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 중에 ‘여우와 두루미’가 있다. 여우가 두루미를 초대했는데 납작하고 넓은 접시에 스프를 줘 주둥이가 긴 두루미는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다. 이어 두루미가 여우를 식사에 초대했다. 주둥이가 긴 두루미의 특성 상 입구가 좁은 병에 음식을 담았더니 여우가 먹지 못했다.

이 우화가 척수장애인의 자가도뇨 소모성 재료 요양비 급여에 관련된 복잡함을 나타낸다면 너무 비약일까?

2017년 1월 2일부터 시행되는 ‘후천성신경인성방관환자의 자가도뇨 소모성 재료 요양비 지급’은 오랫동안 척수장애인들의 염원이었다. 척수손상 후유증인 배뇨의 문제로 제때에 소변을 못비우면 방광염, 신우신염, 극한 상황으로 투석까지 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에서 척수손상을 입은 군인들의 80%는 신장과 관련하여 사망하였을 정도로 배뇨문제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벼이 볼 수 없는 문제이다.

또한 이 문제는 사회생활을 가로막는 문제로 직장생활이나 외부활동을 저해하는 치명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건강과 삶의 질 개선, 경제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지원하는 이 제도는 개인적으로는 ‘혁명’에 가까운 사건이라고 생각을 한다.

1일 기준 9,000원, 최대 6개까지의 자가도뇨 카테터를 처방받을 수가 있어 최장 3개월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지원 금액으로는 최대 한 달에 27만원이고 자부담은 10%이다(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는 전액 지원).

최초 등록을 위해서는 재활의학과나 비뇨기과를 방문하여 소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요류역학검사(UDS : Urodynamic study)를 받아야 한다. 요류역학검사는 소변이 방광에 모이는 동안과 소변을 배출하는 과정 중 방광이 어떤 물리적 기능을 보이는지 알기 위한 정밀검사이다.

비용은 16만원(본인부담금)정도이다. 3년 이내에 이 검사를 받은 경우는 이를 인정해준다. 이후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환자등록을 하면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처방의 대상이 되는지 확인하는 절차이므로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복잡한 요양비 지원 처리절차.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캡쳐.

문제는 이후부터이다. 도뇨카테터를 최대 3개월 분량씩 처방받을 수가 있는데, 몸도 불편하고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 척수장애인들이 3개월마다 병원에서 처방을 받고 구입해야 한다. 이럴 때마다 부피가 큰 박스(90일 x 6개=540개)를 운반하는(택배로 받는 경우도 있겠다) 것도 고민이다.

더 큰 고민은 전체 금액을 먼저 지불하고 공단에 청구를 하면 나중에 그 금액의 90%를 환불받는 구조이다. 만일 3개월 치 81만원이라는 돈이 없다면, 소액의 지출을 위하여 더 자주 의사의 처방과 구입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는 매우 불편한 구조이다.

90%를 지원해 주는데 그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되는 것 아니냐? 라고 할 수도 있지만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해 불편함을 자초하는 여우와 두루미의 이솝우화가 생각나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사용자를 위한 단순화된 서비스가 필요하다. 모 업체에서는 시행하고 있는 대행 서비스 내역(빨간 부분). ⓒ이찬우

수동휠체어나 전동휠체어는 5년이나 6년에 한 번이지만 도뇨카테터는 최장 3개월에 한 번씩 평생을 이런 절차를 반복해야 한다.

좀 더 편하게 구매를 하는 방법은 없을까? 병원에서 즉시 지급을 받거나, 자부담만 지불하여도 구매하는 방법, 3개월의 처방기간을 더 연장하는 방법 등이 있겠다.

여러 곳의 입장 조율이 필요한 사항이라면 먼저 공급업체라도 이런 불편함을 덜어주는 서비스를 시행했으면 하는 생각을 갖는다.

다행이 일부 업체에서 자부담만으로도 서류절차 대행과 물품배송 등의 원스톱 서비스를 한다고 하니 탁월한 서비스 정신이 고맙기도 하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서비스도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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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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