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장애인 단체마다 사업을 위해 열심히 준비 중이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고 부담이 되는 고민거리 중에 하나가 행사를 위한 장소섭외이다.

해마다 참가 희망 인원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강사교육, 실무자교육, 지도자교육 등 집체교육을 위하여 적게는 20명 많게는 100명 이상의 척수장애인이 함께 숙식하고 교육할 만한 장소가 없다. 조금이라도 보행이 가능하면서 휠체어를 타는 경우와 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척수장애인의 휠체어는 숙박 접근성에서 하늘과 땅 차이이다.

접근성이 안 좋거나 객실 화장실이 불편하거나 객실에 침대가 없거나 층간 이동을 위한 수단이 작은 엘리베이터 한 대 뿐이어서 이동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도 한다. 필요충분조건이 맞아 떨어지는 곳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이다. 무엇인가 부족한 상태에서 비용은 비용대로 지불하면서 행사를 치르고도 만족감이 없는 일정들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대한민국에 겨우(?) 50대 또는 100대의 휠체어 사용 척수장애인이 마음 편하게 묵을 연수시설이 하나가 없다는 사실이 너무 황망하고 어이가 없다. 회원들 중에 휠체어 사용장애인이 많은 단체들의 고민이 깊어만 가는 이유이다.

장애인 단체의 역량강화를 위해 모여서 논의하고 배우고 익히고 나누기 위한 필수조건이 연수시설이다. 각 기업과 각 단체, 종교기관마다 연수원을 짓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비전을 함께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 세상은 장애인들의 역량강화를 배려할 만큼 여유가 없는가 보다.

척수협회는 연 초에 직원연수를 위해 경기도 인근의 숙박시설을 예약하였다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행사 이틀 전에 거부당하는 일도 있었다.

과거의 아픈 경험을 끄집어내면, 휠체어의 출입을 위해 연수원의 객실 화장실의 문짝을 떼어내는 경우도 있었고, 화장실 출입이 불가능해서 매트위에서 용변을 보다가 오염이 되어 변상을 해 주는 일도 있었다. 이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계기가 된다.

객실에 침대가 없어서 전동휠체어 위에서 하룻밤 정도는 쪽잠을 자는 경우도 있다. 개인위생을 위한 샤워는 사치일 정도이다. 일부 연수원은 본인들의 일정이 우선이라며 돌연 예고 없이 장소를 변경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충주에 새로 지어진 복지부 산하의 한국자활연수원도 전체 객실 142개 중에 장애인전용 객실은 두개뿐이고 일반 객실(133개)은 입구와 화장실의 턱과 좁은 실내 구조로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사용이 불가능하다. 사기업의 연수원은 그렇다고 해도 복지부산하의 연수원을 지으면서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쉽기만 하다.

장애인 단체들이 많이 이용하는 대방동의 여성플라자는 장애인객실이 턱없이 부족하고, 이룸센터는 숙박시설이 없다. 전국에 있는 청소년수련원과 유스호스텔 등은 휠체어사용 장애 친화적이 아니라 사용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작년 말에 영종도 스카이리조트에 있었던 아시아태평양장애인대회의 경우에도 숙소문제 때문에 마지막까지 고심을 했다. 20여 개국에서 오는 장애인들과 국내에서 참가하는 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많이 열악했기 때문이다.

침대와 장애인용 화장실이 있는 충분한 수의 객실, 대강당에서 큰 규모의 컨퍼런스도 가능하고 각종 규모의 회의실과 교육실이 있고 다수가 동시에 식사가 가능한 식당, 넓은 주차 공간, 체육활동이 가능하고 휴식시설이 있는 이런 연수원을 꿈꾸는 것이 사치는 아닐 것이다.

일본 오사카 빅아이 국제장애자교류센터의 전경과 다목적실, 교육실, 숙소. ⓒ이찬우

일본 오사카 국제장애자교류센터(http://www.big-i.jp)를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선망과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국제장애자교류센터(빅아이)는 UN장애인10년(1983~1992)을 기념하여 2001년에 후생노동성이 장애인의 완전참가와 평등의 실현을 그리는 상징적인 시설을 설치한 것이다.

빅아이는 장애인의 국제교류활동과 문화·예술 활동의 장소이며 또한 장애인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참여하는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이렇게 모든 장애유형의 사용이 가능하고 장애인의 눈높이로 지은 연수원이 권역별로 하나씩만 있었으면 좋겠다.

장애인 단체들도 어차피 장소사용을 위해 비용은 지출하고 있으니 이참에 회원제의 개념으로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협동조합형태의 연수시설을 지어보는 것은 어떨까? 새롭게 장애인 일자리도 창출되고 미래의 꿈도 키우고 좋지 아니한가.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의 주도국으로 인천전략과 CRPD(장애인권리협약), SDGs((지속가능한 개발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활발한 국제교류를 위해서도 장애친화적인 연수시설은 꼭 필요하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오늘도 척수협회뿐만 아니라 장애인단체의 직원들은 장소섭외를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장애인단체의 회원들이 유랑민처럼 여기저기 떠돌지 말고 마음 편히 교육할 곳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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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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