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3일 국민일보에 ‘부양의무제 그늘, 기초수급 제외될까 임대아파트 전입신고 안 해’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기사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조부모와 살았던 26세의 이씨는 2014년 10월 아버지의 임대아파트로 옮겼다. 공황장애가 있었던 아버지는 중증장애인이었으며, 기초생활수급자로 매월 나오는 78만원이 생활비의 전부였다. 아르바이트를 구해도 한 달을 버티지 못했다고 한다.

6개월 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지만 이씨가 전입할 당시 아버지의 기초생활수급비가 줄어들까봐 전입신고를 하지 않다 작년 3월 말에 했다. 하지만 작년 9월 임대아파트 계약기간이 끝나자 SH공사는 전입신고를 뒤늦게 해 아버지와 같이 산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씨에게 ‘재계약 불가’ 판정을 내리고 작년 12월 강제퇴거 명령을 했다고 한다.

다급해진 이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권익위에서는 아버지와 같이 살았다는 것을 증빙할 자료와 아버지의 공황장애 관련 병원진단서가 없다는 이유로 이씨에게 강제퇴거명령을 받아들이라고 했다.

SH공사는 올해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강제퇴거 집행을 요청했고 지난달 28일 이씨는 법원으로부터 자진퇴거 관련 소장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이씨는 일주일도 되지 않아 6월 3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여기까지가 6월 13일 국민일보 기사의 내용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족이 부양을 책임져야 하는 부양의무제로 인한 폐해라 했고 필자는 이에 동의한다. 이씨가 2014년 10월, 아버지 집으로 갈 당시 전입신고를 했다면 아버지는 부양의무자인 이씨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비에 불이익을 받았을 거고, 이는 아버지의 생존권과 직결될 테니 말이다. 그 당시 전입신고를 안 한 이씨의 결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부양의무제로 인한 비극은 이전에도 있었다. 2010년 10월에 한쪽 팔에 장애가 있던 자녀의 부모가 자신이 죽으면 아들이 정부로부터 장애수당, 기초생활수급비 등의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2년 2월에는 지체장애 남성이 자녀의 소득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에서 탈락하자 집에 불을 질러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2015년 2월에는 여수시에서 발달장애인 자녀의 부모가 가족에게 가중된 부양의무의 고통을 호소하다 자살했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의 최저생활 보장을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 지원대상은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자로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자라고 법에 나온다. 여기서 부양의무자는 수급권자를 부양할 책임이 있는 자로 수급권자의 1촌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를 말한다.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장애인 개인의 소득이 없을 때 부양의무자인 가족이 장애인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장애인 생계를 책임져야 할 국가는 가족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특히 발달장애인 가족의 경우 대개는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부양부담까지 매우 커 개인생활 영위, 지인과의 친목활동 등이 정말 쉽지 않다.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 취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부족한 우리의 현실 속에 가족 내 경제적 부담은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도 가중된다. 이로 인해 가족이 자살하거나 장애인을 시설에 버리는 등의 비극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양의무제는 또한 헌법 제34조 1항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와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가 보호한다는 내용의 헌법 제5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나라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장애인 등을 부양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생계와 돌봄의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는 부양의무제로 인해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에게는 이 제도가 세금을 두 번 내는 것, 다시 말하면 이중과세와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이는 장애인 가족에게는 차별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장애계 단체들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라는 연대를 만들어 부양의무제의 폐지를 위해 지금도 투쟁하는 것이다.

작년 8월 21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광화문 농성 3주년을 맞아 개최한 문화제 진행모습(좌측), 문화제를 보고 있는 청중들 모습(우측). ⓒ이원무

하지만 부양의무제는 아직까지도 폐지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아직도 가족이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는 강한 가족주의 전통이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이 우리 사회에 시급하다.

그리고 부양의무제로 인해 장애인 가정만이 아니라 저소득층 비장애인이 있는 가정, 노인 등의 경우도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따라서 부양의무제는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의 문제라는 시각을 우리 사회에서 공유하는 노력을 하는 것도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부와 정치권의 부양의무제 폐지에 대한 의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년 전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국가심의 때 정부는 부양의무제와 관련해 ‘한국의 국민기초생활제도는 부양의무자 소득 반영하여 가족 내 낙인감 있다. 장애인가정의 경우 부양의무자를 완화하여 두텁게 보호한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정부 말대로 두텁게 보호한다면 지체장애인 자살 사건,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 등이 없어야 했다. 그리고 시설에 있던 장애인들이 자립하기 위해 지역사회로 나오게 되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격이 박탈된다.

그래서 그 당시 필자는 부양의무제의 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UN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 연대를 통해,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이후 위원회에서는 장애인 가족의 재산, 소득이 아닌 장애인의 개별적 상황과 필요에 따라 최저생계비를 지원할 것을 권고했다. 부양의무제 폐지라는 문구까지 넣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사실상의 부양의무제 폐지를 말한 것이라 본다.

하지만 최종권고 이후에도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있어야 국민이 효를 다하는 국가가 된다.’는 인식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19대 국회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전 폐기 또는 대폭 완화가 목적인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었다고 한다. 이를 보면 정부와 정치권이 부양의무제 폐지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강한 의심이 든다.

더군다나 20대 국회에는 비례대표로 당선된 장애인이 한 명도 없는 등 장애인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런상황일때 장애계는 각계전투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결속을 다지고, 뭉치며 장애인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노력을 지금부터 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장애계가 다른 시민단체들과도 전보다 더욱 강하게 연대해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도록 정부와 정치권을 더 강력하고 절실하게 압박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본다, 그래서 정부와 정치권이 부양의무제 폐지의 의지를 가지도록 해야 한다.

이외에도 부양의무제 폐지와 동시에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의 장애 여부 및 장애유형, 소득, 노동능력 등을 고려해 이들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소득을 보장하고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고민·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발달장애인법에 소득보장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법을 법에 명시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에서 중증장애아동을 둔 저소득 가정에게만 지원되는 등 장애인가족지원제도가 부실한 점을 보완해 장애인을 부양하는 가족의 짐을 경감하는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지난 6월 13일,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주관으로 개최된 '탈시설 과정에서 가족우려와 지지체계, 어떻게?' 토론회의 전경. ⓒ이원무

자립의 걸림돌은 부양의무제임을 발표하는 향유의 집 거주인 조국현 씨(좌측), 탈시설에는 부양의무제 폐지도 필요함을 말한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우측). ⓒ이원무

얼마 전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에서 주관한 ‘탈시설 과정에서 가족우려와 지지체계, 어떻게?’라는 토론회에서 장애인 시설인 ‘향유의 집’에 거주하고 있는 당사자는 자립의 걸림돌로 부양의무제를 지목했다.

이후 토론에서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부양의무제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점도 언급되었다. 이 토론회를 통해 부양의무제 폐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되었다.

부양의무제 폐지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지역사회에서 서로 어울리며,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길 필자는 강력히 바란다.

그래서 부양의 짐을 짊어졌던 가족은 그 짐에서 벗어나 쉼을 얻고 자신을 돌아보며 행복의 날개를 펼쳐야 되지 않겠는가?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당사자, 저소득층들에게는 국가가 소득, 서비스를 지원하며 자립할 수 있도록 하고, 이전에 가족만이 가졌던 부양의 짐을 충분할 정도로 나누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