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막한 리우올림픽에서 선수들은 조국의 명예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제 그 대회는 막바지를 치닫고 있다. 나도 선수들의 몸짓을 보며 응원하고 있고, 올림픽의 열기 속으로 빠져들며, 기쁨과 아쉬움을 느낀다.

4년 전 이맘때쯤에도 런던에서 올림픽이 있었다. 7월 27일에 개막되어 8월 12일까지 진행되었는데. 박태환 선수의 실격파동, 신아람 선수의 1초 오심 등으로 필자 마음속에서 화가 나 씩씩거릴 때도 있었지만,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때는 기분이 좋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이제는 추억으로 남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나의 뇌리에 인상 깊었던 것은 런던올림픽 개막식 때의 두 순간이었다.

먼저 하나는 개막식에서 영국 국가를 불렀을 때 합창단의 모습이다. 국가를 불렀을 당시 합창단은 Kaos 합창단으로, 청각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들로 이루어졌다.

청각장애아동들은 자신의 표현수단인 수화로. 비장애아동들은 목소리 등으로 서로 함께 영국국가를 불렀다. 장애인을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보며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당당하게 보여주었다. 이 모습을 통해 모든 사회구성원을 소중히 여기고, 사회통합을 계속 이루어가고 있는 영국사회라고 느껴져 정말 좋았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이런 게 아닐까?

우리나라도 88서울올림픽이 있었다. 하지만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같이 무대에 나서서 런던올림픽 개막식 때처럼 애국가를 부르기는커녕 그 당시 국가에서는 장애인, 부랑인 등을 분리·배제하는 정책을 폈다는 얘기들을 들었다. 당시 서울을 방문했던 외국인의 시선에서 부랑인, 장애인 등을 보이지 않게 하려 했던 당국의 모습은 사회통합과는 거리가 먼 우리 사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올해에도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을 개, 돼지 취급하는 말을 해 파문을 일으킨 한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모습, 강남역 살인사건 등을 통해 정신적 장애인을 사회에서 분리시키려는 정부, 경찰의 태도 등을 생각하면 필자의 마음속에는 씁쓸함이 들어온다. 이와 동시에 런던올림픽 때의 합창단의 모습이 떠올려져 영국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장애인, 여성 등 약자들끼리 더욱 강력히 연대하며 사회에서 권리와 책임을 다함은 물론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지 말라고 정부에 강하게 요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노력이 우리 사회에 있을 때, 사회적 약자들도 우리 사회에서 소중히 여김을 받으며 동등한 사회구성원, 시민으로써 당당해지고 평등해지는 세상이 현실이 될 것을 말이다.

또 하나는 GOSH(Great Ormond Street Hospital)와 NHS시스템을 통해 영국의 보건의료를 소개했을 때이다. GOSH는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동병원으로 영국의 NHS를 상징하는 병원이라고 한다.

또한 NHS는 네이버 건강백과 사전에 따르면 국민보건서비스라고 하며, 영국 보건의료제도로 1942년 11월의 베버리지보고서가 계기가 되어 만들어진 서비스이다. 사회수당식 의료보험제도로 전 국민에 대해 무료로 무차별로 종합적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다. 1948년 7월에는 NHS법이 제정되었으며, 물론 장애 여부에도 상관없다.

올림픽 개막식 장면에서는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실제 GOSH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간호사들이 춤을 추고, 아동들은 병상에서 뛰어놀거나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이후 NHS라는 글씨가 올림픽 스타디움에 등장했다.

아이들이 병상에서 뛰어놀거나 음악을 즐기는 모습, 간호사들의 춤추는 모습은 기쁘면서도 자연스러워 보였다. 신나는 음악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라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기에 춤추고 병상에서 뛰어노는 등의 모습은 개막식 공연 이상의 모습, 그러니까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 가운데 일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필자로서는 들었다.

또한 나라가 건강을 책임지기에 치료비도 나라의 지원 하에 무료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나로선 상당히 부러웠다. 그래서 올림픽 개막식 때 영국인들이 당당하게 NHS를 전 세계에 알린 것은 아닐까? 동시에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하면 장애로 인한 추가적 의료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 장애인은 건강권을 누리기 쉽지 않기에 영국에 대한 부러움은 배로 다가왔다.

한 예로 화상장애인의 경우 화상을 치료하기 위한 보습제가 건강보험에서는 비급여로 처리되고, 보습제 비용이 한 통에 40~50만원 든다고 한다. 벌어들이는 소득이 충분치 않으니, 화상장애인에게는 의료비 지원이 그만큼 절실하지만 보건복지부에서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의료비 보장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영국처럼 나라가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지원하며, 의료비도 들지 않는 그런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의료비 지원, 전 국민 주치의 제도 등을 나라가 마련해 책임질 것을 정부에 강하게 요구하고, 이에 대한 증거들을 꾸준히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모든 국민들이 건강을 누리며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사회 속에서 행복하게 삶을 영위하며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

Kaos 합창단, 영국의 보건의료! 필자의 뇌리 속에 지금도 다시 한 번 강렬히 남는 런던올림픽 개막식의 두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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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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