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는 8년 전에 이혼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말이 합의 이혼이었지 사실상 이혼을 당했다고 한다. 시각장애인으로 결혼을 하여 2남 1녀를 두고 살았으나, 성남에 목욕탕을 운영하고 6층 건물을 가진 비교적 부유한 처가에서 처가살이를 하다가 무능력하다고 비난을 받다가 장모의 강요에 의해 이혼을 하였다는 것이다.

이혼의 조건은 자녀들에 대하여 공동친권을 가지는 것으로 하고, 양육권은 어머니가 가지고, 아버지는 면접교섭권을 인정하여 월 2회 1박 2일 자녀와 지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학 때에는 일주일 정도 아이들과 지낼 수 있도록 하였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어머니가 양육하는 태도에 불만을 가진 김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처가에서는 아버지의 면접교섭권에 대하여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아버지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아이들에게 같이 있어 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과 이혼한 편모 아래 성장하는 아이들이 교육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염려하여 자녀들과 면접하는 시간 동안 교육에 도움이 될 만한 계획을 짜서 캠프도 가고, 영화도 보고, 운동도 하고, 독서도 하고, 공부를 지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보고 싶을 때에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자주 아이들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어 두기도 했다.

이혼한 지 6년째가 되던 2014년 김씨는 장모로부터 가택침입을 했다는 고발을 당했다. 아이들을 면접한 후 집에 데려다 주면서 헤어지는 장면을 사진 찍기 위해 내려진 셔터 사이로 손을 넣어 촬영을 하였는데, 손이 집안으로 들어왔으니 가택침입이라는 것이었다.

서로 이런 감정싸움이 잦아지자 서로 감정이 격해지게 되었다. 김씨는 이런 고발을 당하자, 혹시 죄가 인정되어 면접권을 빼앗기는 재판의 자료증거로 활용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떨었다.

다행히 고발사건은 무혐의로 처리되었다. 살림을 하는 6층이 아니라 1층 입구에서 일어난 일이고, 1층은 목욕탕으로 누구든지 통행하는 공적 공간이라는 점, 손이 셔터 안으로 들어갔으나 침입을 하여 무엇인가 몸 전체가 침입을 하여 불법을 저지르려는 의도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2015년 초겨울 김씨는 다시 고소를 당했다. 아이들과 면접을 하는 시간에 다친 것을 즉시 말하지 않았다거나, 공부를 잘 하지 못했다거나 아버지가 말하는 데에 졸고 있다는 이유로 자주 때리기도 하고, 가을날 매미를 입에 넣게 하여 학대를 하였으며, 아이들이 취학을 하는 데에 주소지를 변경하여 주지 않아 방해를 하였고, 어머니를 욕하도록 강요하여 녹음을 하고, 면접시간이 아님에도 전화를 하여 숙제검사를 하는 등 장시간 전화를 하여 아이들을 괴롭힌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서 출석명령을 받고, 김씨는 상담을 해 왔다. 상당히 조리가 없고 장황한 대화를 요약해 보니 이런 내옹이었다.

여름이 아닌 가을에 매미가 어찌 있느냐, 자신은 곤충채집을 하는 방법을 교육적 차원에서 지도한 것 외에 괴롭힘은 없었다. 그리고 엄마를 욕하게 강요하여 녹음한 것이 아니라 처가에서 자신을 심하게 욕하는 것을 아이들이 이야기하기에 녹음해 둔 것이다.

아이들이 다친 것을 치료해 주기는 했지만 때리거나 잠을 재우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단지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자 역할을 하기 위해 구화자격증도 따고,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없는 것이 미안하여 아동시설에 가서 봉사도 하였다.

취학은 사실확인서만으로 허락이 되므로 주소지 이전과는 무관하다. 형제들끼리 심하게 싸워 종아리를 두 대 때린 적이 있으나 반성하며, 전화로 숙제를 간섭한 것은 양육을 위해 부모로서 한 행위였다고 주장하였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이다. 그러나 장애인과 이혼하고 아이들과 만나는 것을 몹시 싫어하여 미워하는 감정과 면접권을 박탈하기 위한 과장되거나 조작된 고소일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장애인 가정의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걱정되었다.

김씨는 몹시 흥분하였고, 자신이 전과자로 낙인 되면 아이들과 만나는 데에 결격 사유가 될까 염려하여 몹시 불안해하였다. 그래서 경찰조사에 동행해 주기를 원하였다. 말에 조리가 없고, 아이들과 찍은 모든 사진을 펼쳐 놓고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늘어놓아 2년 전 고발사건 조사 때에도 조사가 잘 이루어지지 못하여 동행한 적이 있었다.

나는 1월 4일 조사를 가기 전에 먼저 조사관에게 동행에 대하여 허락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가 2일 경찰서를 방문하여 동행허가 요청을 말하려고 하였으나 담당자가 자리에 없어 다른 조사관에게 말하였더니 문제없으니 같이 오라고 했다고 했다.

1시에 조사실 복도에 도착하자, 조사관은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리고 경찰관들 사이에서 동행자의 참여에 대해 논의하는 듯했다. 한참을 지나 조사관은 여성 청소년계는 비밀이 필요하고, 조사받는 사람의 자리에 의자가 하나밖에 없으니 최종 진술서를 검토하는 시간에 진술서를 보여줄 것이니 동행자는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몇 시간 동안 복도에서 기다릴 수 없으니 동행이 아니라면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장차법 26조에서는 사법절차에서의 차별금지로서 동행자나 조력자의 참석을 거부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4조에 의한 인적, 물적 조치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의자가 없으니 참여가 어렵다가 아니라 의자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인권위 여러 판결문에서 조사과정에서 동행자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에 조사한 것 역시 차별이라고 하였고, 수사 전 과정에 동행을 허가하여야 한다고 한 바 있다.

경찰이 조사하면서 김씨에게 당신을 조사하는 것이지, 동행자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므로 동행자가 옆에 있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단다. 다른 사람의 조사에서 진술서에 조력자 참여를 같이 기록하고 조력을 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서초경찰서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변호사도 아니면서 수사에 대리로 말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수사를 방해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수사과정에 개입하여 사건을 왜곡하거나 방해하려는 것도 아닌데, 장애인의 권리로서 조사과정에서 편의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 거부되고 보니 아직 사법부의 인권의식은 너무나 미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조사에 동행한 경우, 조사관은 조사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너무나 고맙다고 감사의 말까지 들었지만 이번에는 참석할 이유가 없다며 거부 되고 보니 김씨에게 차별에 대하여 진정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또한 그 사람이 결정할 문제이고, 그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진정을 권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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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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