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중증장애인 사회복귀프로그램 ‘일상홈’의 해외연구를 위하여 16명의 단원이 6월 26일부터 7월 4일까지 8박 9일간 스웨덴 스톡홀롬의 척수장애와 관련된 관계기관을 방문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10회에 나눠 연재하고자 한다.

이곳 스웨덴 스톡홀롬의 척수재활센터에서 느낀 것 중에 하나가 스텝들 한분 한분이 굉장한 자부심과 전문성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문화적인 차이와 근로환경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10년 이상 장기근속을 하는 것만으로도 믿음이 간다.

이론적인 기반과 센터에서의 실전을 통해 얻은 노하우가 각자의 역할에서 프로의 기운을 내뿜고 있는 것이겠다. 특히 척수재단(Spinals Foundation)의 연구 실적과 데이터의 축적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생각되었다.

이곳 척수재단은 유럽척수손상연맹(European Spinal Cord Injury Federation, ESCIF)과 논문, 센터의 결과물 등을 공유하고 있고 국제척수손상학회(ISCoS, www.iscos.org.uk), 스위스의 척수손상센터과도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다고 했다.

이 척수재활센터의 설립자이신 Claes박사의 강의에서도 척수의 중요 관심사가 통증, 강직, 성, 임신, 대소변이라고 정확히 인지하시고 본인이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인공수정 후 아들을 출산한 이야기를 통해 인식개선 및 인공수정 시도 활성화 계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당사자로써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척수장애인의 40%가 통증의 고통이 있고, 척수장애인의 70%가 자살을 생각하고 자가도뇨(CIC) 사용자의 30%가 감염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은 본인의 경험과 다양한 연구와 교류를 통해 얻어진 결과일 것이고, 이를 내부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공유하려는 자세는 재활센터가 단순히 육체적인 재활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척수와 관련된 정보의 공유와 현실세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믿고 있다.

스웨덴의 직업재활에 대한 설명을 하는 작업치료사 리사씨(왼쪽). ⓒ이찬우

우리 일행이 가장 혼돈되었던 강의가 있었는데 작업치료사(OT) 역할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작업치료사는 일상생활동작을 훈련시키는 전문직이라고 알고 있는데 한국과 달리 이곳은 작업치료사가 사회복귀와 직업재활까지 담당한다는 것이다.

이 센터의 작업치료사이면서 박사과정 학생이기도한 리사(Lisa)씨는 ‘병원에 오래 계신 분일수록 재활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효율적인 훈련을 위해서는 행위별 수가보다 포괄수가가 훨씬 더 환자 중심적이라고 했다. 최근 한국 내에서 사회복귀의 수가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새겨들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당사자의 목표가 매우 중요하며 초기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 참가자와의 눈높이와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당사자의 욕구는 무시하고 전문가들의 생각과 눈높이로 재활에 일관하는 한국과는 다른 구조임에는 틀림없다.

이곳 스웨덴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함부로 퇴직시킬 수 없는 강력한 법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 이유가 장애라도 말이다. 그런 면에서는 사고이후 대부분 직업을 잃는 우리와는 상황이 매우 달랐다.

또한 뉴질랜드에서의 직업재활 담당과도 다른 역할인 것 같았다. 뉴질랜드는 당사자의 직장복귀의지를 파악하면 고용주와 직원들을 만나서 설득작업을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각 나라마다 직업재활의 원칙이 있는데 한국은 중도장애인의 직업재활에 어떤 원칙이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

당당한 모습으로 가족지원에 대한 설명을 하는 카롤리나씨. 화면에 보여 진 스포츠카를 타는 모습이 그의 활약을 짐작케 한다. ⓒ이찬우

가족지원에 대한 강의는 많은 공감을 가져왔다. 카롤리나(Karolina)씨는 이 센터의 재활코치로 척수장애인 당사자이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던 카롤리나씨는 자동차사고로 경수 장애인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를 보자마자 하는 첫 마디가 ‘가족도 아픔이 있다’는 것이었다. 병원에서의 치료과정에서 가족은 철저히 배제되는 한국의 현실을 콕 집는 말이었다.

그리고 믿기 어렵겠지만 척수장애인의 사회복귀에서 결정적일 때 발목을 잡아서 주저하게 만드는 존재가 가족이라고 한다면 병원에서부터 가족에 대한 교육은 효율성 면에서 늦춰 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가족의 지원으로 다각적인 시각(Bee seen)을 갖게 하고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 척수에 대한 지식 제공, 희망과 증거를 제공한다. 특히 롤모델(Role Model)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잘 살아가고 있는 가족과의 정기적인 만남의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했다.

이럴 때는 장애인 당사자 없이 가족만을 데리고 미팅을 하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당사자 앞에서는 마음에 있는 이야기들을 내어 놓을 수가 없을테니까. 그리고 롤모델 간의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슷한 환경, 상황을 연결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경수장애인 가족은 경수장애인 가족끼리, 이 또한 기본이고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1994년 이후에 제정된 LSS(Law of Support and Service)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한국의 활동보조제도와 유사한 제도이다. 이 제도를 설명하면서 균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당사자의 설계도 중요하지만 가족의 삶은 가족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같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적 사고와는 다른 면이 있지만 척수장애인 자녀를 위해 평생을 희생하는 것보다는 자녀의 독립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여 스스로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오히려 자녀를 위하는 길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필자도 동의하는 바이다.

스피날리스 팁 홈페이지. 척수로 살면서 고민한 다양한 노하우들을 만날 수 있다. ⓒ이찬우

스피날리스 팁을 담당하는 도로시. 팁을 올린 장애인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홈페이지에 올린다고 한다. ⓒ이찬우

그런 면에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도 이 센터의 중요한 사업이다. 스피날리스 팁스(Spinals tips, www.spinalistips.se)이라는 사이트는 척수에 관련된 다양한 팁(노하우)을 제공한다. 사소한 것이라도 공유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손이 불편한 경수장애인이 옷을 입는 방법을 동영상으로 올려서 제공하는 것이다. 이 글을 보고 댓글도 달기도 한다. 보조기구를 만들어서 활용하는 사진을 올리거나 캠핑할 때 유용한 기구를 만들어서 공유하는 사소한 것까지 나눈다. 손상 초기에 모든 것이 궁금할 텐데 이런 공유사이트는 많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정보의 정확성을 위하여 무조건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담당자가 사실 확인한 후에 홈페이지에 등록하는 검증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담당자인 작업치료사 도로시(Dorothee)씨는 한국척수장애인협회에서 출처를 밝히면 사용이 가능하다고 허락을 해 주셨다.

스웨덴도 척수장애인의 임신과 출산에 대해 관심이 많다. 특히 여성 척수장애인의 임신과 출산은 조물주의 섭리라는 말을 해 주었다. 척수신경을 손상하면 운동기능과 감각기능이 손상을 입지만 신비스럽게도 임신과 관련된 신경은 손상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 척수장애인들은 임신과 출산이 가능함에도 이를 잘 모르거나 두려움에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서 SCI parenting(http://sciparenting.com)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담당자인 에리카(Erica)씨도 척수손상 이후 출산을 경험했고 육아를 하면서 사이트의 필요성을 느껴서 시행을 한다고 했다.

척수장애인이 부모가 되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 이 사이트의 목적이라고 했다. 척수장애인이 아이들을 돌보는 장면 등을 동영상으로 공유한다. 육아에 대한 것들도 서로 공유하고 페이스북으로 질문과 답변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고 했다. 다양한 온·오프라인의 커뮤니티를 통하여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두려움을 정보 공유를 통하여 해소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척수장애인의 재활치료가 단순히 수술하고 상처가 아물고 물리치료하고 작업 치료받는 단순한 과정이지만, 이곳 스웨덴에서는 당사자의 훈련은 물론이고 가족의 교육과 커뮤니티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나아가서 여성척수장애인들의 임신과 출산까지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면적인 종합재활지원의 실제의 예를 보면서 많이 부러웠다. 하지만 언제까지 부러워만 할 것인가? 당장이라도 가능한 일이지 않은가? 언제까지 수가타령만 할 것인가? 언제까지 힘없는 재활의료의 구조 탓만 할 것인가? 시간이 늦춰질수록 한국의 척수장애인들의 삶은 뒷걸음을 칠 것이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의 도전과 분발을 다짐하게 하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여성척수장애인의 임신과 출산, 육아를 설명하는 척수장애인 부모되기 사이트. ⓒ이찬우

여성 척수장애인 당사자로써 출산과 육아의 경험을 직접하고 사이트를 개설하고 운영하고 있는 에리카씨와 강의를 마치고 기념촬영.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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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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