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요리가 대세이다. 요리하는 남자를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라고 칭한다. TV 채널을 돌릴 때마다 요리프로그램 일색이다.

유명요리사가 나온 요리방송이후에는 관련 식자재가 동이 나기도 한단다. 요리책과 요리관련 제품들이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

요리를 한다는 것은 소통의 일환이기도 하고 나눔의 방법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위해서 요리를 한다는 것은 관계개선에도 특별한 촉매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우리 척수장애인들은 요리하는 즐거움을 알까 살짝 고민이 된다. 휠체어를 타야 하는 특성상 좁은 주방에서 휠체어와 맞지 않는 싱크대 앞에서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민폐일 경우도 있다.

뜨거운 화기와 뜨거운 물을 조심하고 피해 주는 것이 오히려 도와주는 것이라는 것을 눈치로 알게 되고, 이런 핑계로 척수장애인을 주방으로부터 멀리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라면하나라도 끓여 먹을 줄 알아야 비상시에 요긴한데...

요리는 못하니 설거지라도 도와주려고 하면 휠체어에 앉은 채 몸통이 비틀어진 자세로 하기도 쉽지 않다. 이럴 때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도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의 편의시설을 생각하게 한다.

한때 상하로 움직이는 싱크대(주방가구)와 개수대의 밑 부분에 휠체어가 들어가도록 개조된 주방가구가 출시된 적이 있었는데 고가의 가격대 때문에 전시품으로만 전락을 하기도 했었다.

최근에 동국대학교 산업시스템 공학과 학생들이 휠체어 사용자들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싱크대를 만들기 위해 설문조사를 요청하는 것이 기특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외국의 경우에는 유명 회사에서 휠체어 사용 장애인에게 적합한 다양한 주방기구들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의 다양한 신체의 조건을 위해 사용되어질 것이다. 특히 노령화사회에서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런 제품들이 수요가 없어서 비쌀 수밖에 없다는 귀에 박힌 경제적 논리대신에 모든 계층의 당연한 행복을 찾아주도록 착한 적자를 감내할 수 있는 기업 등에서 저렴하고 튼튼한 제품들을 생산하기를 바란다. 정부는 이런 기업이 있다면 기꺼이 다양한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외국에서 제작된 휠체어사용 장애인도 편리하게 사용 가능한 주방가구(높낮이도 가능하고 아래 부분이 오픈되어 있다). ⓒ이찬우

또한 다양한 장애의 유형에 맞도록 다양한 주방기기들의 개발과 보급도 필요하다. 가스불의 위험 때문에 인덕션 렌지라는 것이 출품되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세라믹 칼도 안전하게 요리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 유니버설디자인의 주방기구들이 활발히 보급되어 사용되어지기를 바란다.

장애인들도 해 주는 음식만 먹는 역할이 아니라 직접 음식을 만들어서 제공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의식주 가운데 식(먹는 것)도 중요하다. 먹고 싶은 것을 요리해 먹는 것도 자기결정권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요리하는 즐거움과 나누는 기쁨을 통해 장애인과 그 가족, 그리고 주변에 있는 지인들과의 관계성도 향상되는 선순환이 작은 실천을 통해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사소한 것 일수록 불편함이 없는 세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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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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