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30여년 넘게 활동하고 있지만 시청각중복장애인을 만난 것은 딱 한번뿐이었다. 그것도 시청각중복장애인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의 주인공인 조영찬씨로 다큐를 통해 알려진 분이었기에 가능하였다.

지난 2012년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최된 인천세계장애인대회에 일본의 시청각중복장애인이 2명 참가하였고 이들을 대상으로 통역하는 통역사가 4명 참가하여 전 일정을 통역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당시 조영찬씨와 일본의 시청각중복장애인들이 함께 한국농아인협회에 모여 간담의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조영찬씨는 2006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시청각장애인 대회에 참석하여 일본의 시청각중복장애인들이 손가락 점자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알게 된 것을 계기로 자신과 같은 시청각중복장애인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자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조영찬씨도 손가락 점자(점화, 點話)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으며 시청각장애인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설리반의 손 헬렌 켈러의 꿈’이라는 다음 카페를 개설하여 활동하고 있다.

전(全)일본농인연맹에서 개최하는 전(全)일본농인대회에도 시청각중복장애인이 약 200여명 정도 참가하고 있으며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통역서비스를 하고 있는 수화통역사 수도 상당수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시청각중복장애인들이 노출되는 상황이 거의 없고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나 한국농아인협회에 회원으로 등록하는 경우도 거의 없어 두 기관에서도 이들을 위한 정책이나 복지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몇 년 전 방송을 통해 시청각중복장애인 예지의 일상을 볼 수 있었다. 당시 예지는 학교 교육도 받지 못하고 집에만 머물고 있었는데 시청각중복장애인 특수교육을 전공한 교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서서히 세상을 알아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달팽이의 별을 감독한 이승준 감독이 시청각중복장애인 예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달에 부는 바람>을 제작하여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달에 부는 바람” 개봉을 통해 복지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시청각중복장애인들의 삶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이를 통해서 그들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있는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와 지원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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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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