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전에 자폐성 장애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 때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말을 반복하는 등의 나의 특성들을 완벽히 고치기 위해 무진장 애를 썼다. 과거에 아이들, 동료들이 나를 괴롭혔던 경험, 가족들이 힘들어했던 것 때문에 더욱 고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 특성을 고쳐 완전해지려 할수록 나에게 돌아온 것은 좌절, 절망뿐이었다.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도 나의 이런 특성들이 나올 때면, ‘장애가 없었다면 어땠을까?’하고 나의 장애를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적들이 사실 가끔씩은 있었다. 연구소 생활을 겪은 후로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만 장애로 인한 것을 완화(예. 말 반복 회수 줄이기)하려고 하지, 장애 자체를 완전히 고치려고 노력하지는 않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런 경험들이 있어서인지, ‘장애를 앓는다.’는 표현이 나오면 ‘이거 안 되는데’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 생각을 직접 얘기했던 적이 있었다.

내 기억에 최근에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어느 한 목사의 설교를 듣다 ‘장애를 앓는다’는 표현을 들었던 것으로 안다. 그 때 나는 그 목사에게 가서 ‘앓는다는 표현은 병과 관련해 쓰는 표현이다. 병이란 고칠 수 있는 것이고 장애란 고칠 수 없는 거다. 그런데 장애를 앓는다는 것은 장애를 병으로 보는 것이다. 이 표현은 부적절하다. 그리고 이것을 듣는 장애인들은 마음이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 목사는 ‘그러면 어떻게 말하면 좋겠냐?’고 물었고 나는 ‘장애를 가진, 또는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얘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 목사는 ‘알겠다. 얘기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앞으로 조심할 것을 다짐하며 나와 기분 좋게 헤어져 다행이었지만 말이다.

또한 내가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있을 때도 소경, 벙어리, 앉은뱅이라는 단어를 접할 때마다 장애인을 차별하는 말을 성경에서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예수님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마음을 존중하는 분이고, 실제로 사회적 약자 지원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임을 성경을 통해 배웠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게 된다.

이외에도 2013년 벙어리 냉가슴, 앉은뱅이 등 장애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의 단어를 사용해 기사제목을 낸 언론사들이 있었음을 인터넷을 통해 접했다. 그러다 보니 ‘아직도 우리나라는 선진국 가려면 멀었나?’하는 느낌이 들게 된다.

잘못 쓰이고 있는 장애인 관련 용어 ⓒ네이버 캡처

이렇게 장애를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것들로 인해 우리 사회에 있는 사람들은 장애인을 벌레나 환자 보듯이 무시하거나 정신적 장애인(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 통칭)을 치료대상으로 여기게 되고, 이것이 실제로 장애인을 차별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때문에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들게 되는 표현들을 중지·시정할 것을 방송·언론기관, 교회 등에 요구해왔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에 2011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와 기자협회에서는 인권보도준칙에 관한 실천매뉴얼 초안을 발표했다. 그 중에는 ‘장애를 앓는다’와 같이 장애를 질병과 혼돈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장애·장애인 비하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내용들은 현재 한국기자협회 정관에도 반영되어 있다.

이후 2014년 11월에 국가인권위원회는 다시 ‘언론 장애비하 표현 관행 개선하라’는 권고를 냈다. 그리고 최근 한국장애인선교단체총연합회(이하 한장선)에서는 교회가 성경에 있는 장애인 비하용어(벙어리, 문둥병자 등)들을 쓰지 말라고 기자회견을 했다.

이런 고무적인 움직임들이 있지만, 네이버 검색어에 ‘장애를 앓는다’는 표현을 입력해 검색하면 작년 11월 말 모 신문의 보도기사 중 ‘어른들도 발달장애를 앓는다’는 표현이 나온다. 이렇게 장애를 앓는다는 표현을 사용한 보도기사가 아직도 수십 개 넘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또한 ‘벙어리 냉가슴’, ‘벙어리’ 등을 구글에서 검색하면 검색어가 포함된 보도기사도 수십 개 넘게 나온다. 교회는 아무렇지도 않게 장애인 비하표현을 계속 쓴다고 한다.

그렇다고 장애를 부정적으로 보게 하거나 차별하는 표현의 사용중지요구를 멈출 수 없다. 멈출 경우 다른 사람들은 발달장애인들을 포함한 장애인들을 멀리 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기보다 분리되고 장애인을 고립시키는 사회가 만들어질 것을 안다.

그러기에 장애인단체와 장애인들은 장애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표현 사용중지를 계속 요구할 것으로 생각한다. 나도 일상생활에서 장애인을 차별하는 표현들을 들을 경우 그 표현들의 중지를 지금보다 더욱 차분하고도 강력하게 자주 요구해야겠다.

마지막으로 나의 바람을 말하며 글을 마치고 싶다.

발달장애인 중심의 자기옹호 사례들을 복지관, 시설 등 민간차원에서 공유하는 노력들, 이 노력들을 통해 얻은 노하우가 실제 국가, 지자체의 정책에 반영되기를 꿈꿔본다. 그런 환경 속에 발달장애인들이 자기옹호를 하고 삶의 책임을 다하며, 자신의 목소리로 장애인 비하·차별표현에 대해 ‘아니오’, ‘즉시 시정하라’고 제대로 요구하는 것이 많아져 장애인 차별이 줄어들고 마침내는 사라지게 되는 그 날이 오기를. 그래서 모든 사회구성원이 장애인 비하·차별표현을 단호히 거부하는 사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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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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