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건강법)의 시행을 앞두고 장애인 의료전달체계(부산대의대), 장애유형별 건강검진 매뉴얼 개발(충북대의대), 중증장애인 건강관리의사 제도 모형 개발(건강보험정책연구원) 등의 과제를 용역, 11월 24일 이룸센터에서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장애인단체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발표는 확정된 정부의 안이 아니라 연구자들의 결과발표이므로 최종적으로 어떠한 모양새로 건강법이 이행될지,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어떻게 마련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렇지만 법에서는 ‘주치의제도’라고 하였는데, 발표에서는 ‘건강관리의사’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생소한 감이 들었다.

건강보험공단의 빅 데이터를 이용하여 장애인의 건강관련 자료를 재구성해보면, 의료진이 장애이해가 부족하다거나 접근성이 좋지 않다거나 이동이 불편하여 의료 서비스를 잘 이용하고 있지 않으며, 외래진료가 적은 대신 병을 키워 입원 서비스는 비장애인에 비해 크게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의 저시력 클리닉 등 장애인 전문 서비스가 아직 제대로 정착하고 있지 못한 서비스도 많다. 일부 바우처 제도로 시행되고 있는 재활 서비스가 의료영역인가도 명확히 정리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법에서 운동재활이 서비스로 포함되었으니 다른 재활 서비스(법에서는 신체적, 정신적 재활이라고 하였음)도 보험적용을 받을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의료 영역에 들어가 오히려 재활 서비스 종사자의 전문성이나 자율성을 해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건강법 제16조에서 국가나 지자체는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주치의 제도를 시행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되어 있다. 장애인의 건강검진 후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장애인에게 건강관리사업을 하도록 하고 있는 조항은 별도로 있는데, 건강관리사업은 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임무이다.

이러한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의료진을 건강관리의사라고 부를 만한데, 연구에서는 주치의를 건강관리의사라고 하였다. 건강관리는 별도로 필요하지 않으나 주치의는 필요한 장애인도 있을 것이다.

물론 주치의의 주요 업무가 장애인 개인의 건강관리일 것이다. 그리고 법에서 대상을 중증장애인이면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하였으므로, 건강관리사업의 대상자와 일치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건강관리사업팀이나 주치의는 성격이 다를 수 있다. 물론 건강관리팀의 의사가 주치의를 맡을 수도 있다. 또 법에서는 방문 진료도 하도록 하고 있어 주치의면서 건강관리 담당의사이면서 방문진료의를 모두 겸할 수도 있다.

건강관리의사는 장애로 인한 합병증이나 만성질환을 주로 진료하고, 직접 진료를 주로 맡는다면 주치의는 장애와 무관한 독감, 욕창 등 전반적 의료 서비스를 담당할 것이고, 직접 진료도 가능하겠지만 다른 의료전문가와의 연계를 주로 맡아 종합적인 개별화 서비스를 통한 관리자를 말한다. 주치의를 건강관리의사라고 호칭하면 장애인은 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의사와 혼동할 수 있다.

건강보험이 지급한 장애인의 진료비는 연간 10조 2천억이며, 그중 입원비는 약 5조원, 외래가 3조 8천억, 약국이 1조 4천억인데 비해, 비장애인은 총 48조원 중 입원은 16조, 외래가 21조, 약국이용이 11조원이다.

장애인인구 5%가 건강보험료의 약 20%를 사용하고 있으며, 외래보다 입원비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건강법은 장애인에 대한 건강보험료의 증대를 가져올 것인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감소를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방으로 인하여 만성이나 합병증 등은 법 시행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장애나 희귀난치성 등에 대한 치료비는 장기간 지출하여야 하므로 감소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다. 만성질환으로 인한 지출이 6조에 달한다.

주치의제도(연구에서는 건강관리의사)에 대하여 600명의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주치의를 이용할 의향은 50% 정도로 지체장애와 신장장애인은 의향이 절반 이하였다. 그리고 선호하는 의료기관은 종합병원이나 상급병원, 병원 순이었다.

연구 결과 주치의 이용 대상은 중증장애인 중 건강위험요인, 자기관리능력 등을 고려하여 판정을 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었고, 주치의의 기능은 서비스를 하는 연계로 문지기 기능이라 하였다.

문지기를 위한 상담이나 건강 체크, 자문 등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건강관리로 건강상태 평가, 건강생활 계획 수립, 진료 알림, 진료, 전화상담, 방문진료, 서비스 조정, 환자정보관리를 업무로 보았는데, 자문이나 상담이 아닌 관리 측면으로 설명되어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주도적 서비스 이용보다 의료 서비스에서의 이용 장애를 보조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필요한 자로 장애인이 표현되어 버렸다.

주치의는 환자 정보 등록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절할 수 없고, 주치의의 변경은 1년에 1회에 한하여 가능하게 하도록 하였다. 주치의를 통하여 필요한 의료 서비스 욕구의 충족보다는 관리 대상자가 되는 것이 불편한 장애인도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구에서는 관리를 잘 하는 주치의는 보상제도도 제안하였다. 주치의의 진료는 건강계획에 의해 주기적으로 시행될 것이다.

주치의는 주치의가 되기를 희망하는 의사 중 별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로 하고, 주치의는 의원급 이상의 근무자로 하되 초기에는 인력확보를 위해 병원급 의사도 가능하도록 하자고 제안하였다. 이런 구조로 보아 장애인건강보건센터가 지역마다 설립되면 주치의는 여기에 등록하고 이 인력에서 주치의 대상 장애인에게 배정하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한다.

장애인 중 아직 적절한 주치의를 찾지 못한 경우 의료 종사자 인력 정보가 필요하므로 이러한 방식도 필요하지만, 이미 자주 이용하고 신뢰하고 있는 의사가 존재하거나 오랜 기간 장애를 진료해 온 실재상 주치의 기능을 하고 있는 의사를 두고 있는 경우 장애인과 짝을 지어 등록만 하면 되도록 하는 것도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위해 필요해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수술한 의사나 장기간 신뢰하고 서비스를 이용한 의사와 결별을 하고 새로운 관리자가 등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여성이 임신을 하면 출산과 그 이후까지 한 병원을 정하는 경우 스스로 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주치의의 수가는 진료 건수제와 장애인 담당 인당제를 병행하고 인센티브제로 보완하자는 의견을 내었는데, 한 의사가 많은 장애인을 무리하게 주치의로 맡을 경우 서비스가 저하되거나 과잉진료를 유발할 수도 있어 이를 장애인보건건강센터의 관리나 감시보다는 이용자 당사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며, 이용자의 모니터링이나 별도의 모니터링 기관을 당사자 단체에 맡겨도 좋을 것이며, 이용자가 만족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해고를 하듯 변경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도 주치의를 변경하고 싶으면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주치의의 서비스 연계나 의뢰를 통하여 장애인이 원하지 않는 개인의료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서비스 연계에서의 장애인 건강 정보제공은 반드시 당사자 동의나 통보를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주치의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행되는 제도로서 주치의는 건강을 전반적으로 지켜주는 것이 주 업무이므로 장애 유형별 전문가나 재활의학 종사자의 전유물처럼 되어버리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도록 하고, 교육에 있어 행정이나 장애인이해, 에티켓 등의 건조한 형식적 교육보다는 진정한 장애감수성과 장애인의 권리를 교육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만의 교육기관 지정이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 단체와 협력하는 교육기관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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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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