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개학식 날이었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설렘과 걱정이 앞섰다. 누군가가 문을 열려고 했지만, 교실의 낡은 나무 미닫이문이 열리지 않았다. 잠시 후, ‘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체격이 좋으신 중년의 여자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선생님의 첫 마디는 “내가 너희에게 1년 동안 80%의 자유를 줄 테니, 20%의 책임을 져라!! 앞으로 너희들은 철없이 행동하는 초등학생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줄 아는 예비중학생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날부터 졸업식 날까지, 선생님은 우리에게 스스로의 행동을 책임질 줄 아는 인격체로 대하셨다. 생각 없이 행동했던 우리도 자신의 행동에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 먼저 생각하고 말과 행동을 하게 되었다.

오늘로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1,000일이 되었다. 사고가 난 후, 수습과정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배도 아직 인양되지 못했으며, 사고원인과 구조작업이 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는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또한 9명의 희생자들도 아직 바다 한 가운데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틀 전, 촛불집회에선 생존 학생들의 첫 발언이 나왔다. “우리만 살아남아 돌아와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왜 죄의식을 가져야 할까? 죄의식은 학생들을 보호하고 구조하지 못한 정부와 대통령 그리고 어른들의 몫이다.

우리는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달라고 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한다. 선출된 대통령은 우리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이용해 직무를 집행한다. 대통령의 권력은 막대하다. 막대한 권력만큼 그 책임도 따른다. 사고 당시 박 대통령이 5천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감의 있었다면, 세월호는 어쩌면 참사로 남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어떤 이들은 ‘우연한 사고를 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느냐’고 반론도 제기한다. 설령 우연한 사고라 치부할지라도 아이들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 정부와 대통령에겐 이들을 구조할 책무가 있었다.

자신만 살아남겠다고 배와 승객을 버리고 달아난 선장에게도 시간이 있었다. 사태파악을 하지 못한 해경과 정부기관에게도 시간이 있었다. 모든 정부기관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대통령에게도 시간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다른 이의 슬픈 소식으로만 여기고 ‘이제 그만 하자’고 말했던 우리 모두에겐 진상규명을 요구할 수 있었던 시간이 있었다.

우리 모두는 자유를 갈망하는 민주주의를 사랑한다.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선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그 누구도 세월호의 진실 앞에 ‘책임이 없다’고 말하지 못한다.

다시금, 우리에겐 꽃이 피는 4월이 돌아온다. 봄이 오기 전, 진실을 밝히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대통령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정재은 칼럼리스트 법학을 전공하고 법학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장애인 관련해 10여 가지의 법들이 존재합니다. 법은 존재하지만 상황에 맞게 해석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알면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지만, 모르면 두려움의 대상이 바로 법입니다. 법이라는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을 장애인 문제와 함께 풀어나갈 수 있도록 쉬운 칼럼을 쓰고자 합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