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KB희망캠프 수료식. ⓒ조봉래

몇 년 전 읽었던 책 중 김난도 교수의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된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 “나는 누군가의 계기가 되고 싶습니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직업재활시설에 종사하는 나에게는 이 말이 참 오래 기억에 남았다.

지난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의 ‘KB희망캠프’ 대학생부 멘토장으로 참여하며 이 프로그램이 누군가에게 계기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지난 연말 수료식을 끝으로 ‘2016 KB희망캠프’의 공식적인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었는데 1년간의 짧지 않은 여정을 돌이켜 볼까 한다.

2016년 4년차를 맞은 KB희망캠프는 멘티·멘토 활동과 진로교육 프로그램이 결합된 형태로 해마다 조금씩 외연을 넓히고 내실을 다져오고 있다.

방학이면 각급 기관들이나 단체들이 장애학생을 위한 단기간의 진로교육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시행하는데 반해 KB희망캠프는 ‘캠프’라는 이름과는 달리 봄부터 겨울까지 약 8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동안 진행된다.

지난 봄 양평의 현대 블룸비스타에서 열린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진로검사와 활동계획을 수립하였고, 여름에는 원주 오크벨리에서 하계캠프를 통해 모의면접 등을 진행하며 자신의 진로를 조금 더 구체화 하는 시간을 보냈다.

11월에는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꿈 발표회’를 통해 각자의 활동내용과 자신이 희망하는 진로를 이야기 하였고, 12월 26일에 수료식을 통해 모든 활동을 마쳤다.

주요 행사들 이외에 8개월간 멘티와 멘토는 함께 진로에 대해 소통하며 다양한 곳들을 방문하며 꿈을 좀 더 구체화 해 나아갈 수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진로교육이나 진로탐색 프로그램과 비슷해 보이지만 적어도 두가지 측면에서만큼은 의미있는 차이와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첫째, 8개월이라는 기간은 멘티와 멘토를 넘어서 동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기간이다. 단기간 진행되는 진로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비장애학생들은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고 순수한 의도로 참여하더라도 장애학생과 충분히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어렵다. 그런데 이번 희망캠프에서는 동료가 되었다는 인상을 주는 참여자들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둘째, 성장의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조금씩 달라지는 멘티학생들도 성장의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멘티로 참여했던 학생들이 멘토로 참여하며 당사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다른 장애학생들과 나누는 모습이었다. 그들을 보며 희망캠프의 성과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2016 KB희망캠프 수료식 단체사진. ⓒ조봉래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여러 유형의 장애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이기에 각각의 학생들이 갖는 특성을 세심하게 고려해야하는데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

예를 들어 사진을 보고 느낌을 이야기하거나 설명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나 율동을 따라해야 하는 레크리에이션 시간, 자신의 꿈을 PT파일로 만들어 발표하는 시간 등은 시각장애 학생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였고, 프로그램 구성에 있어서도 특정 장애유형의 학생들에게는 흥미를 유발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수료식 이후 사후관리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진로를 발견하였다면 수료 후 해당 진로에 대한 교육과정으로 연계하거나, 기업 등과 제휴를 통해 인턴십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프로그램의 효과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하였다.

장애인으로 태어나 살아오며 가장 어두웠던 시기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졸업 후 3년간!”이라고 답할 것이다.

주변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흔한 복지관이라는 곳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었다. 졸업 후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고, 이러한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 또한 없었다.

그 덕에 졸업 후 3년이라는 시간을 방황하며 허비했다. 만일 그 시간을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면 지금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적어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소통과 공감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 구분 없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진로교육 프로그램인 희망캠프, 그 부족한 부분들을 조금씩 보완해 가며 꿈의 설계에서 머물지 않고 현실화를 돕는 노력들이 추가된다면 장애학생들이 나와 같이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것이다.

2016년 희망캠프를 돌아보며 프로그램이 좀 더 발전해 주기를, 그리고, 장애학생들이 좀 더 행복해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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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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