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 해 동안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설레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도전이 되는 것이라 어떤 내용을 쓸까 고민했다. 그 때 나에게 있는 장애,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소개하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 내면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간략하게나마 첫 칼럼에서 얘기하고자 한다.

나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44세의 남성이다. 건강백과사전에서는 이 장애가 사회적으로 주고받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고, 같은 양상을 반복하는 상동적인 증세를 보이며, 관심분야가 한정되어 있고, 언어발달의 늦어짐은 나타나지 않는 장애라고 되어 있다.

이 장애로 인해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농담, 장난, 진담 등을 잘 구분하지 못해 아이들에게 놀림을 많이 당했다. 또한 뭔가를 배우고 나서 내가 이해하는 것이 맞나 확인하는 과정에서 말을 반복해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하기 힘들어 했다.

그리고 나는 관심 있는 분야는 얘기하기 좋아하는데, 어렸을 때는 그것이 너무 심했다. 관심분야도 한정되어 있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공감하는 것이 많이 부족해 아이들이 보기에는 내가 건방지고 잘난척하는 애로 보여 나를 괴롭혔다.

이외에도 어렸을 때는 사람들과의 눈맞춤이 되지 않아 상호작용이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눈을 너무 많이 쳐다보아 사람들이 힘들어 해 조심하고 있다. 쉬운 말을 어려운 말로 표현(아스퍼거 장애의 한 특징)하는 내 자신의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이런 것들로 인해 내 가족이나 내가 다녔던 학교, 직장에서 나를 만났던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 했고 나 또한 힘들었다. 지금도 이런 것들이 내 삶에서 나타나는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나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며 내가 세상에서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나를 많이 지원해주었다.

가족 중에서는 어머니와 누나들이 그랬다. 어머니는 7살 때부터 말을 시작한 나에게 내가 놀림감이 되지 않도록 말을 조리 있게 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됐다는 생각이 들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늘 감사하다.

누나들은 내가 힘들 때 조언을 하며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을 알려주었다.때로는 그 조언이 힘들 때도 있었고 내 자신이 고집을 부리기도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감사하다.지금도 힘든 마음이 있거나 자신감이 떨어질 때 누나들과 잠시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낸다.

내가 근무했던 직장. ⓒ 이원무

그리고 내가 다녔던 직장에서는 소장님을 비롯해 같이 일했던 직장동료들,내가 만났던 발달장애인들이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직원들은 나의 장애에 대해 많이 이해하려고 애썼고, 내가 힘든 마음이 있을 때 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어 좋았다.

하지만 장애가 있다고 무조건 이해받는 것은 아니었다. 말을 반복하는 회수가 많아져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때는 소장님이나 팀장님에게 혼났다. 지금은 말을 반복하는 것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노력이 더 필요함을 느낀다. 이런 시간들을 통해 나의 권리만큼 다른 사람의 권리도 소중함을 몸소 배우게 되었다.

또한 직장에서 만난 발달장애인들과는 알기 쉬운 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모임에서 친분을 쌓아갔다.

권리협약과 장차법에 있는 어려운 말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발달장애인이 있으면 다른 발달장애인들이 쉽게 설명하려 애쓰며 어려운 조문들을 알기 쉽게 바꾸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

당시의 그런 모습들은 함께 함의 위대함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알게 해주어 더 없이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이런 함께 함의 위대함이 결국 알기 쉬운 장애인권리협약과 장차법이 만들어지게 된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교회에서 사귀는 친구들도 나의 어려움과 장애에 대해 얘기하면 경청하며 같이 기도해주고, 때로는 나에게 다른 사람들의 관심사에 관심을 가지라는 등의 조언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나만의 관심사를 너무 지나치게 얘기한다 싶으면 요즘에는 '그만!'이라는 신호를 나 자신에게 자주 보낸다. 그리고 친구들이 어려움이 발생한 얘기를 들으면 나도 같이 기도하고 싶고, 기도하기도 한다.

이런 고마운 이들이 있기에 40여년 동안 힘든 삶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잘 버텨오지 않았나 싶다.

40여년 동안의 인생을 돌이켜 다시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내가 잘 나서 이 세상을 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힘든 순간들을 겪으며 알게 된 것은 함께 하는 것이 좋고 위대하다는 것이다.

내가 혼자 여행할 수 있게 된 것, 영어회화를 조금이나마 할 수 있게 된 것 등도 누군가의 지원과 독려가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권리협약 NGO보고서를 쓰고 발달장애인의 인권현실을 알리기 위해 제네바에 가서 발표했던 것도 소장님과 팀장님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다.

물론 나에게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많기는 하지만 이런 경험들을 겪어보고 생각하다 보면 혼자보다는 함께 함이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런 경험을 담아 나의 칼럼주제를 '함께여서 좋아'로 정했다.

2014년 9월 17일, 제12차 장애인권리위원회 회의에서 우리나라 정부의 장애인권리협약 국가심의 전 사이드이벤트 때 대한민국 장애인의 고용 및 소득보장 현실에 대해 필자가 발표하는 모습 ⓒ 유엔인권정책센터,NGO보고서연대

앞으로 나는 직장이나 가정에서 발달장애인으로서 겪은 삶의 일부를 같이 공유하고, 연구소에서 배웠던 발달장애인의 알 권리와 장애 이해 등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나누고 싶다.

그래서 발달장애에 대해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이나마 좋아지는데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앞으로 많이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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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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