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다가 스티븐 호킹 박사가 나오는 외국차 광고를 보게 되었다. 빅뱅이론을 입증한 세계적인 석학인 영국의 우주물리학자를 광고모델로 쓴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분이 최중증의 장애인임을 감안하면 매우 부럽고 놀라웠다.

인터넷으로 이 광고를 검색을 해보니 루크 알렌 게일이라는 영국 배우와 함께 광고에 출연했다고 한다. 전동휠체어와 ACC(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로 불리는 보완대체의사소통기구와 함께 나오는 모습이 매우 신선하기도 하다.

너무나 잘 알다시피 호킹 박사는 1942년생으로 1962년도 박사과정을 시작할 때 루게릭병의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26살부터 다리근육이 마비되어 걷지 못하게 되었고, 1971년부터 글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 1985년 44세에 호킹 박사는 폐렴으로 응급기관절개수술을 받아 목소리마저 잃게 된다.

미국 켈리포니아 음성 소프트웨어 설계전문가의 도움으로 비록 기계음이지만 다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이렇게 어려운 삶의 과정 속에서도 우주의 신비를 풀기위한 그의 노력은 세계적인 석학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자동차 광고에 출연한 스티븐 호킹 박사.(광고 캡처). ⓒ이찬우

자동차 광고에 출연한 스티븐 호킹 박사와 영국배우 루크 알렌 게일. (광고 캡처) ⓒ이찬우

자동차광고의 컨셉이 중력을 완벽히 마스터하는 차량이라는 것이어서 물리학자의 호킹 박사와 잘 어울린다고 광고주는 생각했을 것이다. 기획자의 의도와 광고주의 결정이 어우러졌다고 생각이 되지만 영국이라는 나라의 장애에 대한 인식의 다른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국의 업체가 만든 상업광고 중에 최중증의 장애인을 모델로 쓴 적이 있었나하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본적이 없다. 서울대의 이상묵 박사를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고 언론이 시끄럽게 장식을 했지만 그 어느 기업도 그를 광고모델로 쓴 기억이 없다. 광고주가 생각은 했는지는 모르지만.

장애인식이니 사회통합이니 뭐니 시끄럽게 떠들지만 일 년에 하루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을 전후한 보여주기식 행사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 우리네와는 다른 면이다. 물론 TV광고에 장애인이 출연하는 것만으로 장애인식개선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우리 주변 어디에서도 장애인을 만나는 것이 어색하지는 않아야 한다.

상업광고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여서 매출을 극대화하기위해 사용된다. 관련하여 기발한 광고기법과 한 줄의 카피를 위해 수많은 광고 종사자들이 애를 쓰고 있다. Beauty(여자), Baby(아이), Beast(동물)의 3요소를 광고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광고의 3B법칙이라는 기법도 있다.

다양한 광고기법도 중요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인식의 더 중요할 것이다. 장애를 함께 하지 못했던 사회의 책임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낙인으로 인정하는 사회는 그 어떤 첨단의 기법에도 장애인을 외면할 것이다.

올 하반기부터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화를 위해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일부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이는 이 사회의 장애인식의 중요성을 인지한 결과라고 생각을 한다. 장애인식개선은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서 꾸준하면서도 다각도로 더 강력하게 실시가 되어야 한다.

각종 매체와 언론, TV 드라마는 물론 상업광고에서도 장애에 대한 과거의 잘못된 편견을 깨는 다양한 시도가 일관성 있게 지속되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잘못된 인식은 사회의 불통과 갈등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늘 접하는 TV에서 국민들의 인식 속에 좋은 기억과 함께 오래 기억될 수 있는, 한국의 기업과 상품을 홍보하는 ‘장애인이 출연하는 광고’를 보게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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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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