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주와 하야맥주. ⓒ서인환

박 대통령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이루어지고, 헌재가 심리 중에 있으며,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광주의 어느 주류도매상 가든주류 사장이 탄핵이 결정될 때까지 탄핵을 촉구하는 의미로 천만장의 탄핵 스티커를 소주와 맥주에 붙여 식당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다.

탄핵소주는 보해양조의 잎새주에 덧붙인 것으로, 하야맥주는 하이트진로의 맥주에 스티커를 붙여 판매하고 있다. 탄핵소주를 시판한 지 두 달 간 675만 병이나 팔렸으며, 이는 평소 판매량의 20%이나 더 매상을 올린 것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스티커를 보고 술을 한 병 더 시키기도 하고, 심지어는 편의점에서 1500원 하는 소주를 4000원에 사가기도 했다고 한다.

일본 기린맥주와 지역맥주인 사포로 맥주는 시각장애인이 다른 음료와 구분을 할 수 있도록 점자를 부착했더니 매출의 10%가 더 판매되었다. 이것을 계기로 맥주와 캔 음료 등에 점자를 부착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일본의 사례를 들고 업체에 호소하였는데, 현재 맥주에는 맥주라는 점자가, 비락 등의 다른 음료에는 음료라는 점자가 부착되어 판매되고 있다. 문제는 어떤 음료인지 물건을 구매할 때에 구분하면 더 좋았을 것인데, 단지 음료라고만 점자가 적혀 있다. 비슷비슷한 캔인데 말이다.

한국에서 물품에 점자가 처음 부착된 것은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이었다. 판매되는 물품에 모두 점자를 붙여서 판매한 것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이 원하면 점자 스티커를 붙여 주는 방식이었다.

화장품의 종류를 구분하도록 하기 위한 점자부착은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위해 시작되었다. 안마는 일종의 서비스업으로 손님에게 장애인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몸단장은 하고 싶었을 것이다.

시각장애인 여성도 화장이 필요한데, 시각장애인에게 화장술을 가르쳐주거나 점자를 붙여 판매하지 않자, 시각장애인여성회에서는 협회 사무실 마련을 위하여 화장품 판매를 하였는데, 안마시술소를 일일이 찾아가서 화장술도 가르쳐주고 점자도 붙여주면서 방문판매를 하였던 것이다.

24시간 대기를 해야 하는 안마업의 특성상 시각장애인 관련 업종들이 80년대에 여러 가지 나타났는데, 시각장애인 전문 세탁업, 시각장애인 개인콜택시, 시각장애인 방문 새마을금고 등이 그러한 에가 될 것이다.

그러다가 2000년대에 와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는 물품에 점자를 부착하는 운동과 입법 활동을 전개하게 되었는데, 물품은 가나초코렛 등이 점자를 부착하였고, 약품은 영양제인 아로나민 골드와 안약류 등이 점자를 부착하여 판매하였다.

그리고 입법 활동의 성과로 의약품법에 시각장애인의 약물 오남용을 방지하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점자를 부착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을 추가하여 개정하는 결과를 얻었다. 점자부착을 의무화하는 것은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므로 강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 것이다.

점자를 일일이 부착한다면 비용이 추가되겠지만, 처음부터 포장지나 박스에 표식을 부착한다면 사실 비용이 크게 추가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맥주나 음료에 점자를 부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캔을 만들면서 점자를 부착하는 것이 아니라 캔 자체를 점자형으로 찍어내면 비용은 추가되지 않아도 된다. 이런 방식으로 물품을 구별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샴푸와 린스를 구분하게 용기 목 부분에 홈을 파서 용기를 만들기도 하고, 전화나 신용카드에 홈을 파서 구분하도록 하는 방식도 시도되었다.

다시 탄핵소주로 이야기를 돌려보자. 광주지역에서 매우 인기가 높게 팔리던 탄핵소주는 박사모들의 지속적인 항의로 판매를 중지한다고 한다. 박사모들은 국세청과 제조사에 전화를 하여 왜 단속을 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탄핵이 안주거리냐며 전화로 고함을 질렀다. 누구에게는 환영을 받는 소주이지만 누구에게는 매우 화가 나는 일이다.

국세청은 세금을 다루는 곳이니 가격을 인상하여 판매했다면 세금을 더 부과할 뿐 다른 방법은 없다고 하였고, 제조사는 대리점에서 한 일이라 제조사에서 통제하기란 좀 어려움이 있다고 하였다.

탄핵소주를 만든 것이 대리점 사장의 상술인가, 아니면 탄핵을 원하는 개인적 소신의 애국심인가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특히 상술이라면 즐기는 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술과 담배는 필요악이라 하더라도 촉진을 하는 것은 예민한 부분이다.

탄핵을 바라는 소신이었다면, 개인적 소신을 상술로 연결한 것이 아니냐라든가, 고객 중에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는데 왜 형편을 지키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의견이 다르면 사 먹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적 의견은 서로 다르면 안 사 먹으면 그만이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치적 활동이 경제와 연결되어 형평성을 잃는다면 국민 갈등은 더욱 고착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꼴이 된다.

그러니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자신만 사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판매를 금해야 한다고 항의를 할 명분이 생긴다. 국민의 대다수가 그것을 원하고 있으니 소수자가 있다고 하여 판매를 금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실의에 빠진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또는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위해 한 것이라 하더라도 상대는 여론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항하게 될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판매를 중지하는 것이 아니라 기발한 아이디어였고, 오히려 국민들을 도운 것이며, 애환을 달래주었고, 누구도 자유가 있으니 판매를 하지 못할 이유는 없으나, 워낙 거세게 항의를 하고 협박 수준의 괴로움을 주니 포기하듯 판매를 중지하지 않을 수 없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소수인 장애인이 사용하기 어렵거나 정보접근이 되지 않아 곤란한 물건은 판매해도 되는가. 고객의 대다수에게 풍족함을 주고 원하면 판매할 수 있는 것이 자본주의다. 그러니 일부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들이거나 모두의 사용성이 보장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시각장애인이 운전을 하지 못해도 자동차는 판매한다. 그렇다고 자동차 회사가 그것으로 비난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장애인에게 정보나 사용성을 보장할 수 있음에도 무시하고 이익만을 생각하여 판매하는 것은 고객에 대한 존중이 없는 행위이고, 부도덕하다고 할 수 있다.

탄핵소주 건을 보면서 소수의 항의에 판매를 중단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업체나 제품들이 있는데, 장애인 접근성은 항의가 없어서 보장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더 작은 소수이기에 그런 것일까 생각하게 한다.

서로 양보할 수 없고 다투는 이슈가 아니라서 관심이 없는지는 몰라도 소수 고객에게도 정보와 사용성을 제공하는 것은 생산자의 책무이다.

최근 최순실의 관련 사건들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아서 뉴스는 인기가 높아지고, 드라마는 시청률이 떨어졌다고 한다. 5%의 고객을 포기하고 수익을 쫓는 것은 오히려 하나의 도의 인구를 고객에서 제외하고 판매하지 않는 소수로서는 매우 화가 나는 일이다.

최근 계란 값이 너무 올라 별로 남지도 않는 라면을 주문한다며 바쁜 점심시간에 4인용 탁자에 그것도 혼자 와서 라면을 시키니 팔지 않는다고 주인으로부터 거절을 받은 적이 있다.

돈을 더 받으면 되지 그렇다고 분식점에서 라면을 판지 않고 손님을 내쫓으니 나는 기분이 매우 나빴다. 공손하게 양해를 구한 것이 아니라 나는 내쫓겼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고객을 존중하는 사회적 정의가 있어야 고객은 그 회사와 거래를 하고 싶어진다. 제조업자가 어떻게 만드는가는 자유인 것 같지만, 비난을 받을 행동을 한다면 고객은 그 업체를 퇴출시킬 권리가 있다.

고객으로 인하여 살아간다는 마음을 가져야 환영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왜 장애인의 접근성과 사용성은 책무가 아니며, 고려하지 않으면 비난받을 일이 아닌가. 약자에게 힘을 보태어 같은 목소리를 내어 주는 공동의식이 없는 한 살만한 사회는 이룰 수가 없다.

고객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는 것이 최고의 기업될 자격이 있다. 이익은 그 서비스의 대가이어야 한다. 아무리 선풍적 인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차별이 되는 것은 어떤 이유라도 변명이 될 수 없으며, 그러한 도덕성이 결여된 상업적 행위는 환영받을 수 없다. 장사에도 진정한 뜨거운 가슴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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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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