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토요일, 두산과 LG의 프로야구 시범경기로 잠실야구구장이 들썩일 때, 바로 옆인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도 휠체어소프트볼 경기로 그에 못지않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이 야구를 한다. 정확히 말하면 소프트볼을 한다. 야구 유니폼도 제대로 차려입고 다이아몬드를 누비며 던지고 치고 달린다. 심판도 있고 스코어보드도 있다. 선수들은 상기된 표정이고 관중들은 즐겁기만 하다.

서강대학교 사회공헌 비즈니스 동아리 인액터스 서강의 프로젝트로, 휠체어 사용자들의 스포츠 활동 증진을 목표로 국내 휠체어 소프트볼 정착을 위해 기획된 온더볼(On the ball)의 마지막 여정인 ‘제1회 휠체어소프트볼 대회’의 모습이다.

지난해 9월 일본휠체어소프트볼연맹의 초청을 받아 한국척수장애인협회(이하 척수협회)에서 필자를 포함해 3명이 방일을 한 후에 국내에 보급을 위해 여러 가지 기획을 하던 중에 서강대 동아리 인액터스와 연결이 되었다. 인액터스는 처음에는 휠체어 야구를 기획하였으나 척수협회의 회유(?)로 휠체어소프트볼로 바꾸었다.

휠체어를 타면서 야구글러브를 끼고 야구경기를 하는 불편함보다는, 기존 소프트볼 보다는 조금 큰 휠체어소프트 볼을 이용하여 맨손으로 경기를 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또한 이 종목은 굉장히 신사적인 경기라는 것을 어필하였다.

발이 바닥에 닿아서는 안 되고 엉덩이가 휠체어바닥에서 떨어져서도 안 된다. 번트도 없고(손이 부자유스러운 사지마비 척수장애인들만 가능), 도루도 없다. 강속구로 타자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타구를 유도하여 수비로 타자를 잡는 것을 우선한다. 그러다 보니 데드볼도 없다.

타자가 타석에서 휠체어의 움직임을 잡아주는 도구를 사용할 수도 있다. 경기 중에 선수가 휠체어에서 넘어지면 심판이 타임을 걸어서 안전을 도모한 다음에 안 넘어졌을 때의 상황을 예견하여 주루를 결정한다.

시합 전에 기념 촬영한 비전팀, 휠러스팀, 샬롬팀. ⓒ이찬우

정확히 오전 10시에 개회식을 거행하였다. 선수들이 팀별로 유니폼을 맞추어 입고 대열을 갖추었고 대회사와 축사가 이어졌다. 특히 일본휠체어소프트볼연맹의 오오니시 감독과 사무처장이 이 대회를 위해 방한하였고 축사도 해 주었다. 특히 서울시 야구협회에서는 심판들도 파견해 주고 이후의 협력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주었다.

공식적으로는 3개 팀(비전, 휠러스, 샬롬)이 출전을 하였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비전팀과 휠러스와 샬롬팀의 혼성팀을 구성하여 대회를 치르게 되었다.(참고로 국제경기 등의 공식 시합은 장애인만으로 팀이 구성이 되어야 하나 종목의 활성화를 위하여 비장애인들도 휠체어만 타면 참가가 가능하도록 개방을 하였다. 현재 일본도 이런 식으로 동호회를 구성하고 있다.)

첫 대회이다 보니 여러 가지 부족함이 눈에 들어왔다. 독학으로 공부하고 번역한 규정을 적용하다보니 경기 도중에 약간의 이견들이 있었고, 구장의 규격과 모양도 90도 보다는 좁게 그려져서 내야의 선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연출이 되었고, 타석에서는 무조건 쳐서 출루를 하려는 단순한 작전으로 아웃이 속출하여 경기의 공수 회전율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시원시원(?)한 모습이 연출되었다.

휠체어 소프트볼은 기본적으로 원스트라이크 원볼에서 시작이 된다. 파울도 스트라이크로 간주가 된다. 그래서 투수의 투구 작전이 매우 중요하다.

시합을 함께 본 일본의 감독은 ‘일본도 처음에는 같은 실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의 처음보다는 더 짜임새가 있다’고 하고, 특히 몇몇 선수는 지금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격려하였다.

일본휠체어소프트볼연맹 오오니시 감독(사진 왼쪽)의 클리닉 장면. ⓒ이찬우

시범경기를 마치고 식사를 한 후에 오오니시 감독의 협력으로 구장의 규격과 모양새를 수정하고 선수들이 모두 참여하여 클리닉을 가졌다. 주요한 경기 규정과 투수의 투구방법, 주루플레이, 몇 가지의 작전에 대한 설명을 마친 후에 참가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이해를 높이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오전보다는 짜임새 있는 대회를 한 결과 최종적으로 비전팀이 7:5의 승리로 제1회 대회에서 처녀우승을 하는 기쁨을 맛보면서 대망의 대회도 성공리에 마치었다.

모든 선수들의 얼굴에는 즐거움과 성취감이 가득했고, 야구의 묘미를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종목에 대한 기대감으로 화제를 이루었다. 특히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지방에서 온 선수들은 돌아가서 동호회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오는 7월 1일부터 3일까지 일본 삿포로에서 일본휠체어소프트볼대회 및 미국 팀을 초청하여 국제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에 일본 측은 척수협회를 통해 정식으로 참가를 요청하였다. 일본으로 가는 과정에 재정문제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은 있겠으나 새롭게 시작하는 종목에 대한 기대감과 열정을 멈추지는 못할 것이다.

일본은 2020년 동경장애인올림픽에 이 휠체어소프트볼을 시범 종목이 되도록 노력중이라고 하였다. 아마도 오늘 이 첫 대회에 참여한 선수들 중에 국가대표가 될 선수들도 있겠다.

조금은 쌀쌀한 날씨였지만 주변에 개나리가 곱게 피기 시작한 구장에서 열린 휠체어소프트볼대회는 가족들과 동료들과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종목에 대한 기대감이 봄꽃과 함께 활짝 피어났다.

비전팀과 휠러스-샬롬 혼성팀의 상호 인사하는 장면. ⓒ이찬우

제1회 휠체어소트볼 대회 경기장면.(비전팀의 공격). ⓒ이찬우

호쾌한 타구 모습. ⓒ이찬우

척수협회 중앙회 직원으로 구성된 휠러스팀 기념촬영. ⓒ이찬우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