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척수장애인협회(이하 척수협회) 대회의실에서 처음 보게 된 경수 6번이 손상된 척수장애인 박준희(28)씨의 첫인상은 밝음 그 자체였다.

7년 전인 2009년, 군 입대를 바로 앞두고 오토바이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에 교통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되어 2년 동안의 병원생활을 했다.

사고 전에도 운동을 좋아했던 박씨는 비록 장애를 입은 몸이 되었지만 긍정적이고 활동적인 성향은 바뀌지 않았고 휠체어 럭비, 요트 등으로 활발한 삶을 살았다.

현재 그의 꿈은 권총종목으로 국가대표 사격선수가 되는 것이다. 사격을 시작한지 1년 정도 된 새내기이지만 그의 건전한 생활태도라면 목표는 이루어지겠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리고 사격실업팀에서 근무하는 희망도 있다고 했다.

그러던 그가 평생의 반려자인 천정은(28)씨를 만나게 되었다. 모 사격선수 여동생의 친구로 우연한 만남이 인연이 되어 올해 10월 말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예비신랑 박씨의 밝고 구김 없는 성격에 운명임을 느꼈다고 했고, 박씨 못지않은 밝고 유쾌한 성격의 천씨는 현재 간호사로 근무 중이다.

척수장애인과 연애하고 결혼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염려 대신에 격려와 지지로 결혼을 준비하는 이 예비부부는 참 복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중증의 장애인일수록 활발한 사회활동과 높은 자존감이 상대의 호감을 갖게 하고 미래를 함께 할 정도의 신뢰를 준다는 것이 이 예비부부를 통해 재확인이 된 셈이다.

상대의 외모나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내면의 성향이나 인간 됨됨이에 더 큰 공감을 갖는 것도 동서고금 연애의 정석이지 않은가? 자신감이 결혼의 성패이다.

박씨는 사고 전에도 유니세프 등에 기부를 하는 등 평소에도 기부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언론을 통해 결혼식을 안올리고 그 비용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을 보고 본인도 그렇게 했으면 하는 용기 있는 상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혼상대자의 동의 없이 결정하는 것도 신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아주 조심스럽게 의사를 밝혔더니 예비신부인 천씨도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천생연분임에는 틀림이 없다.

후원금 전달식 장면. 결혼을 축하하는 의미로 예쁜 현수막을 준비했다. ⓒ이찬우

척수협회 임원진과 기념촬영. ⓒ이찬우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준비과정에서 살뜰히 모은 거금 500만원을 기부하기로 하고 대상자를 찾던 중에 평소에 친분이 있던 서울척수협회의 김의종 회장을 통해 중앙회로 연락이 된 것이다.

이 제의를 받은 필자는 개인적으로 매우 감격스러웠다. 500만원이면 최신의 휠체어를 하나 구입할 정도의 거금이고 사격선수로서 장비를 구입하는 것에도 마음이 있었을 텐데 두 예비부부의 예쁜 생각과 큰 배려가 너무 대견하다. 30살도 안된 두 예비부부의 큰 바위 같은 마음에 감사를 드린다.

늘 받는 데에만 익숙한 우리네들은 주는 것에는 매우 인색하다. 주고 싶지만 주저하고 실행을 못한 적도 있다. 부부의 경우는 한쪽이라도 반대를 하면 성사가 되지를 못한다. 이 예비부부의 착한 선행이 시작이 되어 우리 장애계에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선행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척수협회는 심사숙고 내부 회의를 거쳐서 이 예비부부같이 결혼을 앞둔 척수장애인 예비부부들에게 결혼 축하금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아름다운 선행의 전달식을 보도자료로 배포하였고 이 기사를 본 독지가가 자기도 이 선한 마음에 동참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적은 금액이지만 후원도 받았다.

세상은 아름답다. 사람도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마음들이 결혼을 앞둔 척수장애인 예비부부에게 커다란 힘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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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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