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장애만큼 치료과정과 재활과정, 사회복귀의 전 과정이 복잡하고 기간이 긴 장애유형은 없을 것이다. 사고 즉시부터 응급실, 수술실, 신경외과, 정형외과, 비뇨기과, 재활의학과의 다학제간 협진(팀플레이, Team approach)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 하나의 과만의 단독치료가 아닌 종합적인 케어만이 척수장애인들의 장기간의 입원기간을 줄이고 효율적인 사회복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토요일,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제6회 대한척수손상학회 리뷰코스’가 열렸다. 대한척수손상학회는 척수장애에 대한 연구를 위해 신경외과, 정형외과, 비뇨기과, 재활의학과가 똘똘 뭉친 다학제의 학회이다.

필자는 올해로 3번째 참석하는 이 모임을 통해서 각 과의 의사와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물리치료사 등 척수장애를 둘러싼 많은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척수협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민간협회와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협조가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리뷰코스는 가상의 척수손상을 가정하고 각 팀과의 효율적인 치료와 정보를 공유하는 새로운 기획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제1세션은 응급실과 수술실에서의 상황이다. 척수손상을 당했을 때 사고현장의 조치가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119구급대가 척수장애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다면 또한 현장에 있는 기사 분들이나 시민들이 척수장애에 대해 무지하다면 제2의 손상으로 상태가 더 악화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영상의학과에서도 참여를 하여 척수손상의 수술과정과 치료과정 속에 영상의학과의 역할에 대하여 정보를 나누었다.

선진외국에서는 척수손상전문센터(SCI specific center)가 있어서 척수장애를 전문적으로 수술하고 초기재활을 하는 시스템이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척수손상전문센터가 없다. 각 병원에서 수술하고 초기치료를 받지만 환자들이 3개월마다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내돌리는 이런 상황에서 효율적인 전문치료가 될 수가 없다.

척수손상전문센터를 설립하기가 어렵다면 척수를 전문으로 수술하는 ‘척수전문 거점병원’을 지정하고 그 병원으로 집중시키는 것이 좋겠다. 스웨덴의 척수전문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1년에 50명 이상의 척수를 수술한 임상경험이 있어야 환자를 처치하고 초기 재활에 집중하는 노하우가 생긴다고 했다.

왜냐하면 외과적인 수술만 잘하는 병원보다는 다학제간의 긴밀한 협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초기수술은 잘했는데 사회복귀훈련에 문제가 있다면 이 환자는 제대로 병원생활을 했다고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보건복지부의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의 지정처럼 척수장애 전문병원을 지정하고 지속적인 지원으로 척수손상과 관련된 정확한 통계를 발생시키고 환자들의 모니터링까지 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대한척수손상학회 리뷰코스에서 강연 모습. ⓒ이찬우

제2세션에서는 신경외과와 정형외과 병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가정이 있었고 특히 과반사증후군에 대한 열띤 토론이 있었다. 과반사의 경우, 경수환자에게 발생 가능한 매우 위험한 증상으로 의료진에 대한 교육과 함께 당사자 그리고 가족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활동보조인에 대한 교육도 필요할 것이다.

지난해 이러한 정보부족으로 척수장애인 한 분이 돌아가셨고 몇 달 전에도 한 분이 돌아가셨다. 협회에서는 이에 대한 예방을 위해 척수장애임을 알릴 수 있는 척수장애인카드를 제작・보급하여 소지하도록 하고 있다.

제3세션은 재활의학과병동이다. 필자도 마음이 가장 편안한 병동이기는 하지만 재활병동에서조차 아직도 환자로 인지되는 아쉬움이 남는다. 환자가 아닌 참가자의 신분으로 재활병동에서 동료상담, 직업교육, 사회복귀훈련, 운동치료 등 다양한 경험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재활병원에서는 수가라는 거대한 벽 때문에 필요한 프로그램은 하지 못하고 의료적인 처치만 반복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척수장애인은 이도저도 아닌 영원한 환자로서 볼모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척수장애인들은 수술병원에서의 급성기치료 그리고 아급성기를 이 병원, 저 병원 재활난민이 되어 전전하다가 회복기에는 요양병원에서 시간만 보내는 후진적인 시스템으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재활이 요원하기만 하다.

재활은 의료적 재활뿐만 아니라 사회적, 심리적, 직업적 재활 등의 균형을 갖추는 강도 높은 훈련이 필요하지만 아직 재활병동은 그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민간단체와의 밀접한 교류만으로도 보완이 가능한데 극소수의 재활병원을 제외하고는 아직은 개방적이지 않다.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된 리뷰코스, 척수장애에 대한 학구열로 강연장은 뜨겁다. ⓒ이찬우

집으로 가는 제4세션에서는 마음이 착잡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척수협회와의 연계가 성공적인 사회복귀가 될 수 있다. 손상초기부터 협회와 연결이 된다면 더 성공적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척수손상환자가 응급실에 들어올 때부터 척수협회와 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

가족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개선교육과 척수장애 바로알기 교육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세션에서 가족과 당사자의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빠진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다행히 학회를 중심으로 척수장애에 대한 안내서를 책과 전자책으로 보급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지역사회로 연착륙이 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부터 주택개조, 활동보조, 이동권 등이 준비가 되어야 하고 직업(학업)도 결정이 되어야 한다. 지역사회로 연착륙이 되어야 한다. 병원에서부터 협회와 연계가 필요한 이유이다.

사실 이 사회가 척수장애인이 살기가 녹녹하지는 않다. 척수장애 3급은 장애인콜택시도 이용하지 못한다. 겨우 발목만 움직이고 걷지도 못하는데 3급으로 판정을 받는 척수장애의 판정체계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어깨수술로 팔을 쓰지 못해도 전동휠체어는 처방을 받지 못한다.

전동휠체어, 수동휠체어의 현실을 무시한 수가는 자부담 마련으로 허리가 휜다. 활동보조인들은 척수장애인과 같은 중중장애인을 기피한다. 이러는 사이 부모들의 근골격계 질환은 깊어만 간다. 병원 안에서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지역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이런 고민을 같이하는 대한척수손상학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다양한 진료과들이 모여 척수의 치료와 재활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병원 안과 병원 밖에서 척수장애인들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이되기를 희망한다. 사고 후에도 사고 전의 일상의 삶이 연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회를 마치고 학회 임원진들과 기념촬영.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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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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