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호 사진작가의 작품들.ⓒ서인환

11월 4일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권기호 사진전이 있었다. 권기호 작가는 뷰스튜디오를 경영한 적이 있으며, 현재는 장애인 활동보조인을 하고 있는 정신장애인이다. 이번이 2회 전시회로 1년간 작품 활동을 통해 38편의 작품을 준비했으며, 액자비만 받고 작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권기호 작가는 정신장애인이지만 정신장애인 사진작가로 불리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냥 ‘사진작가 권기호’이기고 싶기 때문이다. 사신전의 제목은 ‘풍경, 느낌을 그리다 2’로 지난해 전시회의 연장선에서 같은 제목을 달았다. 이는 연속적인 작품탐구를 의미한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순간을 포착하는 행위이고, 하나의 발견이기도 하다. 순간적인 포착만 잘 하면 작품이냐며 다른 장르의 작품 활동은 산고의 고통이 많은데 사진은 그러한 작품을 만들기 위한 고통이 없지 않느냐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사진작품 활동은 발견보다는 발명의 의미가 강하다. 발견과 발명은 있는 것을 찾아내느냐, 창조적으로 만들어내느냐가 기준이겠지만 사진을 통해 감정을 만들어내고 사진이라는 언어를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창조하기에 발명이라고 하는 것이다. 혼을 넣은 사진은 산고의 어려움보다 우리 마음에 일으키는 파장의 크기가 더 중요하다.

권기호 작가에 대한 부인 원회진 씨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원회진 씨는 권기호 작가와 몇 년 전 결혼을 하였고, 장애인 활동보조인 교육 등 인식개선과 종사자교육을 하고 있으며 한국장애인연맹의 활동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집에 들어오는 남편은 신난 얼굴로 오늘 건진 것이라며 사진을 보여준다.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나는 오랜 시간 고민을 했다. 그리고 내린 나의 답은 ‘행복해지는 것’이었다.

나의 남편은 조울증과 10여년 생활을 하고 있다. 감정 조정에 대한 문제는 누구나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참 애매한 위치가 남편의 위치가 아닐까 한다. 신체적으로는 누가 봐도 아무렇지 않다. 사회생활 활동 또한 크게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생활은 늘 선택의 기로에 있고 사람과의 만남 속에 많은 부딪침 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한 활동을 생활을 물 흐르듯이 따라가기가 어렵다. 정신적 장애에 대한 이해도 많지 않은 사회 속에서 더구나 장애등급이 없는 상태로 생활을 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장애등급으로 등록이 되지 않아도 장애는 남는다)

남편과 함께 생활하며 즐거운 무엇인가를 찾고 싶었다. 자신감을 가진 남편을 보고도 싶었다. 어렵게 새로운 것을 찾아내기보다는,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찾아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 사진을 찍는 것만큼 신나고 즐거운 일은 없다.

2015년 풍경, 느낌을 그리다. 권기호의 첫 사진전 날 남편은 온몸으로 긴장을 하고 있었다. 즐겁게 보내고자 한 전시회는 긴장으로 시작되었다. 2016년 풍경, 느낌을 그리다2. 두 번째 사진전을 남편은 웃음으로 맞이하였다 작년의 긴장이 여유로 바뀌었다.

일상에서의 행복이 테마이기에 특별한 장소에서 시간을 정하여 사진을 찍는 것은 아니다. 둘이 전철역으로 걸어가다 갑자기 남편은 멈추고 핸드폰을 커낸다. 아파트 벽의 담쟁이가 카메라에 담긴다. 커피를 타서 가방에 넣어 카메라를 매고 멀리 가는 날도 있다.

사진을 찍으며 동료들과의 작은 모임도 만들어졌다. 사진이 찍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목적으로 오는 동료들도 있다. 몇 시간을 같이 걸으며 대화하며 그렇게 행복한 시간이 간다.

권기호 작가의 주제는 풍경이다. 이를 세부적인 소재로 보면 꽃, 물, 빛, 생명이고 이는 계절과 연관되면서 인생과 행복과 연결된다.

작품 ‘환생’은 여린 겨울 나뭇가지에 열매가 달려 있고, 가지에 해가 걸려 있다. 우리는 매일 아침 환생하듯이 눈을 뜬다. 그리고 장애인이 된다는 것은 새로운 환생이다. 장애인이 되면 그 동안의 인맥을 지우고 한참 방황을 하다가 장애인계의 새로운 인연을 맺어간다. 장애가 기능불능이라는 점이 아니라 새로운 삶이라는 의미에서 죽음이다.

장애에서 재활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장애인이 된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삶이다. 겨울과 같은 사회적 냉대 속에서 암담함이 있지만 그 속에서도 삶에 필요한 새로운 빛과 따스함이 존재한다.

작품 ‘길’은 원근법에 의해 점점 좁아지면서 한 점으로 모아지고 그 곳에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작가는 인생이라는 길에서 한 점으로 맺어지는 곳의 행복이라는 그 무엇인가 의미를 찾고 싶어한다.

작품 ‘구름’은 하늘에 구름이 떠 있는 풍경이다. 그리고 하늘 아래에 바다가 펼쳐져 있다.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주는 곳이고, 모든 세상을 돌아 물이 모이는 곳이다. 그 바다를 방파제 콘크리트 더미가 마치 정신장애인의 치료제 캡슐처럼 널려 있다.

제목이 바다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인데, 구름이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바다도 출렁이고 움직이는 역동성이 있다. 작가의 모든 작품에는 움직임이 있다. 사진이라는 정지된 화면에 적어도 빛이 뻗어나가는 움직임이라도 들어 있고, 가지가 바람에 흔들릴 것 같은 장면이나 꽃의 표정 등으로도 움직임은 표현된다. 정지돤 화면에 동작을 넣은 것은 중요한 작품의 요소이다. 그러한 동적 역할에 구름이 더 잘 어울릴 수 있어서가 아닐까 한다.

권기호 사진작가의 작품들. ⓒ서인환

작품 ‘만남’은 한 가지에 두 송이의 꽃이 있다. 향가 제망매가를 연상하는 사진처럼 한 가지에 두 꽃이 서로 대화하는 것과 같다. 그 중 한 꽃은 장애인인 것 같다. 말이 아닌 표정이나 몸짓으로 많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장애인인식이 부족한 사람들보다는 차라리 꽃들이 더 좋은 만남이 아닌가 싶다.

제망매가는 누이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살아 있어도 죽은 이와 같이 거리감이 있는 대화가 단절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지적하는 아름다운 꽃들의 만남을 보여준다. 인간은 누구나 꽃과 같아서 드라마에서 ‘꽃보다 남자’ 등 ‘꽃보다’ 시리즈가 나온 것이 아닐까? 아니면 새로운 결혼생활의 행복의 꿈이 담겨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작품 ‘가로등’은 정신장애인의 외로움과 빛을 통한 사람들과의 교류, 인생에서의 행복과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자아의식 등을 표현하고 있다. 어둠 속에서 외로이 빛을 내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은 사진에서 작가는 행복과 존재의 이유를 찾고 있다.

작품 ‘연잎’은 사극 드라마 등에서 자주 인용된 ‘죽어도 살고 살아도 죽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서 연꽃을 연상하게 한다. 물결치는 세상 속에서 떠 있는 외로운 연잎 하나가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작품 ‘설목’ 역시 눈이나 얼음 등은 물의 한 변형체이고, 겨울은 작가의 관심사인 계절의 하나이다. 물이 여러 모습으로 변하여 존재하듯이 장애인도 다양성으로 한 완전한 인간임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양한 존재들은 각자 구름이든, 물이든 움직이는 존재로서 나무나 하늘과 어울리면서 아름다움을 나타낸다.

작가의 작품 속에서 장애를 발견하고 외로움이나 세상살이에서의 힘든 모습을 보여주지만 작가가 사진을 통해 행복을 찾듯이 행복은 아름다움으로 표현된다. 정신장애인들 중 사진을 직업이나 특기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설명하거나 설득할 수는 없지만 무언을 통해 자신들이 사회에 하고 싶은 말들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사진 속에서 아름다움을 감상하듯이 그들의 마음을 읽어내고 같이 행복해졌으면 한다. 그러한 것이 세상을 누구나 살만한 세상으로 바꿀 것이며, 장애는 개성이고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프레임 속 작가의 눈에는 풍경들도 살아서 느낌을 주는데 왜 사람들의 마음에는 장애인이 투명한 사물로 보이는지 답답하지만 사진전에서의 작품과의 만남은 행복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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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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