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소(좌측), 울타리(중앙), 소나기(우측) 자조모임이 연주하는 1부 무대. ⓒ서인환

나는 전국적으로 문화부의 권장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다양성 행사가 지역에서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가 궁금했고, 부산해운대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7년째 하고 있는 드림 페스티발도 한번 보고 싶었다. 그리고 뇌병변장애인으로서 조모가 세상을 떠나고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김선영 씨가 어떻게 자립을 잘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이러한 이유로 8일 부산 해운대문화회관을 찾았다. 입구에는 ‘부산시는 문화다양성을 추구합니다’라는 문구가 보였다. 장애를 다양성으로 사회인식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던 나는 무척 반가웠다. 다국적 가정을 다문화라고 하고, 소수자의 문화를 우리는 문화다양성이라고 한다.

문화회관에서 관람석에 있어야 할 의자들이 복도에 많이 나와 있는 것을 보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화관 측에서 경사로를 설치하고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관객들이 많이 올 것을 대비하여 많은 의자들을 뜯어 낸 것이었다. 이러한 협조가 놀라웠다.

안내 데스크에서 문화다양성 행사 프로그램을 확인해 보니 8일부터 13일까지 많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장애인문화로 해운대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공연인 드림 페스티발, 짜장면(짜증나는 장애인들의 면담) 팟캐스터, 어둠 속의 까페, 장애인인권영화제, 소수자로 1인 미디어 50인 중 김유리 연재작 지구인의 ‘한 가지 약속’, 다문화로 부산 사할린 동포 아카이브전, 이슬람 문화투어, 다국적 시낭송회, 북한음악 살롱, 이주여성영화제, 세대문화로 세대갈등 사전 약방문, 딱까리와 꼰대 네트워크 워크숍, 부전자전전, 가정문화로 가족의 다양성 아트 피크닉, 청년주거공동체 잘자리 오픈하우스 파티, 기타 행사로 문화다양성 도서전, 문화다양성 포스트 그림 전시회, 오프닝 특강과 다양성 시민학교, 편견과 차별을 이해와 존중으로 바꾸기 위한 20개 단체의 거리공연 등 너무나 풍성한 행사가 계획되어 있었다.

해운대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세 개의 공연팀(자조모임)이 있다. 소나기(소리를 나누는 기쁨)라는 센터장을 비롯하여 8인의 오카리나 연주팀이 있고, 울타리(마음을 울리는 기타 소리)라는 청년 남성 2인의 기타리스트, 하늘소(하모니카로 울리는 늘 푸른 소리)라는 7인의 하모니카 연주팀이 있다.

하늘소 소속의 연령이 70대에서부터 오카리나에서의 2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고, 장애 유형도 시각장애, 지체장애, 발달장애 등 매우 다양하였다. 공연은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장면해설, 자막, 수화가 제공되었고, 프로그램 안내는 점자도 준비하였다. 자막은 공연에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 무대 양측 천정부분에 마련하였다.

1부는 악기를 연주하는 공연이었는데, 악기를 연주하는 것을 보여주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었다. 먼저 스토리를 만들었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여 서로 사랑을 키워갔으나 서로가 다른 취향으로 다투게 되고, 이별을 하게 되었지만, 헤어지고 나서 다름을 서로 사랑하고 있었음을 알고 다시 만나 사랑을 이어가게 되었다는 스토리 속에 사연 사이사이에 연주를 넣었다.

사랑을 시작할 때에는 사월과 오월의 ‘장미’를 하늘소와 울타리가, 서로 사랑을 허락한 다음에는 이문세의 ‘행복한 사람’을 하늘소와 울타리가, 서로 데이트하는 장면에서는 동물원의 ‘널 사랑하겠어’를 울타리와 보컬 이상훈(시각장애)이,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아름다운 사랑의 고백에서 유리상자의 ‘아름다운 세상’을 울타리와 소나기가, 서로 헤어지는 장면에서는 김광진의 ‘편지’를 소나기가, 서로 그리워하는 대면에서는 대학가요제 상투스의 ‘에레스 투(그대 있는 곳까지)’를 소나기가, 다시 사랑을 하게 된 후 성악가 이지은의 특별출연과 오카리나 김정미 센터장이 영화 미션의 주제곡 ‘넬라판타지아(환상 속으로) 오카리나 공연을 하였다. 나는 오카리나가 아니라 팬플룻과 같은 웅장하면서도 애절한 감동에 전율을 느껴야 했다.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이야기야 통속적인 것 같은데, 여러 악기를 협연을 하는 것을 악기별로 번갈아 간다거나, 이야기를 듣고 감정을 이입하여 추억의 옛 노래를 듣고 있으니 7080 뮤직쇼에 온 것 같았다. 악기 연주를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컬과 관객이 노래를 같이 부르기도 하여 공연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고, 서로 다름으로 헤어졌으나 그 다름을 서로 사랑한 것이라는 것을 주제화하여 장애인의 문화다양성을 드러내어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하는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의상은 모두 검은 옷을 입되 자유로운 복장을 하였는데, 검은 옷이 누구나 한 벌씩은 있는 흔한 옷이라는 점에서 선택한 듯한데, 푸른 조명 속에 소수자로서의 초라한 모습으로 장애인을 보이게 하였다가 밝은 조명으로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이게 하기에 효과적이었으며, 소나기는 노란 장미, 울타리는 분홍 장미, 하늘소는 빨간 장미를 가슴에 달아 다양성 속에 통일성 있게 분위기를 만들었다.

2부는 해운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체장애, 발달장애인 자조모임 '뻔데기'의 어린왕자 뮤지컬 공연이었다. 뻔데기는 주름을 잡는다는 뜻일까, 길거리에서 팔리는 맛있는 저렴한 음식이란 말일까, 뻔뻔하다거나 뻔하다는 이야기일까? 뻔데기는 장애라는 껍질을 벗고 자유로운 나비가 되어 세상 속으로 다가가 기 위한 소통을 의미했다. 극복이 아니라 변화를 의미한 것이다. 어린왕자(배다혜)가 아주 작은 별에서 장미(하윤숙)를 키웠는데, 장미의 가시와 같은 성격에 별을 떠나 새로운 사람들을 친구로 사귀기 위해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모든 별이 자신의 것이라고 헤아리고만 있는 사업가(남희연), 너무나 작은 별이라 1초가 하루라며 가로등만 켰다가 껐다가를 반복하는 점등인(정미영), 모든 별들이 자기 것이라 허풍만 부리는 허풍쟁이(김윤정), 어린왕자의 장미는 의미 없다며 산과 강을 그리고만 있는 지리학자(최한주) 등을 만나며 사람들의 닫힌 마음에 비판을 가한다.

어린왕자의 동화를 쓴 생떽쥐베리(김중혁)가 그림을 화가의 꿈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으나, 아무도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고 꿈을 포기하고 비행기 조정사가 되어 사막에 불시착을 하게 되어 지구에 온 어린왕자를 만나게 되는데, 어린완자는 모자 같은 그림을 보고 코끼리를 잡아먹은 뱀이라는 것을 아는 것을 보고 마음이 통한다.

어린완자는 여우(윤미란)를 만나 사귀는 것은 길들이는 것이며, 길들이는 것은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장미꽃밭의 많은 꽃들을 보며 고향별에 두고 온 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가시가 싫었던 그 장미에게 사랑을 느끼고 뱀(정주현)의 도움으로 고향별로 돌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로 뮤지컬의 내용은 전개되었다.

마치 피티를 하듯이 스크린에는 각 장면의 도움 그림이 제공되었고, 발달장애인들의 뮤지컬은 박자가 잘 맞지 않거나 발음이 불명확한 것이 아니라 허풍을 떠는소리, 거드름을 피우는 소리, 반복되는 일에 피곤한 소리로 매우 배역에 잘 어울렸다.

내가 보고 싶었던 김선영 씨는 뮤지컬의 스토리 해설자로 마치 연설을 하듯 절규하며 사람들의 감정을 울리기도 하고, 이야기꾼처럼 솔깃하게도 하고,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말을 하면서 결국 스스로 눈물을 보였다.

이 공연은 많은 사람들의 재능기부와 노력봉사가 있어 가능했다. 무대, 음향, 조명, 분장 등 하나같이 내 일처럼 도왔다. 이 공연을 본 400여명의 부산시민들은 모두 박수를 아끼지 않았고, 사랑과 다름의 메시지를 느끼고 가슴에 감동을 안고 막이 내렸음에도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몰랐다.

장애인의 예술공연이지만, 다름이기에 오히려 서로 사랑해야 함을 알게 하였고, 장애인의 삶 역시 사랑이라는 동등한 가치의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나는 김선영 씨를 걱정하여 공연을 갔으나 그녀가,아니 공연을 한 모든 분들이 너무나 위대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서울로 돌아왔다.

어린왕자 뮤지컬 공연의 장면. ⓒ서인환

모든 출연진이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장면. ⓒ서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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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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