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척수장애인협회(회장 구근회, 이하 척수협회)가 한국국제협력단(이하 KOICA)의 국제협력사업을 네팔에서 진행하고 있음을 알린 적이 있다.

2015년도 사업은 척수장애인의 주택접근성개선과 인식개선 사업이 주요 목표이었으나 2015년 4월에 네팔을 강타한 대규모의 지진으로 사업이 지속되지 못하고 임시숙소(셀터 shelter)건설로 사업이 변경되었다.

다행이 대지진 이전에 주택접근성사업은 4군데 진행이 되었고, 이 사업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네팔방문 일정(4/19~4/26)중에서 4월 23일부터 25일까지 2박 3일의 일정으로 샹쟈라는 지역에서 이루어졌다.

네팔은 전 국민의 90%가 농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산이 많은 네팔에서 평지에서의 경작보다는 산을 계단식으로 개간하여 농사를 짓는다. 대부분의 척수장애인들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장애를 입고 살고 있다.

문제는 주변 환경과 주택구조가 휠체어 사용에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농가의 주택구조는 대부분 2층으로 되어있고, 1층은 부엌과 거실이 있고 2층에 침실이 있는 구조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수단은 나무계단으로 되어 있다. 당연히 걸을 수가 없는 척수장애인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1층의 구석에 침대를 설치하고 기거를 한다. 문제는 마당에서 1층으로 가는 곳에 턱이 있으면 안팎의 출입이 자유롭지가 않다. 어떤 척수장애인은 1층에서 벽만 보고 4년을 기거했다고도 한다.

그리고 당연히 실내에 화장실이 없으니 침대 위에서나 침대 옆의 간이변기를 이용하여 용변을 처리하니 장애인의 자존감은 형편없이 낮아지는 것이다. 부엌에서의 조리 방법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나무를 때서 밥을 하고 식사 준비를 한다. 척수장애인의 경우 이런 구조에서는 주방활동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척수협회의 주택접근성 사업은 마당과 집안과의 경사로 설치, 외부화장실 건축, 부엌개선 등 3가지를 선정하고 당사자의 욕구와 현지 상황 등을 고려하여 선택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통적인 네팔의 가옥구조. 1층은 부엌과 거실이고 2층은 침실이다. ⓒ이찬우

지진 이전에 진행 되었던 4군데 중에 그나마 필자의 방문이 용이한 2군데를 선정하여 가기로 하였다. 그곳은 카투만두에서 포카라 라는 곳으로 이동하고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샹자(Shanja)라는 곳의 두 집을 이틀에 걸쳐 방문하기로 하였다.

아시다시피 네팔은 사회기반시설 특히 도로사정이 매우 열악하다. 가장 규모가 크다는 하이웨이(고속도로)가 왕복 2차선이고 포장상태도 안 좋아 조금이라도 고장차가 있어 사고가 있다면 교통체증이 매우 심각한 곳이다.

이를 피하기 위하여 첫날인 23일에 새벽 6시 30분에 카투만두의 숙소에서 출발을 하였다. 승용차를 이용하여 베이스캠프인 포카라까지 6시간이 걸렸고, 잠시 숙소에 짐만 풀고 바로 출발을 하였다. 비포장도로를 감안하여 지프차로 바꾸어서 왕복 8시간을 달렸고, 그 다음날도 지프차로 왕복 10시간이 소요되었다. 마지막 날의 카투만두로 돌아오는 여정은 10시간이상 소요되었다.

72시간 동안 무려 34시간을 꼬박 차로 이동하는 여정이었다. 중간에 공중화장실도 없고 척수장애인의 특성상 물과 음식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었고, 비포장도로의 진동으로 욕창이 걱정되고 더위로 땀띠와 건강이 걱정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의 총 책임자이기도 하고 같은 척수장애인으로 꼭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이 모든 어려움을 기쁜 마음으로 하게 만들었다. 특히 출발 전에 필자의 건강을 걱정하여 출장자체를 우려하고 가족들도 반대를 한 터이라 내심 걱정을 하였지만 아무 문제없이 잘 다녀왔다.

이런 산을 넘고 물을 건너서 척수장애인이 사는 곳을 간다. ⓒ이찬우

산의 굽이굽이 비포장도로를 3~4시간을 달려야 그들을 만날 수가 있다. ⓒ이찬우

남들은 ‘대단하다’라고 하기도 하고 ‘고생을 사서 한다’고 빈정거리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정을 다녀왔다. 비포장 산위에서 깎아지른 벼랑길 아래를 내려다보며 생명의 위협을 느꼈지만 덕분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과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마음에 담고 왔다.

척수장애인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동질감으로, 동정심이 아닌 서로의 삶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투박한 격려도 나누었다. 나 또한 나의 삶과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척수장애인이라서 너무 행복하고 이런 일을 할 수가 있어서 감사하다.

기내에서 촬영한 에베레스트 산맥의 모습. 아름다운 여정의 선물이다. ⓒ이찬우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