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4살쯤에 ‘가위 바위 보’를 하다가 화가 나서 울기 시작했다. 그저 재미있게 손을 내밀 던 흥미에서 이기고 지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할 무렵, 자꾸 자신이 지는 것에 분해 울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아이에게 해준 말은 “그럴 수도 있는 거야”였다. 물론 4살 아이가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말 이였다. 이처럼, ‘지는 것’을 인정하기는 유아는 물론 초등학생들에게도 받아들여지긴 어려운 일이며 이 일로 인해 학교생활 중 아동들 간에 큰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지는 것’의 훈련은 주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아동들에게 꼭 시행되는 사회기술 훈련 중 하나이다. ADHD 아동의 특징은 자극에 의해 주의 집중하기 어렵거나, 지적을 해도 고치기가 어렵고, 부주의하며 산만하다. 확장되면 충동, 폭력 등의 과잉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ADHD 아동들은 4명 이상의 집단 상담 속에서 다양한 놀이 활동을 하게 되는데 집단에서 행동을 수정해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또한 시작 전 놀이임을 설명하고 재미있게 즐기자는 이야기도 꼭 전달한다.

SST(사회기술훈련 : Social Skill Training)은 4명 전후의 아동들이 집단 상담 중에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는데 상담을 시작하게 되면 아동들은 집단속에서 의도대로 게임이 풀리지 않아서 분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승패에만 집착하여 게임자체를 즐기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졌다”라는 것에만 억울함을 토로한다. 대부분의 표현으로 울거나, 짜증, 간혹 물건을 던지기도 한다. 또 “아~ 재미없어. 재미없어서 일부러 져줬어” 라는 등의 말로 상대방의 승리를 인정하지 못하고 비아냥거리는 모습 등을 보이기도 해 승리했던 친구의 기분까지 상해 급기야 싸움이 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아동의 마음을 읽고 그 감정에 대해 언어화 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게임에 져서 기분이 좋지 않구나.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져서 아쉬웠구나.” 등으로 마음을 인정하고 그 상황과 감정을 스스로 인지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언어화 해주는 것이다.

기분 나쁜 감정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첫 번째이며 패배를 수용하는 것이 두 번째인데, 대부분 이 두 번째 단계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매번 이겨야만 인정받는 환경에서 자란 이들에게는 지는 것 자체만으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좌절감을 인정하는 경험 또한 부족하며 이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진다. 이러한 경우 스스로 인정하는 말들을 나열하여 부모와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미리 가져보는 것이 좋다.

패배를 수용하고 자신을 다스리는 말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이기지 못해도 괜찮아.”

● “모두 이길 수는 없어. 이기지는 못했지만 재미있었어.”

● “지는 것이 최악의 상황은 아니야”

● “이번에는 이기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다른 방법으로 이겨보자.”

위와 같은 말을 적어 다니며 나쁜 감정이 들었을 때 여러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놀이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 ⓒ김지연

놀이(국어사전: 여러 사람이 모여서 즐겁게 노는 일. 또는 그런 활동)와 시합(국어사전: 운동이나 그 밖의 경기 따위에서 서로 재주를 부려 승부를 겨루는 일)은 구분되어져야 한다. 지는 것에 흥분하는 아동들은 대체적으로 놀이와 시합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달리기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 저기 까지 누가 먼저 뛰어가나 볼까?”라고 놀이를 하기 위해 제안하였지만, 아이에게는 경쟁 심리를 유발하는 언어 ‘누가 먼저’가 자극이 되어 시합이 되어버린다.

“우리 저기 까지 몇 초 만에 뛰어가나 볼까?”라고 한다면 놀이 자체만을 즐길 수도 있고, 자신의 결과에 다시 도전할 수도 있다. 부모는 자극이 되는 언어는 제한하고 경쟁상대가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도록 유도해주어야 한다.

경쟁 속에 자라온 아이들은 특히 놀이의 경험을 충분히 해주어야하며 놀이가 아닌 시합에서 실패를 했다 할지라도 그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한 것에 대한 칭찬을 꼭 해주길 바란다.

또한 부모는 ‘결과물로써의 승’ 보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였을 때의 승’을 칭찬해 주길 바란다. 놀이는 즐거움과 설레임이 동반되어야 한다. 놀이를 통해 흥분되는 감정과 재미있었다는 기분에 관해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아이들이 첫 걸음마를 했을 때, 첫 단어를 말했을 때, 처음으로 부모와 떨어졌을 때를 생각해보라, 그때의 표정과 감동은 이루 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충분한 칭찬과 인정을 해줬을 것으로 안다. 그처럼 우리의 아이들에게 충분한 칭찬과 공감을 해주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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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칼럼리스트 현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어려움(발달,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성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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