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족과 사회로부터 격리 돼 17년간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컨테이너에서 살아온 농인의 사연이 지역 방송을 통해 알려졌다. 선천성 농인인 김모씨는 비닐하우스에서 숙식을 하며 농장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인 김씨의 친형이 알고 지내는 비닐하우스 주인 부부에게 동생인 김씨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씨의 친형은 월 35만원의 임금을 받기로 하고 비닐하우스 주인 부부에게 동생을 보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비닐하우스 주인 부부는 의사소통이 힘든 김씨를 임금을 주면서까지 인부로 쓸 이유가 없다며 임금을 주기로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김씨의 친형의 부탁으로 숙식을 제공하였고 김모씨는 일을 할 때도 있고 안할 때도 많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사실관계는 조사를 통하여 밝혀지게 될 것이다

이번 농인 김씨의 사건은 그간 방송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노동력 착취나 학대 등의 행위와는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실재로 농인이 학대나 착취 등의 권리 침해를 당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번 뉴스를 접하면서 필자가 의문을 갖게 된 점은 농학교를 다닌 적이 있는 김모씨가 왜 대다수의 농인들처럼 농인공동체에 속해서 살아가지 않고 이렇게까지 장시간 사회로부터 격리된 삶을 살게 되었던 것일까 하는 점이었다.

대다수의 농인들은 자신과 같이 수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농인공동체 안에서 생존의 방법을 터득하기도 하고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상호 공유하면서 농인공동체를 통해 삶을 영위해 가는 특성을 안고 있다.

간혹 드물기는 하지만 농인공동체와 동떨어져 살아가는 농인들을 보게 되는데 그러한 농인의 삶은 보기가 애처로 울 지경이다. 장시간 사회와 완전히 격리되어 친구도 전혀 없고 사회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가족들에게는 골칫거리로 전락하게 되고 만다.

그렇게 되면 가족들은 골칫거리로 전락한 농인 가족을 어디론가 보내고 싶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김씨의 경우 수화통역사를 통해 정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점을 볼 때 그 정도까지 사회화가 안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김씨의 이런 삶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삶일까? 아니면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었던 결과였을까? 보도 된 내용을 보면 수급권자였던 김씨의 정부지원금을 누나가 관리해 온 것으로 보도되었는데 그 돈을 과연 김씨가 주체적으로 사용해 왔는지도 의문이다. 대다수 이런 경우 통장을 관리하는 가족이 그 돈을 마치 자신의 돈인 것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농인 김씨, 자신의 권리는 빼앗긴 채 가족들의 부담감으로부터 버려진 것은 아니었을까? 지금이라도 지역 농인공동체를 통해 김씨가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잃어버린 그의 17년은 어디에서 보상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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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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