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년 초에 병원에서 MRI 촬영을 하다가 병원 측의 부주의로 엉덩이에 욕창이 걸려 고생한 사건을 칼럼화(2016년 2월 17일자)한 적이 있다.

8월 초에는 모 병원에서 같은 증상으로 같은 부위를 MRI 촬영을 했는데 전혀 다른 경험을 했다. 이전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전에 보다 위축되고 조심스러운 자세로 나의 상태를 설명하고 조심해 줄 것을 주문했다.

그들은 나의 요구(욕창방지를 위한 대책)에 귀를 기울였다. 내 말을 끊지 않았다.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고 나와 같은 척수장애인을 잘 알고 있다고 안심을 시켰다. 어느 부분에 손상을 입었는지 물어 보았고, 배꼽 아래라고 하니 그러면 허리부분부터 매트를 깔아 주겠다고 한다.

이 정도 두께의 매트면 괜찮겠냐고 매트를 보여주면서 확인을 했다. 휠체어를 탄 상태로는 MRI실로 들어갈 수 없다며 밖에서 카트에 옮기고 다시 MRI 검사대로 옮기겠다고 했다.

나는 기립과 보행이 불가능하고 하니 3명 정도의 남자가 있어야 안전하게 옮길 수가 있다고 하자 바로 스텝들을 불러 딱딱한 바닥에 준비한 매트를 먼저 깔고 안전하게 카트에 옮긴 후에 MRI실로 들어갔다.

MRI 검사대위로 매트와 함께 능숙한 솜씨로 안전하게 이동을 시켰다. 무릎관절이 굳어서 다리가 쭉 펴지지 않는다고 하자 그러면 굽힌 상태로 쿠션으로 고이고 다리를 묶어 주겠다고 하고 정성스럽게 고정을 해 주었다.

긴장하지 말고 무슨 일이 있으면 긴급 버튼을 누르라고 하며 시험적으로 눌러 보라고도 하면서, 검사시간은 50분정도 걸릴 것이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정확히 촬영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친절한 설명으로 당부를 한다.

50분정도의 촬영시간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역순으로 휠체어까지 안전하게 이동을 해 주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필자가 MRI실로 들어 간 후에 같이 동행을 했던 아내에게 50분정도의 시간이 걸릴 예정이니 부를 때까지 대기실에서 편히 기다리라고 했단다.

그리고 다음 순서의 대기자에게는 지금 촬영에 들어간 분이 MRI 촬영이 50분정도 걸리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을 촬영을 하니 혹시 조금 시간이 지체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필자는 MRI실에서 있었던 1시간가량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서술하면서 이전 병원의 MRI 촬영과 지금의 병원의 촬영은 무엇이 다른가 생각했다. 같은 장비로 왜 이리 다른 만족감이 나왔을까?

그것은 의료행위와 의료서비스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의료행위는 환자의 이야기나 주문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다 안다는 듯 하는 것이다. 분명히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아는데 주의를 해 달라고 해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의료서비스는 이용자의 이야기에 끝까지 귀를 기울인다. 최대한 도와주려고 확인까지 하는 것이다.

의료행위는 환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보호자도 무시를 한다. 의료서비스는 보호자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경청을 한다. 의료행위는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 보호자(가족)에게 진행 과정에 대한 설명이 없지만, 의료서비스는 가족에게도 상세히 알려준다. 그 다음의 대기자에게까지도...

의료행위는 진행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갑에게 당하는 을의 기분을 가지게 한다. 의료서비스는 소비자로서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내 돈을 주고 제대로 서비스를 받는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아시다시피 MRI 검사는 100만원에 가까운 거금이 드는 진찰항목이다.

돈을 지불하면서도 대접 받지 못하고 주눅이 들고 할 말 못하게 하고 그 결과에 책임까지도 회피하는 것이 의료행위이다. 의료서비스는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다.

지난해 말에 ‘장애인 건강권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 건강권법)이 제정이 되었고 시행령을 만들기 위해 분주한 시기이다. 모두가 열심이다, 분명한 것은 의료행위가 아닌 의료서비스를 받는 장애인건강권법의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을 환자라고 인지하는 순간 치료의 대상이 되고, 의료행위의 대상이 되면 의료시혜적인 존재가 되고 만다. 의료서비스를 통해 장애인이 건강권에 의해 당당히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존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의 건강을 예방하고 관리해야하는 의료소비자가 되어야 진정한 장애인 건강권이 완성되는 것이다. 우리는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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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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