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중증장애인 사회복귀프로그램 ‘일상홈’의 해외연구를 위하여 16명의 단원이 6월 26일부터 7월 4일까지 8박 9일간 스웨덴 스톡홀롬의 척수장애와 관련된 관계기관을 방문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10회에 나눠 연재하고자 한다.

볼보와 이케아로 대표되는 스웨덴이라는 나라는 합리성을 추구한다는 것을 병원과 재활센터를 방문하면서 강력하게 느낌을 받았다. 정부와 민간과의 합리적인 협력에는 경제성이 있고 효율적이고 타당하다고 인정이 되면 무엇에든 귀를 기울이는 정부의 낮은 자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면에서 스웨덴에서 방문하였던 여러 기관 중에 가장 충격을 받은 곳이 바로 이곳 보조기기센터이었다. 민간과의 합리적인 협력과 규모의 경제를 절실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이 된다.

Sodexo라는 보조기기를 수리하고 판매하는 회사는 본사가 프랑스에 있고 전 세계 80개국에 진출하여 식당운영 등의 음식 딜리버리 사업과 클리닝사업이 주 아이템인 글로벌회사이다. 이곳 스웨덴에서만 보조기기 사업을 한다고 매니저인 말린(Malin)씨가 설명을 해주었다. 이 분은 전직 작업치료사로 척수재활센터 초기부터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였다.

이 보조기기센터는 정확히 이야기를 하자면 보조기기회사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겠다. 총 120여명 직원이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회사이다. 직원들은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도 있어 처방에 맞도록 상담도 하고 제품의 수리와 물류, 홍보, 재고관리 등의 우리가 생각하는 보조기기센터를 넘어서는 규모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제품을 직접 생산은 하지 않고 유럽 등의 세계 각국의 여러 나라에서 양질의 제품을 구입하여 전시, 판매, 수리, 재구매, 리사이클링, 제3국에 지원 등 보조기기에 관련하여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전문 회사이다.

민간회사이지만 정부와 계약을 맺고 스웨덴의 거의 전역에서 보조기기를 관리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스웨덴 남쪽은 정부에서 직접 관리한다고 하였다.

우리 일행이 방문한 스톡홀롬 외곽에 있는 본사의 1층에는 접수실과 악세사리, 소모품, 그리고 다양한 제품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는 전시실을 갖추고 있었다.

그 옆에는 수동휠체어, 전동휠체어 등의 품목에 따라 총 10개의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어 전문가들이 세심한 상담을 하고 있었고, 전동휠체어를 상담하는 상담실에는 각종 전동휠체어들이 전시되어 직접 시승도 해보고 조작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각자의 체형에 맞도록, 세밀한 맞춤이 되도록 지원을 한다고 했다. 당연히 천정에는 사지마비 장애인들도 편하게 들어 올려주는 천정형 호이스트(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보조기기 전시장. 각 카테고리마다 제품이 전시되어 선택이 가능하다. ⓒ이찬우

전동휠체어 상담실. 각종 전동휠체어를 시승해보고 전문가와 상담하여 몸에 맞는 제품을 고를 수가 있다. 천정에 최중증의 장애인들의 이동을 위한 호이스트로 보인다. ⓒ이찬우

대형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지하를 구경하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두드려 맞은 것 같은 어마어마함에 잠시 정신을 잃었다. 수동휠체어, 전동휠체어, 스쿠터 등 각 분야별로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수리대와 각종 부품들이 정비되어 있어, 전문 수리기사들이 건물의 한쪽 라인에 배치가 되어 장관을 이루었다.

사전예약에 의해 수리를 하고 있었고 장기 수리 시에는 대체제품 대여를 통해 생활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도록 조치를 한다고 하였다. 사전 정기점검도 하는데 50%정도의 제품들이 회수되어 점검을 받는다 한다.

또 한 번 놀란 것은 제품 카테고리별로 쌓여 있는 창고였다, 창고형 매장 같은 구조로 견고한 진열대 안에 그리고 바닥에 진열되어 있는 상품들의 가지 수와 양으로 연신 감탄을 내 뱉었다. 규모의 경제라는 것을 실감했다. 한국의 보조기기센터는 차라리 구멍가게 같은 느낌이었다.

각 종류마다 수리가 가능하도록 수리대와 부품들이 나열되어 있다. ⓒ이찬우

수동휠체어를 담당하는 기술자와 기념촬영. 지체장애를 가진 기술자이다. ⓒ이찬우

기종별 창고의 한 부분. 이런 곳이 줄지어 있다. ⓒ이찬우

각 부품별로 준비되어 있는 창고. ⓒ이찬우

이곳 스웨덴은 보조기기가 필요한 대상자(장애인, 노인 등)에게 품목마다 다르지만 매 3~5년마다 지원한다고 한다. 처방전이 있으면 무료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모든 구매비용은 자부담이라고 한다. 이는 무조건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제품을 제공하고 개인의 제품에 대한 관리도 함께 의무로 하는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한국에서 전동휠체어의 수리비 문제로 공급자와 당사자 간의 불편한 줄다리기도 이곳에는 없는 듯했다. 초기부터 세심한 처방과 지원을 하고 정기적으로 수리를 받게 하고 문제가 생기면 한시라도 수리와 대체 제품을 지원받는 이 시스템은 예산을 떠나서 상호간의 신뢰와 책임과 의무를 다하게 한다고 생각이 되었다.

매니저인 말린씨의 설명에 의하면 민간기업이다 보니 제품의 재고관리에도 무척 신경을 쓴다고 한다. 수요를 예측하고 양질의 제품을 값싸게 구입하고 조기에 판매를 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했다. 별로 인기가 없는 제품들은 저가로 판매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 만큼 보조기기 상품의 선정과 소비자의 욕구에도 신경을 쓴다는 이야기이다.

유럽의 기업답게 환경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리사이클링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고, 중고제품들은 ‘Enkoping'지역으로 보내서 클리닝하고 정비를 한다고 했다. 일부 제품은 스웨덴 내의 장애인기업으로 하청을 주기도 한단다.

이렇게 정비된 중고제품은 형편이 어려운 유럽 내의 에스토니아나 리트비아 등 발트국에 제공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고 하였다. 외국에서 온 장애인도 수리도 가능하고 온라인으로 구매도 가능하지만 공짜는 아니라고 해서 조금 아쉬웠다.

만일 한국에서 대기업이나 전문기업이 이 사업을 한다면 우리 당사자들의 반응은 매우 냉담할 것이다. 하지만 이곳 스웨덴 정부는 효율성이 담보가 되고 대상자가 만족을 한다면 어떤 기업과도 계약을 맺는다고 한다.

오는 12월 시행을 앞둔 '장애인·노인 등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및 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일명 보조기기법)이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생각이 많았다. 각자의 밥그릇만 생각하고 비효율적인 전달체계와 복잡한 상품의 유통구조로 장애인당사자들에게 오히려 독이 된다면 이는 심각하게 받아 들여져야 한다.

담당 공무원들과 보조기기 관계자들이 꼭 한번 가보기를 희망한다.

이 휠체어는 2인용이 아니라 과체중의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이다. 개인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휠체어와 보조기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찬우

부러움 반, 놀라운 반으로 일행들이 제품이 즐비한 창고 앞에서 기념촬영.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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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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