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홈에서 개최 된 수료식 장면. 수료생과 코치와 가족이 참여하여 일상으로의 삶을 축하해 주었다. ⓒ이찬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한국척수장애인협회에서 시행중인 ‘일상홈’사업이 2차 년도를 맞이하여 첫 수료자를 배출하였다. ‘Back to the community'라는 주제로 중도장애인 척수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사업이다.

척수손상을 입은 초기 환자들 사이에 기본적으로 2년 이상의 병원생활이 불문율이 되었다는 씁쓸한 이야기를 들었다. 병의 완치를 위해 장기적으로 입원치료 하는 것이야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별다른 의미 없이 병원에서 시간을 죽이는 일은 당사자나 그 가족에게도 두고두고 후회를 낳는다.

주변의 척수장애인들이 후회하는 것들 중에 하나가 무의미한 병원생활이이었다라고 한다. ‘무의미한’의 의미는 무엇일까? 막연한 기대감으로 손상이전의 완전한 상태로 걸어 나가는 것이라는 극히 무지한 기대감, 어떻게 되겠지 하는 무책임감이 대부분일 것이다.

또한 산재나 교통사고 등의 보상 문제로 시간을 끌다가 중요한 재활의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이 있고, 막상 퇴원을 하려해도 주택문제, 경제적인 문제 등의 현실적인 문제에 발목을 잡혀 병원에 안주하게 하기도 한다.

결국 생산적이지 않은 병원생활은 능동적인 주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동적인 존재를 만들게 한다. 환자라는 브랜드가 무엇을 해도 이해하게 만들고 방관토록 하고 감싸주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약한 존재로 만들게 된다.

이는 사회복귀프로그램의 활성화라는 제도적인 문제로 간단하게 해결이 가능하다. 치료에만 의존하는 무의미한 병원생활이 아니라 사회로 나가기 위한 전초기지의 역할이 정작 우리 척수장애인에게는 필요하다.

다양한 경험을 하게하고 위험요소에 대한 모의훈련도 필요하고 가족을 위한 다양한 교육도 빠져서는 안 된다. 병원기반의 사회복귀프로그램은 물론 척수협회에서 하는 사업처럼 지역사회에서의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협회에서 운영하는 일상홈은 신도림동의 한 아파트에 위치하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에 특별한 설비 없이(현관, 화장실 등 접근성이 용이하도록 최소한의 시설만 하였음) 지역사회 안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4주의 기본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기간 동안 훈련당사자의 자존감과 자신감의 상승은 상상을 초월한다.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하게 만드는 일이 변화를 주도한다.

생활 체력을 기르는 기초훈련부터 식사준비, 청소, 세탁 등의 일생생활 이외에 문화활동을 선택하고 운전계획, 스포츠 활동, 학업·취업 계획 등을 전적으로 준비하고 실행한다. 척수장애인 당사자들로 구성된 일상코치들은 그저 옆에서 지지하고 지켜본다.

이런 자기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삶이 일상적인 삶이다. 특별한 기구를 이용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손상과 장기입원으로 인한 소심하고 나약한 수동적인 삶의 틀을 깨고 손상이전의 일상의 삶을 되찾게 도와주는 것이 사회복귀 프로그램이다.

더 이상 환자가 아니라 당당한 장애인이 되고 예상되는 어려움을 지혜롭게 이겨낼 수 있는 경험과 주변의 도움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갖게 하고 이 정도는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이번에 수료한 한 여성척수장애인은 미술을 전공하고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 유학까지 다녀온 인재인데 교통사고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이 되었고 3년 동안의 병원 생활의 기억은 온통 무기력과 부정적인 생각뿐이었다고 한다. 일상홈에 입소한 한 달 동안 그녀는 과거의 당당함을 회복했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준비하고 대학원 진학을 위한 상담까지 마쳤다.

척수염으로 하지마비가 된 또 한명의 여성 척수장애인은 전직 유치원교사였으며 일상홈 훈련이후 휠체어를 탄 특수교사를 꿈꾸게 되었으며 당장이라도 사회활동이 가능할 정도의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조만간 휠체어를 탄 여성 큐레이터, 휠체어를 탄 유치원 교사를 볼 것을 기대한다.

초기의 집중적인 지원이 한 장애인의 일생을 좌우한다. 중증장애인에게 삶의 의미를 찾게 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이런 사회복귀 훈련은 제도적으로 정착이 되어야 한다. 열심히 사는 장애인을 만드는 것 또한 최고의 복지가 아니겠는가?

자기주도적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인 장애인을 지향하는 일상홈 사회복귀프로그램은 단연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사업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