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PC나 스마트폰(smart phone)의 활용의 부적응에서 시작되는 디지털 격차는 경제적 빈곤 등 사회적 불평등에 의해 발생하며, 이는 다시 사회적 배제의 원인이 됨에 따라 구조적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순환구조를 지닌 현상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하에서는 경제적 빈곤에 처한 개인들은 새로운 자원에 접근하거나 개인의 인적 자원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 어렵다.

자원에 접근하고 자원을 축적할 기회가 박탈될수록 시민으로서의 권리 행사와 사회적 활동에 대한 관여는 점점 어려워진다.

한 개인의 인적 자본을 넘어 사회적 관계에 내재되어 있는 사회적 자본의 활용이 점점 중요해지는 오늘날,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정보통신기술의 활용능력은 사회적 자원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이는 사회적 참여를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역으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자본을 활용할 기회가 줄어들게 되며, 사회적 자본의 부족은 곧 사회적 배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 격차에 관한 논의는 정보통신기술의 사회적 확산과 함께 진화되어 왔다. 즉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물리적 접근 여부라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접근의 차원을 세분화하거나 디지털 격차의 수준을 단계화하려는 시도로 발전해왔다.

디지털 격차는 미국 클린턴 정부의 1995년 NTIA(National Telecommunications and Information Adminstration) 보고서에서 정보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가 언급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디지털 격차라는 용어는 1998년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하였고, 이 보고서에서 디지털 격차는 새로운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과 접근할 수 없는 사람 간의 분할이라는 개념으로 정의되었다.

디지털 격차에 관한 일련의 미국 정부 보고서를 바탕으로, 다양한 집단들 간에 컴퓨터 소유와 인터넷 이용에서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국내의 디지털 격차 논의도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졌으며, 주로 정보 격차로 명명되었다. 한국전산원(2000년)은 정보 격차를 정보의 접근과 이용이 여러 사회 집단 간 동등한 수준으로 진행되지 않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정의하였고, 서이종(2000년)은 정보에 대한 접근 여부뿐만 아니라 정보매체에 접근하여 얻은 정보를 활용하고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포함하는 격차, 즉 정보 접근 및 활용에서의 격차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2000년대 중반 이후의 디지털 격차 연구 대부분은 디지털 격차에 주목하게 된다. 이는 인터넷을 통한 자본 향상 활동(capital-enhancing activities)에서의 차이와도 연관되는 것으로, 컴퓨터 등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동일한 접근권을 가지고 있다할지라도 교육 수준에 따라 인터넷을 의미 있게, 유용하게,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능력 또는 활용 수준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인터넷의 양적 이용과 질적 이용 수준이 높았으며, 인터넷에서의 정보 생산 활동, 온라인 공간에서의 시민적·정치적 연계활동을 더 활발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활용 격차는 이용자가 기술과 내용에 대한 통제와 선택 권한을 가지고, 의미 있게, 유용하게,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단계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집단 간 차이를 의미한다.

디지털 활용을 정보 활용 능력, 콘텐츠(contents) 생산 능력, 사회적 연계 능력으로 나눌 수 있으며, 정보 활용 능력 또는 정보 리터러시(literacy-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는 디지털 리터러시와 동일개념으로 사용될 정도로, 디지털 리터러시의 보편적이며 핵심적인 개념이다.

콘텐츠 생산 능력은 이용자가 생산자로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으로, 기존 정보 리터러시 중심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확대되면서 강조되고 있는 개념이다.

사회적 연계 능력은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social networks site) 등 소셜 미디어(social media)의 활용을 위한 핵심 능력이다.

다른 이용자들과의 연계 활동 능력은 본인이 소유하지 않은 자원에 접근하여 필요에 따라 그 자원을 동원할 수 있게 함으로써 네트워크 사회에 필수적인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활용 능력의 첫 번째 차원은 정보 활용 능력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용어는 길스터(Gilster, 1997)의〈디지털 리터러시〉라는 저서에 의해 대중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디지털 미디어가 제공하는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으로 정의하였다.

한편 보덴(Bawden, 2001)또한 디지털 리터러시를 디지털 정보 리터러시와 동의어로 간주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 격차를 정보 격차로 명명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디지털 미디어의 주된 기능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며,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다는 것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활용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해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덴은 정보 처리 과정을 여섯 단계로 나누어 정보 리터러시를 정의하였다. 즉 정보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것,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것, 정보를 찾아내는 것, 정보를 평가하는 것, 정보를 조직화하는 것, 정보를 이용하는 것으로 정보 리터러시를 정의하고자 하였다.

일반적으로 선행 연구들은 성별, 연령, 학력, 가구소득 수준에 따라 정보 활용 능력에 차이가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연령이 낮을수록, 남자일 경우에,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정보 활용 능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학력에 의한 정보 활용 능력의 차이가 컸다.

교육수준이 정보 활용 차원의 격차를 초래하는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정보를 검색하고, 평가하고, 조직화하여 자신의 필요에 맞게 활용하는 능력에서 나아가, 콘텐츠를 창의적으로 생산하는 능력을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가 수용자를 정보 소비자에서 정보 생산자의 위치로 옮겨놓음에 따라, 수용자가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다는 것은 정보를 수용하는 차원에서의 활용뿐 아니라 정보를 생산하는 차원에서의 활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콘텐츠 제작에 관여할 수 있는 기술적 장벽과 경제적 비용이 낮아짐에 따라 이용자들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글이나, 사진, 또는 동영상 형태로 표현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게 되었다.

전문가들에 의해 제작된 콘텐츠를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용자들은 그들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여 이용자는 생산자의 역할까지 담당할 수 있게 되었으나, 모든 이용자가 생산자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데, 이는 기술적 가능성과는 별개로 여전히 이용자의 콘텐츠 생산 능력에는 차이가 있으며, 그러한 차이는 사회적 참여나 새로운 자원 획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이용자의 연령이 낮을수록, 남자일 경우에, 학력이 높을수록, 온라인 콘텐츠 생산에 더 많이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이 강력한 이유는 이용자들 간의 연결을 가능하기 때문으로, 즉 기술적 네트워크로서의 인터넷을 사회적 네트워크로 활용함으로써 인터넷의 사회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네트워크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바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1999년 시작된 국내의 싸이월드, 2003년에 시작된 미국의 마이스페이스, 그 이후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등장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이용자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구축된 연결망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사회적 관계들을 확장시켜 나간다. 집단의 구성원으로서가 아닌,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관계들을 유지하고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사라지기 쉬운 관계들을 지속시키며, 적은 비용으로 약한 관계들을 유지시키고, 관계 형성 초기의 장벽을 낮추고, 공통점을 기반으로 관계 형성을 용이하게 한다.

디지털 결과 격차는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효과 차원에서 발생하는 사회 집단 간 차이를 말하는 것으로, 디지털 결과 격차는 지식 격차 가설 또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효과 격차 개념과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동안 지식 격차 가설은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른 미디어 노출의 효과 차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디지털 격차는 주로 접근이나 활용성에서의 사회적 집단 간 차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논의되어왔다.

지식 격차 가설은 매스미디어(mass media)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계층 간의 지식 격차를 축소하기보다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즉, 매스미디어가 사회 체계 속으로 편입되어 감에 따라, 누구나 모두 동일한 수준의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집단이 낮은 집단보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더 빨리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커뮤니케이션 효과 격차는 교육 수준에 따른 미디어의 효과 차이가 지식 습득 뿐 아니라 개인의 심리적 태도 및 행위적 참여에도 나타날 수 있다.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접근과 활용 수준 차원에서 집단 간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고 디지털 미디어 이용의 효과에 계층 간 차이가 발생한다면 사회적 불평등은 심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면서 얻게 되는 정보습득, 사회 참여의 기회, 사회적 자원에의 접근 등 다양한 혜택과 관련하여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차이가 있다면, 이는 지식 격차 가설이 가정하는 것처럼 오히려 계층 간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이용 능력의 차이가 인터넷을 통해 접근하는 자원에 영향을 주고, 그 결과 지식 격차와 같은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시킬 수 있다.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정보적 지지는 문제해결, 의사결정, 적응, 위기 상황에서 한 개인이 맺고 있는 관계나 소속되어 있는 연결망으로부터 정보, 조언, 충고 등을 제공받는 것을 의미한다.

점점 더 복잡해지고 변화의 속도가 빠른 현대 사회에서, 한 개인이 소유한 인적 자원 못지않게 관계망에 내재된 자원에의 접근과 활용이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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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의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출생 시 의료사고로 심한 뇌병변장애를 운명처럼 가지게 되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대학 1기로 공부했으며,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에 출강한 바도 있다. 지금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모바일‧가전을 포함한 장애인 접근성, 보조공학 등 관련 기술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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