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3분의 1은 잠자는 시간이고 그래서 좋은 침대를 써야 한다고 광고하는 것을 보았다.

침대, 척수장애인들과는 참 친숙한 존재이다. 사고 이후에 1~2년은 병원 침대에 누워 미래의 불안함에 떨어야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달라지지는 않는다. 최중증 척수장애인은 훨씬 더 많은 시간들을 누워서 보내게 된다.

침대위에서 밥을 먹고 용변도 처리하고 TV도 보고 공부도 하는 일상을 하기도 한다. 욕창방지를 위해 좋은 침대를 써야한다고는 알고 있지만, 없는 형편에 고가의 라텍스나 기능성 매트리스 구입에는 우리네 형편이 녹녹치가 않다.

집에서는 침대라도 있지만 집밖으로 나가서 잠을 청할 경우에 침대가 없는 경우도 있어 침대가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비장애인들이나 경증의 장애인들은 맨바닥에 잠을 청할 수도 있겠지만 척수장애인의 특성상 딱딱한 곳에서 잠을 청한다는 것은 죽기로 작정한 이상에는 감히 그러지를 못한다. 욕창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이불밖에 없다면 여러 장의 이불을 포개야 그나마 불안하지만 잠을 청할 수 있다.

평생을 같이해야하는 침대이지만 침구(매트리스)의 위생상태가 위험하다. 각종 먼지와 세균, 진드기 등이 서식하는 경우가 많다. 환기가 잘되지 않는 지하나 옥탑방에 있는 경우는 더 할 것이다. 자주 환기도 시키고 말리고 해야 하지만,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할 여유도 없다. 독거장애인이나 어르신과 함께 사는 척수 장애인의 경우는 부탁하기도 어렵다.

이런 여러 경우를 감안하여 한국척수장애인협회(이하 척수협회)에서는 수년전부터 ‘매트리스 크린 사업’을 하고 있다. 경북척수장애인협회에서 처음 시작한 이 사업은 전국적으로 퍼지게 되었고 척수협회의 간판사업이 되었다.

제주도 척수협회는 매트리스청소와 함께 집안 청소도 함께 하는 발전된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척수장애인들의 가정을 방문하여 위생상태와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가 있었고 특히 가정에 칩거하는 장애인들을 발굴하여 지역사회복귀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는 활발히 활동하는 척수장애인들도 있지만 중도장애를 수용 못하여 변화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여 집에만 있는 척수장애인들도 꽤 있다. 또한 경제적인 이유로 사회활동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보의 부족 등의 이유로 칩거를 하는 경우이다.

이들에게 사회활동의 기회를 주고 훈련을 시켜서 사고 전의 일상의 삶을 살도록 조력을 한다. 병원에서의 장기입원도 커다란 문제이지만 지역사회 안에서 고립되어 있는 칩거도 커다란 문제이기 때문이다.

매트리스의 구석구석과 침대주변에 대한 청소를 하는 모습. ⓒ이찬우

침대 청소 후에 모인 먼지. 이런 먼지를 마시고 지내는 척수장애인들이 많다. ⓒ이찬우

청소 후에 깔끔하게 정리된 침대의 모습. ⓒ이찬우

이 사업에 도움을 주시는 사장님은 유명 외국침대의 대리점을 하시면서 침구 청소사업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시는 분이다. 처음에는 이 사업의 동참에 탐탁지 않게 여기셨지만 지금은 삶의 활력이 되고 있는 주요사업이라고 환하게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현재는 부인과 함께 이 사업에 매진을 하시고 전국을 순회하면서 중증장애인의 현실적인 삶을 목격하고 충격과 함께 본인의 삶에 대한 목적과 기쁨을 동시에 찾았다고 하신다. 방문하는 곳의 약 40% 정도는 집에만 기거하는 경우라고 하셨고, 몸도 못 가누는 중증장애인과 노인들이 많다고 귀띔을 하셨다.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특유의 불쾌한 냄새(소·대변과 곰팡이 냄새, 약냄새 등)로 역겨울 때도 있지만 침대를 깨끗이 청소해주면 기뻐하는 장애인의 웃음에 힘든 줄 모르고 이 사업을 하신다고 하였다.

어쩌면 장애인들의 건강권을 위해 거창한 목표와 전달체계도 필요하지만 정작 이런 간단한 생활 속의 환경개선을 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건강권을 위해 병원으로만 찾아오라고 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당사자의 가장 가까운 침구부터 챙겨주는 것이 시작일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뜨거웠던 지난 여름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도 전기세 때문에 마음껏 켜지 못했던 수많은 장애인들의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건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도 필요하고 이동권도 필요하고 주치의도 있어야 하고 재활운동과 체육도 있어야 하지만 우리 장애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불편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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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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