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생각으로 ‘법(法)이란 사람들이 일상 또는 사회생활 전반을 영위(營爲)해 나가는데 있어서 최소한 지켜야 하는 도리(道理) 또는 규칙(規則)이라 생각한다.

요사이 최고의 복지(福祉)라 일컬어지는 일자리, 특히 장애인의 직업생활 전반과 관련된 직업재활(職業再活)의 관점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한다(법 제4조 제1항 3호).

이렇게 규정된 편의제공의무는 어떠한 인적 속성을 이유로 불이익하게 대우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차별과 달리 의무의 담지자에게 장애인에 대하여 편의제공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당한 편의제공의무의 불이행을 차별로 보는 것은 좀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합리적 편의제공의무를 포함한 인적 속성을 이유로 한 차별의 금지는 인권(人權)의 영역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것으로, 인권의 관점에서 볼 때, 인적(人的) 속성(屬性)을 이유로 해서 차별을 받았을 때는, 국가인권위원회에로의 진정을 통해서 그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인적속성의 차별금지는 헌법상의 평등권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면에서 평등과 관련된 인권의 영역으로 주장된다. 지난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기 오래전부터 장애인을 위한 고용 지원제도는 존재했다.

1991년에 장애인고용촉진법으로 제정되고, 2000년에 지금의 이름으로 개정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은 장애인의무고용제(제28조)와 고용부담금(제33조)뿐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직업능력개발훈련(제12조), 지원고용제(제13조), 보호고용제(제14조), 취업 후 적응지도(제18조), 근로지원인 서비스 제공(제19조의2), 장애인 고용에 드는 비용 등에 대한 지원(제21조), 장애인고용장려금의 지급(제30조) 등의 고용지원제도를 설정하고 있다.

이 제도는 장애인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사용자에게 특정의 의무를 부담하게 하거나 사용자의 장애인 고용에 대해 국가가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고용지원제도는 장애인을 위한 사회보장법제의 일환으로서 다루어지고 있는데, 실무적으로는 고용노동부를 주무부서로 하여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장애인고용촉진 및 재활촉진법상의 각종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규범적으로는 장애인고용지원과 관련된 쟁점은 근로권(제32조) 혹은 인간다운 생활권(제34조)의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는데, 합리적 편의제공의무와 장애인 고용지원제도는 근거하는 규범과 법체계상의 편제 그리고 실무상의 집행기구와 방법에서 확연히 구별된다.

이런 점에서 양자는 별개의 제도라고 볼 수 있으나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고용 상 합리적 편의제공 의무의 내용으로 시설·장비의 설치 및 개조, 훈련제공 또는 훈련에 있어 편의제공 등을 규정하고 있다(제11조).

그런데 편의제공의무의 내용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국가가 사업주를 지원하는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상 직업능력개발훈련(제12조), 장애인근로지원서비스(제19조의2), 장애인 고용 사업주에 대한 시설과 장비의 구입·설치·수리 등에 드는 비용의 지원(제21조)에 관한 내용 등이 있다.

양자가 내용상으로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을 때 서로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가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거시적(巨視的)으로 보면 장애인의 고용과 관련하여 국가와 사용자는 어떻게 부담을 분담하여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또한 법의 집행과 해석의 면에 있어 사용자가 정당한 편의제공을 하였는지를 판단할 때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국가의 지원을 고려해야 하는지, 더 나아가 고려해야 한다면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된다.

혹은 양자의 관계는 좀 더 적극적으로 양자 모두의 실효성을 높여 장애인의 고용과 사회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양자를 유기적이고, 통일적으로 연계해서 봐야할 필요가 없는지의 문제로 제기될 수 있다.

좀 더 범위를 넓혀 생각해 보면, 장애인에 대한 합리적 편의제공의무는 고용 이외에도 교육, 재화와 용역의 제공 등 다른 사회영역에서도 존재하는데 교육, 재화와 용역의 제공 등과 관련하여 국가가 장애인을 위한 복지정책을 갖고 있다.

따라서 다른 영역 예를 들어 교육에서도 합리적 편의제공의무와 교육 관련 정부의 지원정책의 관계가 탐구될 수 있을 것이며, 장애인 보조공학 분야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선진 외국의 사례를 잠시 살펴보면, 미국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고용분야에서 합리적 편의제공과 관련하여 합리적 편의제공이 “(A) 근로자들이 이용하는 기존시설에 장애인이 쉽게 접근·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 (B) 업무조정, 단시간 근무나 작업일정의 조정, 공석으로의 재배치, 설비·장비의 획득·개조, 시험평가·교육훈련 교재 또는 정책의 적절한 조정·변경, 자격이 있는 낭독자나 통역자의 제공, 기타 이와 유사한 장애인을 위한 편의를 포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B)에서 여러 다른 조치의 가능성을 열어놓아 (A), (B) 이외에도 다른 편의조정이 가능하다는 방식으로 하여 예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s. 101(9), ADA of 1990).

영국의 경우는 이미 오래 전인 1944년에 장애인(고용) 법(the Disabled Persons (Employment) Act 1944)에서 장애인의 고용을 일정비율로 할당하는 제도를 도입하였으며, 1995년에 장애인차별금지법(the Disability Discrimination Act 1995)을 제정하여 ‘장애인(근로자)을 위한 합리적 편의제공’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후 2010년 평등법(Equality Act 2010)에서 ‘합리적 편의제공의무’와 관련 세 가지 형태로 구성하고 있다(s. 20).

첫 번째 형태는 해당 주체에 대한 규정, 기준 혹은 관행이 관련 문제에서 비장애인과 비교해서 장애인을 상당한 불이익에 처하게 하는 경우에 해당 주체가 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두 번째 형태는 물리적 형태가 관련 문제에서 비장애인과 비교해서 장애인을 상당한 불이익에 처하게 하는 경우에 그러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셋째로 보조기기의 도입이 없는 경우 관련 문제에서 비장애인과 비교해서 장애인이 상당한 불이익에 처해지는 경우에 그 장치를 제공하기 위하여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

첫 번째 혹은 세 번째 형태가 정보의 제공과 관련되는 경우에 해당주체가 합리적인 조치로 접근 가능한 형식으로 정보가 제공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2010년 평등법은 이 세 가지 형태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인 편의제공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해당 주체가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은 해당 주체가 관련되는 사람을 차별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s. 21).

2010년 평등법에서 물리적 형태란 (a)건물의 설계나 건축으로부터 발생하는 형태, (b) 건물에 대한 접근과 이용 그리고 출구의 형태, (c)건물의 고정물, 부품, 가구, 재료, 설비 혹은 다른 물품 (d)다른 물리적 요소나 질(quality)을 말한다(s. 20(10)).

또한 물리적 형태에 의해 야기된 상당한 불이익을 피하는 것은 물리적 형태를 제거하는 것 혹은 그것을 변경하는 것 혹은 그것을 피하는 합리적인 수단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s. 20(9)).

2010년 평등법은 이와 같은 일반적인 합리적인 편의제공의무에 대해 규정하고, 다시 각 분야에서 이 의무를 구체적으로 다시 규정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특히, 고용분야에서는 일반적인 합리적 편의제공 의무의 세 형태가 모두 적용된다(부칙 8, s.2(1)).

고용분야는 채용과정, 그리고 직업훈련 및 소개·알선기관, 노무용역(contract work) 등을 포함하여 상당히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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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의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출생 시 의료사고로 심한 뇌병변장애를 운명처럼 가지게 되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대학 1기로 공부했으며,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에 출강한 바도 있다. 지금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모바일‧가전을 포함한 장애인 접근성, 보조공학 등 관련 기술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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