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혜 칼럼니스트.ⓒ에이블뉴스

한국농아인협회가 창립 70주년을 맞이하여 오는 6월 2일부터 6월 4일까지 기념식을 비롯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농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극심하던 1946년 6월 1일 자조단체 조선농아협회로 출발하여 시대적 격랑을 딛고 35만 농인을 대변하는 기관으로 성장한 협회가 창립 70주년을 맞이하면서 농사회의 통합 된 비전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협회는 창립 초창기에는 협회 홍보와 농인들을 계몽하는 일에 주력하며 해산 위기를 겪기도 하였고 대한농아협회와 대한농아계몽협회와의 대립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5.16 군사정권 출범으로 인한 침체기를 지나 구제의류 부정사건을 계기로 협회의 활동이 전면 중단되는 시기도 있었지만 뜻있는 농인들이 앞장서 협회 재건에 나서고 운보 김기창 화백이 사재를 털어 재정비에 나섬으로서 1980년 사단법인을 인가받고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게 된다.

초대회장인 운보 김기창 화백은 4대 회장까지 역임하면서 전국적으로 농인들을 규합하는 행사들을 개최하여 상호간의 연대의식 강화를 꾀하였다.

1996년 안세준 회장이 5대 회장으로 취임하며 청음회관의 그늘을 벗어나 한국농아인협회로 단체명을 변경하였고 운전면허 취득과 관련, 2종 운전면허 취득과 청력검사 조항 삭제 등의 성과를 거둠으로서 사회의 차별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농인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회복하고자 하는 큰 변화를 맞이하였다.

1997년에는 수화통역사제도 시행으로 수화통역사를 배출하고 1998년 수화통역센터를 개소하여 의사소통의 장벽으로 부진하기만 했던 농인의 사회참여가 증진되는 계기가 되었고 수화통역이 시혜적 차원에서 농인의 정당한 권리로 인정되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6대 주신기 회장은 수어에 대한 연구와 수어교재 발간에 주력하여 수어의 언어적 지위 확보를 위한 교두보를 쌓았다. 또한 TV가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내용도 알지 못한 채 시청을 해야 했던 농인들의 방송 접근권 확보를 위한 행보가 시작되었다.

2005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제7대~9대 회장을 역임한 변승일 회장은 그동안 청인들이 주류인 사회 속에서 소외되고 차별 받으며 살아왔던 농인들의 현실을 온몸으로 역설하면서 농인들의 정체성 회복을 촉구하였으며 한국수어법 발의를 통해 농인의 언어권을 기반으로 한 권익 확보에 주력하였다.

2015년 3월 제10대 회장으로 당선된 이대섭 회장은 한국수어법 제정이라는 농사회의 커다란 변화 앞에서 한국수어법 시행 원년을 맞이하고 있다.

농사회는 수어를 모어로 하는 특성으로 인하여 다른 장애인단체와는 다른 강력한 응집력을 갖고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하여 때로는 선거로 인한 분열과 난항이 거듭되기도 했지만 농인이라는 동질감을 바탕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제 한국수어법 시행 원년인 2016년, 협회 창립 70주년을 맞이하면서 상생과 공존, 협력과 화합을 모색해야할 때이다.

특히 한국수어법의 실질적 이행을 위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준비, 한국수어법의 제도적 안착을 위한 다양한 과업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농사회의 다양한 인프라를 활용하고 가동하여 이에 대비해야 한다.

여기에 1997년 시행된 비공인 민간 수화통역사 배출로 출발하여 현재의 공인 민간 수화통역사 배출까지 수화통역사 자격제도 시행 20여년을 맞이하면서 수화통역사협회의 설립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이번 기념행사 가운데 협회의 과거를 진단하고 미래를 조망하는 토론회도 준비되고 있다고 한다. 과감하고 용단 있는 진단만이 미래 농사회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나온 70년과 미래의 70년을 바라보며 농사회가 한층 더 성숙한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의미 있는 70주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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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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