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5일 장애인기본법제정추진연대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장애인기본법 제정 토론회. ⓒ서인환

장애인단체들을 중심으로 장애인기본법을 제정하자는 연구와 운동이 있고,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하자는 연구와 운동이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현행 장애인복지법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장애인복지법이 장애인 관련법의 대표법과 같은 위치에 있으나 다른 법률들과 동급으로 상호관계가 모호하다.

장애인 관련 법안들이 현재 18개가 있으나 앞으로도 계속하여 필요한 법을 제정할 경우 법은 더 많아질 것이고, 장애인 정책을 법으로 담아 시행하기에는 상당히 복잡하고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장애인복지법은 대표 법으로서의 위치로 적합하지 않다. 특히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전담부서가 포괄적인 정책을 감당하기에는 부적절하다.

다음으로 장애인복지법은 이미 패러다임의 변화를 충분히 수용하기에는 이미 그 틀이 노후하다. 장애인권리협약의 비준으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접근을 법적으로 하고 있는 듯하지만, 이를 충분히 이행하기에는 권리협약은 하나의 원칙만을 담고 있는 선언적 의미로서 세부적인 이행 방법이나 이행의 수준을 담고 있지 못하다.

장애인복지법에서 추구하는 목적인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각 조항들에서 다루고 있는 수준으로는 목적 달성이 충분하지 못하다. 권리의 보장 체계나 방안이 소극적이거나 모든 장애인에게 필요한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 권리는 선언적이고, 이행 수단은 임의적이거나 한정적이다.

미국에서 장애인법과 재활법, 일본에서의 장애인기본법과 차별금지법 등과 같이 장애인 관련 법률들을 재정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껴진다.

장애인복지법은 이념이나 목적에서는 사회적 모델을 담고 권리모델을 제시하는 듯 하지만 개별적 조항에서는 재활모델을 그대로 담고 있어 이 역시 체계가 잘 맞지 않다.

그래서 장애인복지법을 새롭게 제정해야 하는데, 그 이름을 기본법이라고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자립에 필요한 조항들은 별개의 법으로 제정하여 분리하자는 것이다. 그런 다음 장애인복지법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기본법의 제정을 주창하는 이유로는 장애인 관련법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것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반영으로 새롭게 쓰자는 것, 그리고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체계를 갖추자는 세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장애인을 위해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선언이 아니라 어떤 시책으로 접근성을 보장할 것인지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구체책이 무엇인지 제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접근성은 단순히 건축물에 한정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구성을 장애인복지법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장애인위원회를 상설기구로 하자는 운동이 전개되었으나 큰 진전을 보지 못했고,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제안이 되었으나 이를 이루지 못했다. 법의 개정이 아닌 새로운 법을 제정하면서 정책을 국회에 보고하고, 위원회를 구성하고, 당사자의 참여로 정책이 만들어지도록 구성하자고 하면 훨씬 근본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체계를 갖출 수 있다고 본다.

사회복지사업법은 공적 서비스와 민간의 서비스를 구분하여 법을 두 개의 법률로 나누었으나, 장애인의 정책은 국가의 책임이므로 둘로 나누지 않고 권리와 자립으로 나누자는 의견이다.

권리의 보장과 사회적 보호, 장애인이 통합된 유니버셜한 사회환경의 구성을 위해 법률은 새롭게 제정될 필요성이 있다.

2017년에는 장애인등급제가 폐지되는 만큼 장애인복지법의 대안 법률이 제정되어 시혜적 복지 서비스가 아니라 권리의 보장으로서 평등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장애인권리협약에서 언급된 장애인의 권리가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게 이행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장애인의 삶에 혁신이 올 수 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