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단체에서 행사를 할 때 가장 걱정을 많이 하는 것이 행사장의 접근성이다. 그리고 숙박도 겸해야 하는 행사라면 당연히 숙소의 접근성도 추가된다.

게다가 그 행사가 국제적인 행사라면 담당자들은 더욱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적은 예산으로 연회장과 세미나실, 숙소와 식당이 고루 갖추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전동휠체어와 수동휠체어 그리고 스쿠터까지 만족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오시는 참가자들에게는 민간외교의 차원에서 더 세심하게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외국에서는 한국이 복지의 천국이라고 소문이 나고 있다. 그것을 떠나서 한국인의 마음에는 손님들을 잘 대접하고 보내야 하는 그런 DNA가 있지 않은가?

일전에 필자의 칼럼에서도 밝혔듯이(2016. 5. 19일자) 대한민국에는 단연코 그런 장소가 많이 있지 않다.

8월 24일부터 26일까지 한국이 의장과 사무국을 맡고 있는 아태장애인연합(AP-DPO United)이 매년 주최하는 ‘2016 아시아태평양장애인대회’를 준비하면서 매년 겪는 고초를 반복한다는 것은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곤혹스럽다. 지난해 영종도 행사는 많은 아쉬움과 불만사항을 남겼다.

아태지역의 20여 개국에서 오는 장애인들과 전국에서 모이는 국내의 참가자들이 편하게 모여서 논의하고 숙박도 겸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는 것은 가장 큰 숙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천신만고 끝에 예산이 적절히 맞는 숙소를 물색하게 되었다. 마포에 위치한 가든호텔이다. 1979년도에 건축이 되었고 이후에 몇 번 리모델링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오래된 건물의 취약점을 우리가 알기에 사실 걱정이 많았다.

대회준비를 위한 사전회의에서 호텔 이용 상의 문제점 중에 식당으로 가려면 리프트를 이용해야 된다는 설명을 듣고 리프트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이용하는데 안전성의 문제와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논의 끝에 대회 관계자들이 호텔을 직접 찾아가서 현장조사를 하는 방법 외에는 걱정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장애인단체의 점검단들이 호텔의 각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이찬우

객실의 입구와 내부를 점검하고 있는 점검단. ⓒ이찬우

화장실 점검. 휠체어사용자를 위해 유리문을 임시로 제거하기로 했다(왼쪽). 화장실 폭을 재고 있는 모습(오른쪽 위), 그리고 화장실 턱(오른 쪽 아래)은 임시 경사로를 만들거나 최대한 턱이 없는 곳으로 방을 배정하기로 했다. ⓒ이찬우

며칠 후, 호텔 로비에서 행사담당자와 필자를 포함하여 대회 참여를 하는 장애인 단체의 대표 분들이 모였다. 수동휠체어와 전동휠체어, 스쿠터 등 이동에 관련된 보장구들이 다 모여서 1층 로비의 장애인화장실부터 연회장, 숙소, 식당, 엘리베이터까지 찬찬히 점검을 하였다.

조사결과 여러 가지의 개선점이 발견 되었고 이에 대하여 설명과 함께 해결에 필요한 협조사항을 논의하였다. 호텔 담당자의 자세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끝까지 우리의 설명을 다 듣고 다시한번 우리에게 되물어서 확인을 하고 일일이 메모를 하는 것이었다.

이래서 저래서 안 될 것 같다가 아니라 담당부서와 연락을 하여 최대한 가능 여부를 확인하여 추후 연락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날이 7월 19일이었고 8월 1일 드디어 답변이 왔다. 우리가 지적한 사항들에 대하여 최대한 협조가 가능하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 담당자는 2012년 인천 송도에서 제3차 아·태장애인10년의 인천전략선포를 위한 ESCAP 고위급회담을 할 때 그 근처의 호텔에서 근무를 하면서 많은 장애인들을 보았다고 하였다. 그래서인지 장애에 대한 인식이 남달랐던 것 같았다.

우리가 염려하였던 것들에 대해 다음과 같은 연락이 왔다. 식당으로의 이동이 어려우니 접근이 편한 곳으로 별도의 식사장소를 마련해 주겠다. 일반 객실의 화장실 턱이 문제가 되니 경사로를 만들어 제공하거나 최대한 턱이 없는 객실로 배치를 하겠다.

객실의 화장실 출입문이 유리여서 휠체어 사용자는 위험하다 하니 그런 곳에는 임시로 유리 화장실문을 떼어 놓겠다. 일반 숙소가 좁아서 침대를 창 쪽으로 몰아 놓는 것이 휠체어 사용자에게는 공간 활용이 좋겠다하니 명단을 주면 사전에 그렇게 준비하겠다.

1층 장애인 화장실 내부에 영문, 일문으로 안내문이 있으면 좋겠다했고 이 또한 준비하겠다고 한다. 엘리베이터의 열고 닫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위험하다 했더니 행사기간동안 최대한 늦추겠다고 했다.

호텔 출입구의 차량과 사람과의 접촉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도 마련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안전이 최고라는 대회 본부 측의 당부를 잘 이해한 듯하다.

오래된 건물일수록 이런 저런 법적인 핑계로 피하려고 하는 사항들을 많이 본 터이라 굉장히 고무적이었다. 우리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준 것도 고맙고, 일일이 메모하고 담당부서와 조율하고 답변을 주어서도 고마웠다.

이러한 것들이 우리가 원하는 것이다. 100% 완벽한 시설이 있으면 좋으련만 서비스하는 입장에서 최대한 지적사항을 수정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우리는 원한다.

이것이 합리적인 편의제공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시설이 부족하면 서비스로 이를 대체할 수 있다. 호텔 담당자들을 위한 BF인증제도에 대한 설명이나 장애인식개선교육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한다.

주행사가 열릴 대 연회장의 모습. ⓒ이찬우

각종 전시회 겸 부대행사가 열릴 대연회장 입구의 로비 모습.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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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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