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미제 목발이라는 불리던 인기 있던 보조기가 판매가 중단되었다. 미국에서 더 이상 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제 목발(클러치)은 소재가 단풍나무 합판으로 손잡이에서 바닥으로 가면서 사다리꼴로 휘어진 부분은 레이저 밴딩 기술로 구부린 것이었다.

이 보조기는 매우 견고하면서도 체중이 실리면 살짝 휘어졌다가 다시 복원되는 기능이 뛰어났다. 장애인들은 나무로 만들었다고 하여 목발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최근에는 금속재로 만들어진 지팡이가 시판되고 있어 이런 경우 목발이 아니라 쇠발이라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농을 하기도 한다.

예방주사가 개발되어 접종되는 등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소아마비 장애인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평생 목발에 의지하여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고, 개도국의 저가 제품이 쏟아지면서 더 이상 시장성이 없자 미제 목발을 생산하는 회사는 문을 닫았다.

국내에서 목발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 보조기 회사들이 목발을 개발하였는데, 그 중 한 회사의 경우 자작나무 재질로 만든 목발이 휘거나 부러지는 등의 현상이 일어나자 판매된 목발도 모두 수거하고 말았다.

목발이 부러지면 무게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크게 다칠 가능성이 높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회수초지를 한 것이다.

목발은 신체의 일부로서 인체와의 친근감에서도 나무 재질은 탁월한 선호도를 가지고 있다. 왠지 금속 재질은 인제의 일부라고 받아들이기에는 거부감이 있다. 그래서 사고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목발이 필요한 경우는 알루미늄 재질의 목발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루미늄 재질은 장기간 사용하면 리벳이 풀려서 떨거덕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차가운 금속재질로 가지고 다니기에 불편한 점도 많다.

한편, 티타늄 재질은 매우 견고하고 휘었다가 복원되는 능력도 좋지만 가격이 60만원대로 매우 고가이고, 이것 역시 일종의 패션으로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선호도에서는 목발을 따라갈 수 없다.

목발에 힘을 주면 몸무게가 양팔의 힘에 의해 양쪽에 분산되는데, 그 힘은 몸으로부터 비스듬하게 사다리꼴로 전달된다. 그러기에 조금이라도 균형을 잃으면 넘어지기가 쉽다. 몸무게가 실렸을 경우, 목발이 너무 단단하면 몸무게가 전혀 흡수되지 않고 손목과 어깨에 전달되어 장기간 사용하면 만성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그렇다고 너무 연한 재질을 사용하면 휘어져서 사용할 수가 없다. 휘어졌다가 다시 복원되는 기능이 체중을 흡수하여 몸에 무리가 덜 가도록 한다. 즉 부드러우면서 단단해야 하는 모순된 이중성을 가져야 한다.

목발 하단부의 지면에 닿는 부분은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하여 고무재질 팁으로 되어 있는데, 생고무가 기본 팁이다. 생고무에 적응된 장애인은 이것을 선호하기도 하는데, 상당수의 장애인들은 특수고무 재질을 좋아한다.

타이완에서 수입되는 특수고무 팁은 몸무게가 한 점으로 모아지는 경우, 지면으로부터 흡수하는 기능이 좋고, 미끄러지지 않고 고정시키는 기능이 뛰어나 별도로 3만원을 추가로 지불하고 이 팁을 부착한다. 지팡이에 모아진 힘을 흡수 분산하고, 나무와 밀착되어 마찰력을 통해 꽉 조이는 힘도 좋으면서 미끄럼을 방지해주고, 비스듬하게 주어진 힘에도 한 지점에 고정되는 기능이 좋기 때문이다. 이 특수고무 팁은 에이블라이프에서 수입하고 있다.

휴먼디자인(대표 김규성, 제품명 휴먼 크러치)에서 새롭게 개발하여 시판하고 있는 목발은 버드밤나무나 자작나무 합판 재질을 사용하는데, 합판의 인장강도와 복원력을 이용한 것이다. 그리고 원목을 이용할 경우 목발 아래 부분으로 모아지도록 휠 수가 없고, 조각부품을 접착하여 제작하면 수명이 오래 가기 어렵고, 부러지는 등 고장이 날 경우 크게 다칠 가능성이 있다.

레이저를 이용하여 휘도록 할 경우 대량 생산이라야 제작이 가능하므로 생산비가 많이 드는 결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휴먼디자인에서는 합판 위에 모형을 그려 이를 통째로 본을 따라 파내는 방법(CNC 방식)으로 제조한다. 이 경우 하나의 합판에서 일체형으로 목발이 만들어진다.

흔히 목발을 보면, 휘어진 부분에 힘이 가해져도 원형 형태대로 유지하기 위하여 나사로 조이도록 되어 있는데, 튀어나온 나사머리에 의해 다리에 상처를 입기도 하였다. 일체형의 경우 나사가 별도로 없다.

휴먼디자인에서 개발한 목발은 사용할 장애인의 겨드랑이 높이와 목발을 잡은 손의 위치를 측정하여 개인별 맞춤형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키와 맞지 않거나 손의 위치가 맞지 않아서 힘이 분산되지 못해 생기는 통증을 상당부분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자작나무 등의 재질이 갖는 문제로 인한 휨이나 갈라짐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새 제품이거나 일시적으로 사용하거나, 구두보조기(브레이스)를 사용하여 어느 정도 발에 힘을 줄 수 있는 경우는 휴먼디자인의 목발을 사용하는 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온전히 목발에 체중을 실어서 걸어야 하는 경우나 장기간 목발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는 안전에 항상 주의를 해야 한다. 목발은 상당히 단순한 보조기기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도 상당한 인체공학과 보조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팔방미인처럼 마음에 쏙 드는 목발을 생산하기에는 시장성이 없다. 그러므로 국가차원에서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보조기를 개발하도록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 목발을 사용할 경우 보행에 불편한 점도 있고 거추장스러운 점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어깨와 손목에 무리가 가서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특히 목발의 고급화가 필요하며, 장애인의 건강과 편리성을 고려하여 좋은 제품을 가질 수 있도록 이제는 시장에 맡겨 두지 말고 국가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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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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