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을 하고 추석을 보내며 필자의 눈을 끌어당긴 책이 있었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었다. 인간관계가 쉽지 않은 장애가 있는 나로서는 책 제목을 보며 인간관계가 좋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되겠다 싶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철학자와 청년 간의 자연스러운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어 술술 자연스럽게 읽혀졌다. 하지만 계속 읽어가며, 나의 삶에서 있었던 경험과 연결되다 보니, 느끼게 된 것이 여러 가지 있었다. 그 중 가장 강하게 느낀 두 가지를 나누고 싶다.

일본여행과 추석기간 동안 읽은 미움받을 용기 1편(좌측)과 2편(우측). ⓒ이원무

1. ‘인간은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 책에 나온 철학자는 우리는 사실 무의식에도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사람들이 사랑에 보장을 원하는 이유로 ‘상처받을 것이 뻔해.’등을 든다. 그러면서 먼저 자신이 사랑할 것, 그리고 상대가 그 사랑에 반응하는 건 상대의 과제로 분리하라고 청년에게 말을 건넨다.

이 부분을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사실 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기 쉽지 않은 장애가 있다. 그런 상태에서 내가 무심코 던진 말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그것 때문에 학창 시절에 괴롭힘이나 따돌림을 당한 기억이 난다.

교회를 다닌 후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많이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타인과 관계를 가지며 말을 하다 학창 시절 때 겪었던 괴롭힘을 당한 기억이 속에서 강하게 나며 ‘내가 혹시 한 말이 괜히 잘난 척한 것은 아닌가? 상처를 준 것은 아닌가?’하는 불안에 상대방에게 물어본 것이 도리어 상대방에게는 상처가 된 경험을 한 것이 여러 번 있었다.

다른 사람의 지원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 실천하려 했다. 하지만 이후 알게 모르게 내가 내 방식대로 타인을 잘못 대해 잘못한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힘든 것들이 생겨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프라이버시 부분도 있어 구체적 언급은 안 하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가 힘든 것이 많아져, 사랑하는 자신감은 점점 없어졌다.

그러며 ‘내가 상처를 받을 게 뻔한데!’ ‘내가 하는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받으면 어떡하나?’하는 감정들이 다시 많아졌고 ‘나에게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장애가 있는데..’하며 속에서 장애를 핑계 삼은 순간도 있었다. 그러면서 사랑을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먼저 사랑하고 그 사랑에 대한 반응은 상대방의 과제로 분리하라는 말을 생각하며 내 자신이 좀 자유로워짐을 느꼈다. 상대방의 반응에 너무도 민감한 내 자신을 보았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는 건은 계속 필요하겠지만 사랑한 다음 타인의 반응은 내가 신경 쓰지 않은 채 타인의 몫으로 하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데 장애를 핑계 삼지 않는 것!

이게 삶에서 실천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분명 나에게는 인간관계를 여는, 그리고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열쇠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면 당시에는 이해가 힘들었던 것도 이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울러 사랑은 어렵지만 사랑을 해야 진정한 자립을 할 수 있다는 아들러의 가르침을 철학자가 말한 것도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

2. ‘칭찬도 하지 말고 야단도 치지 마라.’

필자는 칭찬 받는 것을 상당히 좋아한다. 어떤 의견을 내고 난 뒤 잘 했다는 이야기를 남으로부터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심지어 내가 잘난 사람인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하지만 사람들한테 지적질 받거나 야단맞는 것은 싫어한다. 야단맞으면 ‘나는 열등한가? 못 났나?’하는 자괴감에 빠지며, 다른 사람이랑 얘기하는 것조차 싫은 내 자신을 보게 된다.

하지만 책에 나온 철학자는 청년 의견이 좋다고 얘기를 들을 때 느낌을 청년에게 물었고, 청년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뉘앙스가 불쾌하다고 답했다. 이에 철학자는 ‘칭찬이란 능력 있는 사람이 능력 없는 사람에게 하는 평가임이 포함된다.’며, 결국은 사람 간 관계를 수직관계로 바라보게 한다고 결론 내린다. 물론 야단도 치면 안 된다고 철학자는 밝힌다.

이 대화를 보며 충격 속에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원한 칭찬이 결국엔 나로 하여금 평등관계가 아닌 수직관계로 인간관계를 바라보게 만든단 말인가?’

예전에 직장생활을 할 때 직원들이 ‘좋다’, ‘나쁘다’는 평가를 내리지 말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직원들이 했던 말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그러며 다른 경우도 생각해보았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 우리나라의 발달장애인들은 ‘뭐 잘 하는 게 있냐?’하는 평가를 주변으로부터 많이 듣는다. 또 ‘뭘 하면 안 된다.’고 발달장애인에게 긍정이 아닌 부정, 금지의 의미가 담긴 말을 하며 야단도 친다. 시설 내에서도 발달장애인을 알게 모르게 그렇게 인식하는 것이 아직까지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발달장애인을 ‘별 볼 일 없는 사람’으로 하대한다. 발달장애인들은 자존감이 낮아지기 쉬워지며, 사람들을 나와 똑같은 인간으로 생각하는 등의 수평관계보다는 수직관계로 바라보게 된다.

시설 내에서는 발달장애인과 사회복지사, 종사자 등과의 관계를 평등관계가 아닌 수직관계, 위계적 관계를 만들며, 결국에는 폭력이 발생하게 되는 요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잘한 사람은 칭찬해주고 못한 사람은 벌을 주는 상벌식 교육에 아직도 익숙한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겪게 되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다 보면 사람들 간 관계가 수직관계가 될 소지는 상당히 농후하다.

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되면서 요즘 발달장애인의 자기옹호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많아졌음을 느낀다. 자기옹호란 쉽게 말하면 자기가 자기편을 드는 것이다. 자기편을 들려면 당당해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수평관계로 볼 수 있도록 지원자들이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적질과 ‘너 왜 이렇게 잘 하는 게 없어?’등의 편견 등을 받는 발달장애인들이 많고 상벌식 교육에 익숙한 우리사회의 현실 속에서 칭찬도 야단도 치지 말라는 말이 적용되기란 상당히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칭찬을 먼저 해 발달장애인의 기를 살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발달장애인이 진짜 잘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해 칭찬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져 우쭐거리고 내가 우월해 보이는 느낌이 들며, 다른 사람이 나보다 낮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싫다. 내가 소중한 만큼 남도 소중하고 평등하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면, 발달장애인은 인간관계를 수평관계로 바라보게 된다고 생각한다.

칭찬, 야단을 줄이며 결국에 칭찬, 야단도 하지 않고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스스로 보며 서로가 평등하다는 생각을 갖게끔 하는 방향으로 발달장애인 자기옹호는 가야 한다고 본다. 칭찬하지 않고 야단치지도 않는 이유에 대해 발달장애인에게 설명하는 것도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자신 스스로 강하거나 잘 하는 것을 생각하고 보며 당당하게 살아 진짜로 자기를 편들 수 있도록 하는 것! 나는 이것이 자기옹호라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남에게 인정받으려는 노력을 그만 두고 ‘나는 나’라는 용기를 삶에서 실천해나갈 것을 그 책에서 배우게 된 것, 친구관계에 있어서 조건이 전제된 상태에서의 신용이 아닌 무조건적인 신뢰로 관계를 가져가라는 이야기도 정말 좋았다.

‘미움받을 용기’를 읽으며 발달장애인에게는 타인을 존중하며 함께 어울리고, 수직관계가 아닌 평등하고 수평적인 관계를 가져가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조금 더 쉬운 말로 바꾸어 발달장애인들이 읽기 쉽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미움받을 용기’가 더 많은 발달장애인들에게 알려져 이 책을 읽는 발달장애인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그래서 발달장애인들도 아들러가 말하는 자유롭고 행복한 삶, 사랑과 진정한 자립을 꿈꾸며 세상을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정말로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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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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