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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택씨 아내’라는 이름이 자랑스러워집니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1-12 17:11:35
사람은 이름이 있죠. 이름이 그 사람의 얼굴이기도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분명 얼굴은 하나인데 이름이 여러 개인 경우가 있죠. 그 사람이 바로 접니다.

혹시 TV드라마 전원일기에 등장한 일용이를 아시나요? 제 아들이 일용이랍니다. 그래서 이웃들과 친지들에게 ‘일용엄마’라고 불리는데요. 그뿐이 아닙니다.

휠체어 성악가로 나름 유명한 ‘황영택씨 아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고요.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박금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직장 직위로 불리는 이름도 있답니다.

가끔은 여러 개의 내 이름을 돌아봅니다. 어쩌다 주민등록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들이 생겼을까를 말입니다. 이름은 참 신기합니다. 어느 이름은 그저 호명의 도구이고 어느 이름은 슬며시 웃음이 피어나기도 하고 어느 이름은 마음이 아려 오기도 하는데요.

그 이름이 바로 ‘황영택씨 아내’라는 이름입니다.

남편은 20대 후반부터 휠체어를 타게 되었습니다. 건설 사업을 하던 중이었지요. 커다란 콘크리트 파일이 남편을 향해 떨어졌습니다. 몇 차례 큰 수술을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된 것입니다.

저도 남편을 만나기전에는 청순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나를 따라다니던 남자도 많았고요. 발랄한 성격 때문에 인기도 많았지요. 그 많은 남자들 중에 남편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답니다. 교회에 다니겠다는 약속과 나를 공부시켜준다는 약속 때문이었죠. 그러나 남편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결혼한 지 5개월 만에 사고가 난 것입니다. 제 나이 23세였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산이 무너진 거였지요. 너무 큰 충격이라 놀랄 겨를도 없었답니다. 도리 없이 중환자실 바닥 생활부터 시작했습니다.

하반신 마비가 된 남편은 조금이나마 희망을 갖고 했던 재활운동도 손을 놓아 버렸습니다. 죽겠다고만 했습니다. 틈만 나면 옥상을 올라가고, 피우지 말라는 담배도 피우며 쓰레기통을 뒤지기 까지 했습니다. 약속했던 것들은 지키지 않았습니다. 나에게 왜 이런 고통을 줄까. 어쩜 이럴 수가 있을까. 서러운 날들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습니다.
어차피 내가 끌고 가야 할 삶이라면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지.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남편을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휠체어 테니스를 시작하도록 권했습니다.

휠체어조차 밀기 어려웠던 남편은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휠체어 밀기, 라켓 잡는 것, 공을 보는 것, 근력 운동 등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 남편을 내조하기 위해서 아침이면 물과 간식을 챙겨 테니스장에 나갔습니다.

종일 코트에서 지켜봐주고 저녁엔 같이 운동한 사람들을 불러 식사를 했습니다. 정보를 얻고 관계를 돈독히 쌓았습니다. 노력의 결과 남편은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전 세계 휠체어 테니스 투어를 했습니다.

그때, 저희에게 1억 2천만 원이라는 큰돈이 생기게 되었는데요. 그 당시 목동32평 아파트 값 이었죠. 주위에선 집을 사라고, 노후를 준비하라고 말씀하셨지만 전 과감히 남편의 새로운 삶을 찾는데 그 돈을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몇 년 동안 국가대표생활을 하던 중이었죠.

남편 나이 36세 때입니다.
남편은 대학을 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기만 아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원, 선생님, 학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잠이 오지 않는 날들이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으로 걱정하던 중, 출석하는 교회에 기도를 부탁했고, 기도의 응답처럼 과외선생님 두 분을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이게 하늘의 뜻인가 싶었습니다. 그 후, 남편의 공부를 열심히 뒷바라지 했습니다. 남편은 대학에 들어갔고 성악 전공으로 졸업했습니다.

지금은 성악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기 부여 강사도 합니다. 활발한 활동으로 여러 매체에 기사가 실리고 방송에 출연했습니다.

여전히 지금도 남편은 걸을 수 없고 용변도 자유롭지 못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 문득, 내 이름들을 돌이켜 보다가 ‘황영택씨 아내’라는 이름이 새삼 자랑스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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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박금주 (gjpark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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