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사랑이 씌여진 이미지. ⓒ최선영

푸른 바다 내음이 짙게 퍼지는 작은 섬마을에 평소와 다른 술렁임으로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서울로 공부하러 떠났던 청년이 섬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섬마을 사람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나누며 바쁜 일손을 잠시 멈추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육지로 유학을 떠났던 그 청년은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우수한 학생으로 열심히 공부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그 청년은 부모님뿐 아니라 마을 전체의 자랑거리였습니다.

모두의 자랑이던 그 청년이 휴학을 하고 섬으로 돌아왔습니다. 두 발로 씩씩하게 꿈을 향해 달려가던 그 청년은 목발을 의지한 채 힘겨운 걸음으로 장애인이라는 그에게는 생소한 이름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섬으로 돌아온 청년. ⓒ최선영

가난한 섬마을에서 태어나 모두의 희망으로 최선을 다하며 공부만 했던 그에게

내려진 시련은 감당할 수 없는 무거움이었습니다.

출렁이는 파도 물결에 마음을 던져 보기도 하고, 푸른 바다 내음에 품었던 꿈을 접어 보기도 하고, 한쪽 다리를 잃은 그의 몸은 건강했던 마음까지도 시들어져 가게 만들었습니다.

“하늘이 내린 저주…. 살 희망도 살 가치도 없는 인생….”

그 청년은 그렇게 남은 한쪽 다리와 두 목발을 볼 때마다 혼잣말을 힘없이 내뱉었습니다.

마을 한 귀퉁이에서 마을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던 어린 시절~

그들을 바라보며 아무도 오려 하지 않는 작은 섬마을을 지키고 있는 그들을 위한 의사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었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꿈을 가진 그에게 하늘은 왜 이런 시련을 주는지 그 청년과 그 청년의 부모님 그리고 그 섬에 사는 모든 사람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섬에 아름다운 긴 머리카락을 날리며 나타난 그녀가 오기 전까지는….

아침에 눈을 뜨고 청년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오른쪽 다리를 만져 보는 것이었습니다.

“밤새 건강하게 달리고 있었는데…. 역시 꿈 이었어… 이제 나에게 오른쪽은 없어 없다고”

청년은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치며 소리쳤습니다.

미소와 희망을 잃어가던 청년의 일상에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서울에서 간호사가 마을의 작은 보건소로 오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환한 얼굴로 환자들을 대하고 따뜻한 말로 위로를 아끼지 않는 그녀의 미소는 그 작은 섬 전체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절망으로 시커멓게 멍들어 가던 그 청년까지도….

바다를 거닐기도 하고 푸른 하늘의 뭉게구름을 따라 두둥실 마음이 들떠보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 이틀…. 그리고 함께 하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그들의 사랑도 깊어져 갔습니다.

그녀를 향한 그 청년의 마음이 깊어질수록 그 청년은 괴롭고 힘들었습니다.

그녀를 더 가까이 더 깊이 사랑하면 안 된 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 청년은 자꾸만 다가서는 그녀를 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그림자가 오지 못하도록 말도 못되게 하고 화도 내어보며 그녀가 싫어할 만한 행동만 골라 했습니다. 그럴수록 그녀는 더 가까이 그를 향해 다가갔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그녀가 그 청년을 조용히 바닷가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의 남은 왼쪽 다리를 만지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을 이어 갔습니다.

“난 당신보다 나이가 여섯 살 이나 많고 다른 사람도 사랑했었고 이별 때문에 죽고 싶을 때도 있었고. 모든 희망을 버리고 내 모든 삶을 잊기 위해 이곳으로 왔어요. 나를 잊고 살고 싶어서...

그런데 당신을 만나고 난 새 희망이 생겼고 지금 이 순간의 내 삶을 사랑하며 가꾸고 싶어졌어요~.

당신의 다리가 하나 밖에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에게 걸어올 수 있는 하나의 다리와 두 개의 목발이 있고 나를 안을 수 있는 건강한 팔과 나의 머리카락을 만질 수 있는 건강한 손가락이 있다는 마음으로 나의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사랑해 주면 안 돼 나요? 그리고 의사가 되겠다는 당신의 꿈…. 저와 함께 더 아름답게 펼쳐볼 수는 없나요?”

그 청년은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그녀를 보내기에는 너무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하나님께서 왜 이토록 큰 시련을 그에게 주셨는지를.

고작 다리 하나 없어졌을 뿐인데 지금까지 세상을 다 잃어버린 것처럼 섬 안에서 자신을 숨기며 세상을 향해 화를 내고 하늘을 보며 원망하고 있었던 것을 그런 자신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그 청년은 그녀를 품에 넣으며 말했습니다.

“내게 주신 시련은 당신을 만나기 위한 길이었고 나의 잃어버린 다리는 고통 받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도구였어. 당신이 함께한다면 더 큰 꿈을 향해 갈 수 있을 것 같아 나와 끝까지 함께 갈 수 있겠어?”

그녀는 눈물 섞인 환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환한 미소를 짓는 남녀. ⓒ최선영

그들은 그곳을 떠나 그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렸고 꿈이 현실이 되던 날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사랑하며 섬기며 살았습니다.

그들만의 아름다운 사랑을 모두에게 나누며….

고난을 통해 피어난 사랑-목발 그림. ⓒ최선영

그들만의 사랑을 멀리서 지켜보던 어린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 소녀는 매우 아팠고 2년을 그 섬에서 지내다 그들이 그곳을 떠난 뒤 그 소녀도 건강을 되찾고 그곳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 어린 소녀가 숙녀가 되어 그 섬을 다시 찾았을 때

그들만의 사랑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들만의 사랑에 말없이 박수를 보내며 아름다운 그들만의 이야기를 가슴에 담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어린 소녀가 보았던 그들만의 사랑 이야기를 작은 노트에 담았습니다.

노트에 담긴 그들만의 사랑. ⓒ최선영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최선영 칼럼리스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졸업 후 디자인회사에서 근무하다 미술학원을 운영하였다. 현재는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며 핸드메이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동화형식으로 재구성하여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언어로 담아 내려고한다. 동화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선의 폭이 넓어져 보이지 않는 편견의 문턱이 낮아지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어우러짐의 작은 역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