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을 했다. 환자 또는 중중장애인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병원에서 오히려 상처와 절망을 주고 있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어느 병원에서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들 정도다.

필자는지난 1월 29일 오른쪽 귀의 청력이 심하게 떨어지고 구토가 동반되는 심한 어지러운 증세로 80년 전통의 대형병원에 이비인후과 진료를 신청을 했다. 어지러움증 검사와 청력검사 결과 이석증의 증상이 보인다는 소견으로 관련 치료를 두 번이나 받아도 호전이 안 되고 심한 구토가 계속 동반이 되자 담당의사는 뇌부분의 MRI검사가 필요하다고 하여 입원을 하게 되었다.

다음날 오전 MRI를 1시간 이상 촬영하였고, 이후 엉덩이에 욕창을 발견한 때는 다음날 아침이었다. 습관적으로 변기에 앉아 엉덩이를 손을 만져보았는데 아뿔싸 이전과는 다른 느낌에 깜짝 놀라 침대로 올라와 확인을 하니 손바닥만 하게 벌겋게 부어오르고 일부는 피부가 딱딱해진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MRI 촬영 시 바닥에 엉덩이를 보호할 것을 깔아 달라는 보호자의 요청을 무시한 채 가죽과 뼈밖에 없고, 감각기능이 없는 하반신 척수장애인을 방치하였으니 생기는 당연한 결과였다.

척수장애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다. 병원은 시스템이다. 아무리 훌륭한 의사가 있더라도 장비를 다루고 환자를 보살피는 모든 의료인들의 인식에 문제가 생기면 이런 사고는 언제라도 또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척수장애가 무엇인지 완전마비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상식이하의 처사에서 발생한 ‘인재’이고 ‘의료사고’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불상사만 아니면 나머지 치료는 통원으로도 가능했는데 욕창이 볼모가 되어 어떤 치료도 욕창 호전 이후로 보류가 되었으니 더욱 더 억울하고 통탄할 일이다.

병원의 부주의로 엉덩이 꼬리뼈 부분에 발생한 손바닥크기만한 욕창. ⓒ이찬우

이후 1월 31일 일요일 아침부터 2주 동안 엉덩이의 압력을 주지 않기 위해 엎드려서 지내야 하는 고행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밥도 엎드려서 먹고 소변처리를 위해 호스(폴리)도 끼우고 용변도 누워서 보아야 했다.

허리와 고관절이 굳은 척수장애인이 엎어 지낸다는 것은 엄청난 육체적 고통을 동반한다. 무릎과 가슴만으로 몸을 지탱해야하고 당연히 얼굴은 심하게 부어오르고 목과 어깨의 통증을 동반하게 되는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게 된다.

가끔 옆으로 누워 있을 때가 오히려 천국이지만 한 자세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또 다른 부위의 욕창의 염려가 있어 한 두 시간의 간격으로 몸의 체위를 계속 바꾸어 주어야 한다. 이는 당사자의 고통과 함께 보호자의 노고가 필요하게 된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계속 체위를 바꾸어 주고 수발을 들어야하기 때문이다.

육체적인 고통과 함께 설날 명절을 병원에서 지내야 하는 심적인 부담도 컸다. 집안의 장남으로써 할 도리도 못하고 고민하고 비밀로 하다 끝내 명절전날 가족들이 알게 되어 또 심려를 끼쳐드리는 존재가 되었다. 특히 팔순이 넘으신 어머님의 근심이 커졌다.

아내는 필자의 입원과 동시에 생업도 내려놓고 24시간 병실을 지키게 되어 이만저만 경제적인 손실도 커져 버렸다.

왜 이런 고통과 고행을 겪어야 하는지 생각할수록 분통이 치민다. 꼬리뼈가 있는 부분의 욕창은 척수장애가 된지 처음 발생하는 일이다. 28년 만에 말이다.

특히 회복이 느리고 재발이 잘 된다는 꼬리뼈의 욕창으로 고생하는 회원들을 많이 본 터라 더욱 더 신경을 썼는데... 환자를 보호해 주는 것을 전혀 의심치 않았던 병원에서 발생하였으니 그 배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미국자유시민연맹에서 선언한 환자의 법적권리에는 세심한 배려(특히 응급상황에서)를 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도 병원마다 게시하고 있는 ‘환자의 권리와 의무’에 의해 환자의 의무로서 자신의 건강정보를 정확히 의료인에게 알렸다(입원교육 시에도 하반신마비의 척수장애 1급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환자는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지만 그러지 못한 것이다. 환자에 대한 의무를 충실히 시행을 했으면 발생하면 안 되는 일인 것이다.

병원 관계자들은 척수장애에 대한 철저하고 반복된 교육을 통해 재발방지를 함과 동시에 장애인식에 대한 교육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할 것이다. 특히 중증장애인을 위한 검사시스템을 개선하여 장애유형에 맞는 검사방법도 연구하여야 한다.

작년 말에 제정된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에는 장애인의 건강검진확대, 의료접근성 개선, 주치의제도 등의 내용을 담고 있고 올해와 내년 동안 시행령, 시행규칙을 만들기 위한 대장정이 시작될 것이다.

여기에 의료관계자의 장애관련 교육도 의무화 하여야 한다. 의료관계자들이 학생 때부터 이러한 것들을 의무과목으로 지정하여 공부하고 시험에도 출제가 되어야 한다.

척수장애는 의료적으로 다른 장애와 다른 특별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척수장애가 유형분리가 되어 전문적으로 척수에 대한 세분화된 맞춤형의 의료서비스가 동반되기를 희망한다.

필자는 아직도 병원에 입원 중이다.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척수장애인들이 욕창에 대한 트라우마로 사회활동이 위축되지 않기를 바란다.

필자와 같이 말도 안 되는 경우가 대한민국의 그 어느 병원에서도 절대로, 절대로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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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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