격을 이루는 의미가 있지만, 지난해 여름휴가 국내여행 평균 비용이 22만 1천원(세종대·컨슈머사이트, 2016년 12월 26일)이라는 점을 되짚어 보면 과연 6만원이 합리적인 금액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첫 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다. 국내 접근가능한 관광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며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 단순히 여행을 위한 경비를 모두 정부가 지원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장애인 소비자의 욕구에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여행상품이 더욱 늘어날 수 있도록 접근가능한 관광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균형적 가격에 정부가 얼마만큼 관심을 기울일지 지속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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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서윤 칼럼리스트 KBS 최초 여성장애인 앵커로 활동했으며, 2016년 장애인 여행 에세이 <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를 출간하여 장애인 관광에 대한 대중 인식 변화를 이끌었고 현재 장애인을 비롯한 ‘모두를 위한 관광(Tourism for All)’ 발전을 위해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장애인은 왜 트렌드세터(Trend Setter: 유행 선도자)나 힙스터(Hipster: 유행을 쫓는 자)가 될 수 없는지 그 궁금증에서 출발해, 장애 당사자로서 장애 청년 세대의 라이프와 문화에 새로운 인식과 변화를 재조명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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