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칼럼에서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자폐증-백신 연관설은 편견이자 장애인 차별이라고 말했었다. 이 연관설을 지지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지금은 대통령)이 환경운동가이자 백신 회의론자이며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전 조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에게 신설 백신 안전위원회를 이끌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하며, 미국에 있는 장애계와 자폐성 장애인들은 장애를 없애야 하는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이끄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항해 장애차별철폐를 위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트럼프 시대를 보내야 하는 미국의 장애인들에게 절망적인 소식이 또 하나 있다. 트럼프가 오바마케어의 폐지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 그것이다.

오바마케어 전 미국 건강보험은 연방정부의 메디케어(Medicare), 주정부의 메디케이드 (Medicaid), 영리 목적의 민간보험업체가 운영하는 사보험(Private Insurance) 등으로 이루어졌다(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도 일부는 사보험으로 운영된다.).

메디케어는 65세 이상의 어르신과 장애인들에게 적용되고, 메디케이드는 공공부조식 의료보험으로 저소득층 대상이다. 이에 해당하지 않으면 사보험을 사야 한다.

사보험을 들려고 할 때, 장애, 질병 등이 있을 경우 건강보험 가입이 거절당하거나 보험사고가 있을 시 보험가입이 되어도 회사의 수지타산과 잇속에 따라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미국에서는 허다하다. 사보험 보험료는 무척 비싸기도 하다.

따라서 미국 내 저소득층들과 중산층은 건강보험을 갖기 쉽지 않고 의료비 부담은 엄청나 심지어는 파탄지경에까지 이르는 가정들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이는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아픈 사람들))에서도 신랄하게 묘사되고 있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의 두 장면들. 사보험 보장을 못 받는 질환들과 장애의 종류(좌측), 보험회사 영업사원 베키 멜키 씨가 건강상 문제로 건강보험 보장을 못 받는다는 것을 한 커플에게 전화로 알렸던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우측) ⓒDaum 동영상 캡처

그래서 소득이 충분치 않아 사보험을 살 수 없는 미국 내 저소득층 무보험자 3,200만 명의 건강보험 가입, 중산층에 정부보조금 지급 등으로 엄청난 의료비 부담을 낮춰 사보험 중심 의료체계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게 오바마케어를 만든 취지다.

오바마케어란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의료보험 시스템 개혁 법안으로 2014년까지 미국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 차별 없는 가입이 주요 골자다. 이 법안의 정식명칭은 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PPACA, 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이다. 그러면 오바마케어에 대해 잠깐 소개하겠다.

오바마케어와 관련해 의료보험 의무가입 대상은 서류미비자, 불법이민자, 저소득층 등을 제외한 모든 시민권자, 영주권 취득 후 5년 이상 미국에 거주한 영주권자들이다. 전국민 의료보험을 이루기 위해 오바마케어에선 일정 소득이하인 사람에 대한 정부보조, 확장된 메디케어 프로그램, 건강보험 미가입자에 대한 벌금 부과 등을 정책수단으로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부보조란 정부가 설치한 건강보험 상품거래소에서 제공하는 보험 상품에 정부보조금을 주는 방식이다. 상품거래소에서 건강보험 상품 가입 시 개인이 정부보조 포함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개인이 상품 선택 시 약간의 보험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전제된다.

정부보조금(건강보험금이라고도 함)은 가구당 가족 수와 소득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4인 가구의 경우 2만3550~9만4200달러의 연 소득을 지닌 가구는 오바마케어가 적용되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연 소득이 2만3550달러 미만인 경우 공공부조식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가 적용되어 오바마케어에서 제외되고, 9만4200달러 초과 시 정부보조금이 전혀 없다.

확장된 메디케어 프로그램이란 메디케어 가입대상 소득수준을 조정해 메디케어 가입자 수가 더 많아지게 하는 것이다.

벌금과 관련해서는 개인의 경우 의무가입 대상이 미가입 시 2014년부터 벌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 벌금 액수는 2014년에는 연간 95달러 또는 소득의 1%중 큰 액수, 2015년에는 325달러 또는 소득 2%로 매년 증가하는 식이다.

기업의 경우 주당 30시간 이상 풀타임 직원이 50인 이상인 기업은 의무가입 대상으로 미가입 시 벌금이 주어진다. 그리고 직원 수가 적은 기업이 직원에게 의료보험을 제공 시 세제혜택을 제공토록 한다.

차별 없는 가입이란 기존 병력이나 노령, 장애 등을 이유로 의료보험회사가 보험가입을 거부하거나 강제 해지 또는 높은 가산금을 내도록 하는 걸 금지하는 것이다. 장애인의 경우 건강보험 가입이나 보장 시 장애로 인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오바마케어를 알리기 위한 홍보에 나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 모습 ⓒYoutube 동영상 캡처

이런 오바마케어를 오바마 정부에서 실시하는 동안 문제점, 논란 등이 있었다. 전 국민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에서 건강보험이 대개는 민간보험, 즉 사보험이라 민간의료보험 가입 강제화로 민간보험회사만 배불리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현실적으로는 오바마케어에서 소요되는 의료보험의 정부보조금 부분이 증가되어 정부 재정적자가 초래된다는 문제점도 있다. 미 의회독립예산국에 따르면 오바마케어 관련 정부지출이 2013년부터 10년간 총 1조 7,6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고 한다.

또한 개인 경제사정이 어려워 의료보험 상품을 구입하지 못할 경우 이에 대한 벌금부과는 과도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의료보험 상품을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 빈곤층을 위해 확장된 메디케이드 프로그램도 내놓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전 국민 의료보험을 강제하지 않으면 의료보험의 역선택을 피할 수 없음은 물론 보험회사는 의료비용 증가에 따라 보험료도 인상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따라서 의료부담은 상당한 수준을 넘어 가정이 파탄 나는 지경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또한 오바마케어를 통해 빈곤층에 10년간 연간 7%에 가까웠던 의료비 증가율이 오바마케어가 부분 시행된 2010년 이래로 4%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하는 등 증가해 오기만 했던 정부의 건강관련지출을 줄이는 성과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추가로 2천만 명이 건강보험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장애인들의 경우에는 오바마케어를 통해 민영보험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증가되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이렇게 긍정적인 성과와 대책이 있었던 오바마케어의 폐지와 관련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기업과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부담 폭증과 기업·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공화당과 트럼프가 오바마케어 폐지에 찬성하는 이유다.

취임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오바마케어 폐지 입장을 밝히는 모습 ⓒKBS America News 동영상 캡처

그런데 기업의 비용지출과 정부보조금을 통한 부담이 폭증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있기에 개인 의료비 감소 및 건강보험 가입이 가능한 것이다. 개인 건강의 증진 등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정부의 의료비지출도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대안 없는 오바마케어 폐지 시 기업과 정부의 재정은 좋아지겠지만 사보험 중심의 기존 건강보험 체제 및 의료민영화로 다시 회귀하고 국민 건강의 질은 나빠질 것이라 본다. 예전 미국 사회 현실까지 고려해 다시 말하지만, 건강보험을 잃게 되는 인원이 늘어남은 물론 의료비 부담은 폭증 수준이 될 것이다.

미 의회독립예산국 조사에서도 대안 없는 오바마케어 폐지 시 첫 해에 1800만 명이 건강보험을 잃고 이 수는 10년 동안 3200만 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오바마케어 폐지 시 장애, 질병 등을 이유로 의료보험회사가 보험가입을 거부하거나 높은 보험료 가산금을 내도록 하는 예전의 관행이 다시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는 장애, 노령 등을 이유로 한 차별에도 해당된다. 특히 오바마케어에 의지하는 미국의 장애인에게 오바마케어 폐지는 재앙이나 다를 바가 없다.

이런 것들을 의식해서인지 트럼프 취임 전 탐 프라이스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오바마케어 폐지 후의 대안을 내놓을 것이며, 그 대안으로 대체하더라도 국민들이 완전히 건강보험을 잃지는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메디케이드 확장수혜자 1600만 명과 오바마케어를 통한 건강보험 가입자 2000만 명의 혜택을 박탈치 않고 의료비를 줄일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찾았는지에 대해서 그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앞으로 의료비를 줄일 획기적인 대안을 내놓을 것 같지는 않다. 왜냐면 공화당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정부가 강제로 보험가입을 하게 한다는 것이 자신들 이념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 오바마케어에서 보험료를 무작정 올릴 수 없는 규정도 있는데 이는 부자들을 대변하는 공화당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성가신 것이다.

이런 상황들 때문에 미국 민주당과 저소득층, 장애인, 시민사회 단체들은 오바마케어 폐지에 반대하는 집회를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부터 해왔다. 오바마케어 수급자들을 중심으로도 오바마케어 폐지 반대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오바마케어 수급자인 캔디 킴블 씨가 오바마케어 폐지 반대 입장을 밝히는 모습 ⓒKBS America News 동영상 캡처

며칠 전 오바마케어 폐지하고 대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탐 프라이스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의 당시 모습 ⓒKBS America News 동영상 캡처

오바마케어 폐지 움직임이 필자로선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우리나라에는 공적 의료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이 있지만 약 63%의 낮은 건강보험 보장률과 장애로 인한 추가의료비용의 비급여 부분 때문에 여전히 의료비 부담이 상당하다.

그렇기에 화상장애인의 경우 비급여이고 한 통에 40~50만 원의 고가인 치료용 보습제의 급여화 적용,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비급여인 경추질환 수술의 급여화 등 장애계에서 요구하는 것이 필자에게는 절규로 들린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적립한 건강보험 관련 준비금을 보험급여 지출과 공공의료체계 확립을 위한 것보다는 투자에 쓰겠다는 올해 계획안을 작년에 내놓았다. 보장율 향상은 미미하고 오히려 의료비 부담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 때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 폐원으로 공공의료기능을 사립의료기관에 넘기는 등 의료민영화가 진행되었고 이에 보건의료계와 시민단체, 장애계, 장애인들은 공분했다.

장애를 이유로 한 건강보험 등의 보험 차별도 여전하다. 15세 미만,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라는 상법 제732조가 예전에 있었다.

그런데 심신상실, 심신박약은 지적장애, 정신장애와 동의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732조에 의해 정신적 장애인들은 민간보험회사의 보험가입이 봉쇄된다. 제732조와 우리나라가 장애인이 건강보험이나 생명보험에 가입하거나 이용할 시 차별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장애인권리협약 25조 마호는 서로 상치된다.

그 이유로 동 조항 25조 마호가 유보되고 권리협약 선택의정서는 비준되지 않았다. 하지만 선택의정서 미비준 시 장애인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어, 국내에서 가능한 모든 구제절차를 이용하고도 권리구제가 되지 않았을 경우라 하더라도, 장애인은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통보하여 위원회 심리를 청구할 권리를 누릴 수 없게 된다.

또한 건강보험 등의 보험 가입 봉쇄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장애로 인해 인위적 사고, 도덕적 위험에 노출되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명백히 입증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입증키 위한 객관적 통계자료도 우리나라에는 없다.

이런 상황들 때문에 정신적 장애인의 보험가입 봉쇄 등의 차별 사례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보험 차별을 보완하고 없애기 위해 2014년 3월 상법 제732조를 다음과 같이 개정했다.

2012년 5월 9일 대한정신건강재단, 국가인권위원회가 공동주최한 장애인보험차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 모습 ⓒ에이블뉴스 DB

2012년 7월 25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등 총 9개단체와 함께 보험회사의 악의적·지속적 보험차별 시정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모습 ⓒ에이블뉴스 DB

제732조(15세 미만자등에 대한 계약의 금지) 15세미만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 다만, 심신박약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제735조의3에 따른 단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때에 의사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런데 의사능력이라는 단어는 추상적이고 이를 판단하는 주체는 보험회사라, 수지타산이 목적인 민간보험회사의 특성을 고려하면 개정된 법안도 장애를 이유로 하는 보험가입 거부 등의 차별을 완전하게 막지는 못한다. 그래서 정신적 장애인 보험 차별 여지는 상당하며 아직도 차별은 여전하다. 아직도 선택의정서 비준은 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나라는 탄핵 정국 속에 있다. 박근혜 탄핵 인용이 되기를 바라며, 인용이 될 경우 대선을 치르게 될 것이다.

적립한 건강보험 준비금을 전액 보험급여 지출과 공공의료체계 확립에 사용하는 등 건강보험 보장성 향상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개정된 상법 제732조를 폐지하고 정신적 장애인 보험 차별을 막기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25조 마호의 유보를 철회하고 선택의정서를 비준하였으면 한다. 이와 관련된 공약들을 대선후보자들이 고민해 내놓았으면 한다.

그래서 장애인 보험 차별이 없고 공공의료가 제대로 작동되며, 장애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 경감으로 삶의 질 향상을 이루는 대한민국 사회가 현실이 되도록, 그리고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를 비준하게 되는 계기가 올해 마련되길 바래본다.

아울러 전 국민 건강보험 가입 및 의료비 부담 경감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트럼프의 오바마케어 폐지를 막아내고자 활동하는 미국 내 시민단체, 장애계, 장애인들, 그리고 민주당 의원들 등을 필자는 응원하고 싶다. 행운을 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014년 12월 3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UN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던 모습 ⓒ에이블뉴스 DB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