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대체의사소통(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AAC)이란 독립적으로 말이나 글을 사용하여 의사소통 할 수 없는 사람들의 문제를 감소시키고, 언어능력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구어) 이외의 여러 형태의 의사소통 방법을 말한다.

말의 발달이 늦거나 조음의 문제가 있는 아동의 말을 보완(augment)하여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 상호작용을 보충·향상·지원하거나 성대 수술이나 조음기관의 마비로 인해 발음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말 대신에 의사소통 도구 등 다른 대체적인(alternative) 방법을 통합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포함한다.

말하기와 쓰기에 심한 장애를 보이는 사람들의 장애를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보완해 주는 임상치료 행위의 한 영역으로, 의사소통을 지원해 주고, 향상시킬 수 있도록 개인의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상징(symbol), 보조도구(aids), 전략(strategies), 기법(techniques) 등에 관한 총체적인 접근방법이다.

상징이란 실제 사물, 제스처, 수화, 사진, 그림, 표의문자, 낱말, 점자 등을 말하며, 보조도구란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받는데 사용되는 의사소통 책, 의사소통판(board), 음성출력도구 등을 의미한다.

전략은 의사소통 기술을 신장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말하며, 테크닉이란 의사소통 도구나 상징을 이용하여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직접 선택하기, 눈 응시, 스캐닝 방법 등을 말한다.

의사소통수단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가진 AAC의 필요성은 지난 2007년에 재정 시행중인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나 「장애인 복지법」의 개정 이후에 제정 된 「장애인 연금법」이나 「장애인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더 이상 장애인을 보호와 격리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참여와 활동이 가능하도록 사회·경제적 지원을 강화하라는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시대적 흐름과 이에 따른 요구에 더불어 장애인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향상시키고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가능케 하는 ‘장애인 보조기구’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필요성과 욕구를 반영하여 최근 중앙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민간 등 다양한 단체에서 보조기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기관을 설립하거나 운영하게 되고, 국회에서는 관련법률 제정을 추진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보조공학 관련 전문기관의 현황을 살펴보면, 2004년 국내 최초로 전문적인 보조공학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소한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를 시작으로 2009년에는 보건복지부 장애인보조기구사례관리 시범사업이 실시되면서 국립재활원에 중앙보조기구센터가 설치되었으며, 2010년부터 각 지방 자치단체에 광역 보조기구센터를 차례로 설치하게 되어 올해 3월 현재 전국에 9개의 보건복지부 장애인보조기구센터가 설치되어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 보조기구센터 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대학교, 장애인복지관,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등에서 다수의 보조공학센터를 자체적으로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지어 보조기구 관련 수요와 욕구의 증가와 함께 국내 보조기구 지원과 관련된 예산도 지속적으로 증가되고 있어 근래 각종 공적급여에 의해 집행되는 보조기구 지원예산의 총 규모는 대략 1,500억원 이상 수준으로 추계되고 있다.

최근에는 공적급여 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도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다양한 영역의 보조기구 지원 사업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양적 규모로만 보면, 보조공학 분야가 비약적인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내용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보조공학 영역의 하나인 보완대체의사소통(이하 AAC) 분야는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으며, 그 필요성 또한 많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으며, 관련 연구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국내의 척박한 토대에서 관련 학계와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국내 최초의 AAC 학회인 한국보완대체의사소통학회가 2013년 3월에 창립된 바 있다.

관련 학회의 창립으로 특수교육, 언어치료, 재활공학, 공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AAC를 연구·개발하고, 임상효과를 논의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마련되어 앞으로 국내의 AAC 분야 발전에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국내 AAC 분야의 선행 연구를 살펴보면 AAC 기구 적용의 중재효과 또는 AAC 제품 개발과 관련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AAC 사용의 효과와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다양한 제품들이 개발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지만 AAC의 임상적용은 AAC에 관심이 있는 소수의 관련 전문가들에 의해서 이루어질 뿐 실제적인 이용자인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대다수의 장애인들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적재적소에 이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AAC 관련 요구사항 및 의견 등이 실제 AAC 관련 기기나 서비스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를 자주 접하곤 한다.

또한 관련 학계, 연구기관, 개발업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AAC 기기의 개발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이러한 AAC 기구들을 수요자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에 관한 국내의 연구는 전무한 상황이다.

국내 AAC 관련 법률에 대해 살펴보면 먼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약칭: 특수교육법)’은 「교육기본법」 제 18조에 따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및 특별한 교육적 요구가 있는 사람에게 통합된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생애주기에 따라 장애유형·장애정도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을 실시하여 이들이 자아실현과 사회통합을 하는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써 특수교육 대상자의 선정에서도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적장애, 지체장애, 정서·행동장애 등과 함께 의사소통장애를 포함시키고 있다.

제16조 2항에서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배치된 특수교육대상자의 성별, 연령, 장애의 유형·정도 및 교육활동 등에 맞도록 정보 접근을 위한 기기, 의사소통을 위한 보완·대체기구 등의 교재·교구를 갖추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다른 각항에서도 특수교육대상자의 의사소통을 위한 정당한 편의 제공을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약칭 :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 제11조(정당한 편의제공 의무)에서 ‘화면낭독·확대 프로그램, 무지점자단말기, 확대 독서기, 인쇄물음성변환출력기 등 장애인보조기구의 설치·운영을 명시’하고 있다.

제14조(정당한 편의제공 의무)에서는 ‘장애로 인한 학습 참여의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확대 독서기, 보청기기, 높낮이 조절용 책상, 각종 보완·대체 의사소통 도구 등의 대여 및 보조견의 배치나 휠체어의 접근을 위한 여유 공간 확보’를 명시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발달장애인법)’은 발달장애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여 그들의 생애주기에 따른 특성 및 복지 욕구에 적합한 지원과 권리옹호 등이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발달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촉진하고, 권리를 보호하며, 인간다운 삶의 영위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써 제10조(의사소통지원) 제2항에서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의사를 원활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학습에 필요한 의사소통도구를 개발하고 의사소통지원 전문 인력을 양성하여 발달장애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고, 제4항에서도 ‘의사소통도구의 개발·교육 및 전문 인력 양성에 필요성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가정보화 기본법 제34조(정보통신제품의 지원)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 한국정보화진흥원, 지방자치단체에서 신체적·경제적으로 정보통신에 대한 접근과 활용이 어려운 장애인을 대상으로 정보화를 통한 사회 통합을 유도하고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보통신 보조기기(화면 낭독 S/W, 독서확대기, 점자정보단말기, 컴퓨터 입력 보조기구, 의사소통 보조기기, 언어훈련 S/W 등) 구입비용을 80%(개인부담금 20%,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은 개인부담금의 50% 추가 지원)를 지원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77개의 정보통신 관련 보조기구들이 지원되고 있는데 AAC 보조기구는 4개 품목, 언어훈련 S/W는 5개 품목이 지원되고 있다.

지원되는 AAC 보조기구는 태블릿 PC에 AAC 관련 소프트웨어가 포함되어 있는 형태의 하이테크놀로지(High Technology) 보조기구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재보급 기간은 4년으로 제한되어 있다.

정보통신 보조기구 지원 사업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사업 수행 기관이지만 AAC 혹은 보조공학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지원 제품의 교부 업무만 수행할 뿐 사용자를 위한 평가나 상담, 교육, 훈련, 사후지원과 같은 체계적인 중재 서비스는 제고하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장애인의 고용촉진과 안정적인 직업생활이 가능하도록 근로 장애인 및 구직을 희망하는 장애인에게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 가능한 보조공학기기는 정보접근제품(95개), 작업기구제품(62개), 의사소통제품(35개), 사무보조제품(8개), 차량용 보조공학기기(3개)로 총 203개 제품이 지원 가능하다.

AAC 관련 지원품목은 4개로 근로 장애인 및 구직을 희망하는 장애인에게 한해서 전액 무상으로 지원되고 있으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보조공학기기 지원사업의 AAC 기구 지원 또한 교육, 훈련, 사후지원 같은 체계적인 중재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고 단순히 기구의 보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품목의 보조기구들의 특성과 다르게 AAC 기구는 단순히 기구만 지원해서는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관련 전문가인 특수교사, 언어치료사, 보조공학사, 부모, 제품 기술자 등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중재를 실시하였을 때 비로소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와 같이 관련 전문 인력의 개입 없이 정부가 사용자에게 단순히 기기의 보급만 제공한다면 AAC 활용이 극히 제한적이며 그 효과 또한 미비할 것이다,

비장애인들에게도 의사소통이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고려할 때 장애인들의 AAC 사용 또한 제한적인 상황이나 특정한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 장애인들의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자연스럽게 사용될 수 있도록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단순 기기 보급 중심의 사업에서 탈피하여 관련 전문가의 중재를 통한 AAC 서비스가 이루어져야하지만 국내 실정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AAC 전달체계와 서비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완대체의사소통 관련 보조(공학)기기와 서비스 전달체계의 효율성을 재고하기 위해 학령기에는 교육지원청, 근로기간인 청장년층에는 장애인고용공단, 그리고 유아기와 노령기에는 한국정보화진흥원 등으로 산재되어 있는 AAC 서비스 전달체계의 효율적인 관리와 운용을 위하여 통합된 전담부서가 필요하다. 또한 관련 보조기기의 개발과 보급을 위한 장애당사자, 부모, 학계와 업계를 아우르는 소통채널을 개설하여 AAC 관련 기기와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는 사용자의 의견이 기기와 서비스, 전달체계에 즉각적이며 효과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러 부처, 기관 및 단체로 분산되어 교부 및 서비스에 대한 중복제공과 구입, 교부 및 서비스제공에 대한 정확한 통계치도 부족한 상황인데 가칭 'AAC (보완대체의사소통) 관리 센터'등의 전담 부서에서 통합되고 체계화된 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AAC와 관련된 정확한 통계의 수집과 이를 바탕으로 한 미래에 대한 합리적인 수요예측 등의 AAC 전달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기존의 AAC의 주된 이용자로 간주되는 장애영역 이외에 뇌병변, 근육병 장애 등의 중복 복합 장애로 인한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겪는 장애인들에 대한 AAC 이용 욕구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와 이에 따른 장애유형별 전달체계와 맞춤 서비스 시스템 구축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웨덴, 미국처럼 영유아기에 AAC 적용대상자를 조기에 발굴하여 적극적으로 적용하여 그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AAC 적용대상 탐색 프로그램의 적용도 긍정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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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의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출생 시 의료사고로 심한 뇌병변장애를 운명처럼 가지게 되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대학 1기로 공부했으며,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에 출강한 바도 있다. 지금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모바일‧가전을 포함한 장애인 접근성, 보조공학 등 관련 기술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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