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 늦가을부터 활동보조인 예산 확보를 위하여 장기 천막농성과 삭발투쟁, 단식농성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지난 2일 국회에서 최종 통과된 예산은 그 간의 노고를 위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지만 모두들 수고 많았고 고생이 많았다. 그리고 다시 시작이다.

이제는 2018년도 예산을 위해 다시 신발 끈을 졸라매야 할 시기이다. 하지만 2018년도 예산확보의 분위기는 다양한 시장 환경변화로 암울하고 더 어려울 것으로 예측 된다. 대내외의 환경들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는 탄핵정국으로 인한 국정운영의 공백이 가장 큰 암초이다. 벌써 많은 곳에서 불안함이 표출되고 있다. 또한 1천300조 원을 훌쩍 넘긴 가계부채는 사상 최고수준이고 공공부문 부채도 사상처음으로 1천조 원이 넘었다고 한다. 가계부채 문제가가 터지면 국민경제 전반이 무너진다는 불안함이 팽배해지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트럼프 미국대통령 당선의 그림자이다. 선거 내내 트럼프는 한미국방에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며 한국정부의 추가예산을 공개적으로 요구했었다. 한미 FTA로 미국이 적자를 보고 있다고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미 국방비의 부담 상승, 한·미 자유경제무역의 재점검으로 인한 무역수지 악화가 예상되고, 최근의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어려운 한국 경제의 어깨에 커다란 짐이 되고 있다.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집권 때마다 복지의 잣대가 달랐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집권을 하면 사회복지에 대한 투자는 민주당이 집권할 때보다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뉴스의 자막에 ‘빚내서 하는 복지 반대’라는 자막을 보고 단단히 준비해야겠구나 생각을 했다.

위와 같은 숨을 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산재한 굵직한 악재들과 함께 정치적인 불안도 암울한 전망을 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정신 차려야 할 때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가장 쉬운 복지예산에 눈독을 들이며 삭감의 칼날을 들이댈지도 모른다. 오를 때는 가장 늦게 쥐꼬리만큼 오르고, 깎일 때는 쏜살같이 가장 먼저 깎이는 것이 힘없는 자들을 위한 예산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산이 있어야 제도가 움직이고, 실질적인 정책이 되어야 장애인의 삶이 개선된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다. 활동보조, 보조기기, 특별교통수단, 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각종 바우처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이 예산과 한 몸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이것을 위해 가을 국회가 시작되면 많은 장애인 단체들이 여의도를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가을 국회가 열리면서 시작되는 예산투쟁은 그 시기가 한참이나 늦은 것이다. 보통 5월경에 정부예산이 결정이 되는데 2017년도 예산이 확정된 지금이 2018년도 예산 확보를 시작하는 가장 적기일지도 모른다.

국회보다 먼저 각 부처에서부터 차기년도의 예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국회의 작업은 그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으로 충분히 체험을 했다.

누구는 예산확보는 로비의 힘이라고 한다. 또 누구는 국회의원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거리는 정성이라고도 한다. 로비에 소질이 없는 투박한 우리로써는 참 낯설어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적극적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장애 진영이 얼마나 계획적으로 설득하고 있는지도 돌아보아야 한다. 예산 확보는 당위성, 우선순위, 이해관계 등의 복잡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가장 순위가 높은 당위성을 위해 얼마나 적절한 논리와 합리적인 근거 자료를 준비하고 있는지도 돌아보아야 한다.

스웨덴에서 1994년부터 활동보조에 대한 직접지불제를 시행하게 된 이유도 장애인단체에서 그 당위성을 설득하고 실질적인 증명을 하기 위해 시범실시를 실시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들이대면서 합리적으로 추진한 결과라고 들었다.

확고한 신념을 기반으로 다양한 전술과 전략으로 장애인의 실질적인 삶을 증진하는 예산확보에 주력할 때이다. 물리적 행동만으로는 예산확보가 어려운 시기가 되었다. 그들도 극단적인 행동에 대처하는 내성이 생겼다.

우리 스스로가 냉정한 잣대로 장애관련 예산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전달체계에는 문제가 없는지, 절약할 구석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효율성의 예산배분은 예산확보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진영도 서로가 견제하면서 또한 지지하는 합리적이고 성숙한 예산투쟁을 고민해야 한다. 각자의 주장만이 아니라 전체를 돌아보며 우선순위를 정하고 집중하고, 그리고 다음을 기약할 줄도 아는 미덕이 장애인 전체의 삶의 증진을 위한 목적의 예산투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사다난했던 2016년도가 서서히 저물어간다. 올해보다 더 나은 새해를 꿈꾼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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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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