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등 뒤에서’라고 써진 문구. ⓒ최선영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해진 산길에는 가을이 남긴 마른 추억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또 다른 추억을 남기려는 발길들이 보입니다.

사각사각 지난 흔적들을 넘는 소리와 함께...

아빠 등에 업힌 딸. ⓒ최선영

아빠와 딸의 웃음 썩인 소곤거림이 겨울 산을 잔잔하게 울려주는 주말입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아빠는 딸과 함께 등산을 하며 오롯이 둘만의 시간을 보냅니다.

“뭐가 보이나? 오버”

“나무가 추워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게 보인다 오버”

“또 뭐가 보이나 오버”

“축구공같이 동그란 아빠 뒤통수가 보인다 오버”

“이 녀석이~하하하”

아빠와 딸아이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겨울이 시작된 쌀쌀한 산 공기를 따뜻하게 데워줍니다.

업고 다니기에는 조금은 커 보이는 딸아이를 등에 업고 등산을 하는 아빠가 남달라 보였는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금힐금 쳐다보다 말을 건네옵니다.

“애가 이렇게 큰데 왜 업고 다니세요?”

아빠는 스치는 사람들의 그런 질문이 익숙한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합니다.

“우리 애가 다리가 불편해서요”

“아이고...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힘들지 않으세요? 애가 몇 살이에요?”

“7살이에요”

등에 업혀 있던 딸이 큰소리로 대답을 합니다.

“힘드실 텐데 왜 등산을 하세요?”

“제가 다리가 불편하니까 어른이 되면 등산은 하기 힘들 거라고 어른이 되기 전에 산을 많이 많이 보여주려고 업고 등산하시는 거예요”

이번에도 딸이 대답을 합니다.

“힘들지 않습니다”

환한 웃음을 내보이며 딸의 말에 아빠도 한마디 더합니다.

“뭐 저렇게까지... 쯧쯧”

겨울의 찬바람이 시작된 날씨에도 아빠가 땀을 흘리는 모습에 보는 이들은 절로 쯧쯧 혀를 찹니다.

“고생이네 고생...”

“아휴~그래도 아빠가 대단하시네”

“애가 예쁘고 똑똑하네요”

안쓰럽다는 듯 한 마디 더 내뱉는 사람도 있고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는 듯 격려하는 사람도 있고 딸아이의 씩씩한 대답에 웃어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딸을 등에 업고 등산하는 아빠. ⓒ최선영

그렇게 사람들은 아빠와 딸의 옆에서 잠시 머물다 시선을 돌립니다.

“아빠~나 업고 다니는 거 고생이야?”

“고생은 무슨~공주님 모시고 다니니까 아빠는 영광이지~”

“나도 알아 아빠... 내가 많이 무거워져서 아빠가 이제는 힘들다는 거...”

딸아이는 혼잣말을 오물거립니다.

“아빠~ 사람들은 왜 자꾸 우리를 이상하게 볼까요?~”

“이상하게 보는 게 아니라 달라서 보는 거야~ 사람들이 쳐다보는 거 싫지?”

“싫은 건 아닌데 기분은 별로예요”

“네가 어른이 될 때까지 아니 어른이 되어서도 남들과 조금 다른 너를 사람들은 많이 쳐다보기도 하고 그럴 거야 그렇게 다르게 보는 걸 별로라고 생각하지 말고 왜 다른지를 오늘처럼 씩씩하게 말해주면되는 거야~

지난번에 안경 쓰고 가던 남자애 뚫어져라 쳐다본 거 기억나?”

“그건 안경이 너무 두꺼워서 그냥 본 건데~”

“하지만 그 남자애 표정은 싫은 거 같았어~”

딸아이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 말고 미안함이 섞인 말투로 또 혼잣말을 오물거립니다.

“아 그러네... 다음부턴 안 쳐다봐야겠다...”.

“그래 그렇게 계속 쳐다보면 기분 나쁜 거야 너도 다른 사람이 너 계속 쳐다보는 거 별로인 것처럼...”

“알겠어요 아빠... 난 그냥 본 건데...”

“하하하 다른 사람도 우리가 다르니까 그냥 보는 거야~다르다는 건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기분 나쁜 것도 아니야 그냥 다른 거야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해주면 되는 거야“

“아... 말로는 아빠 못 당하겠다”

“하하하 호호호”

아빠와 딸은 웃음을 주고받습니다.

아빠는 이후에도 조금 더 딸을 등에 업고 등산을 합니다.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쳐다보기도 하고 말을 건네오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딸은 더 씩씩해진 목소리로 대답을 하며 아빠와 웃음을 주고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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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에서 웃고 있는 딸. ⓒ최선영

아빠는 산이 봄여름 가을 겨울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기쁨을 주고 모든 것을 품는 넓은 마음을 가진 것처럼 딸이 가지고 있는 다른 것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이해하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나눠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아빠는 작은 소원을 빌었습니다. 좀 더 많은 산을 함께 다닐 수 있도록 딸아이가 조금만 천천히 자라기를...지금보다 조금만 더디게 시간이 흐르기를...아빠의 마음을 모른 채 아이는 너무 빨리 자랐고 세월은 야속하리 만큼 많이 흘러버렸습니다. 아빠는 더 이상 딸을 업고 등산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딸은 대학 졸업여행을 갔습니다 그 여행에서 한라산 정상에 올라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다른 것에 대한 편견이 아닌 배려로 함께 한 사람들의 따뜻함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딸은 아빠의 바람대로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다른 것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고 편견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조차도 아빠의 등 뒤에서 아빠랑 함께 했던 것처럼 웃어넘기며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당당한 미소를 짓고 있는 딸. ⓒ최선영

아빠는 딸의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많이 기뻐하셨습니다 그리고 돌아서서 말없이 눈물을 닦으셨습니다.

아빠의 등 뒤에서 느낀 아빠의 마음을 딸은 오늘도 감사하며 아빠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활짝 웃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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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칼럼리스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졸업 후 디자인회사에서 근무하다 미술학원을 운영하였다. 현재는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며 핸드메이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동화형식으로 재구성하여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언어로 담아 내려고한다. 동화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선의 폭이 넓어져 보이지 않는 편견의 문턱이 낮아지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어우러짐의 작은 역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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