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비장애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질문해보십시오. “지금 당장 급한 문제가 뭡니까?” 라고. 아마 대부분 “대학 가는 것이요”, 그리고 “취업 하는 것이요”라고 답할 것입니다.

아쉽게도 발달장애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이 질문을 하면, 답할 것이 없습니다. 물론 의사표현 능력이 있는 발달장애 학생한테까지만 한정한다 해도 그렇습니다. 그들에게 고등학교 졸업식 다음날부터의 대책에 대한 답은 사실상 없거든요.

요즘은 운 좋게도 대학에 진학하는 발달장애학생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그들은 매우 운이 좋아야하며 극소수입니다. 공교롭게도 저도 그 문제의 극소수에 해당되지만요. 그리고 그들의 뒷이야기도 알 수 없습니다.

사실 저는 비장애인들과 같이 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저를 만나본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담당자들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 담당자는 한 회사에 저를 적극 추천했다고 합니다. 장애 수준은 경미하면서 일은 잘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말이죠. 그러나 아쉽게도 일자리 찾기가 어렵고, 장애인 공채를 해도 발달장애인에게 문을 열어주지는 않았습니다.

아는 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도 웃지도 못하고 슬프지도 못한 그런 일이었습니다. 명문대 공대를 나온 발달장애학생이 장애인작업장에서 일한다는 것입니다. 그 정도의 실력이면은 비장애인들과 같이 일해도 될 정도입니다.

대학을 나온 발달장애인도 결국은 장애인작업장에 있어야 하는 것이 약간은 비극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대학생활을 그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대학생활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저는 오히려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발달장애학생들에게 대학은 남의 집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취업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빨리 취업할 수 있도록 그 준비를 위한 직업교육마저도 그 준비 공간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투쟁 목표’가 되는 시대에 말입니다.

물론 발달장애학생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받아도 좋습니다. 더 넓은 공간에서 전공 강의와 교양 강의를 통해 지적 역량도 쌓고, 작게는 조별과제부터 크게는 학과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특성상 부족할 수밖에 없는 사회성을 보완할 수 있는 장이라는 것은 사실이고 제가 이것을 증명한 바가 있습니다.

제 생활과는 별도로, 발달장애학생들이 대학생활 이후는 그 무언가 힘든 것의 연속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은 비장애청년들도 일자리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언론을 통해 쉴새없이 접했습니다. 그렇다면 발달장애 청년들이 과연 일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요? 앞에서 말한 명문대 출신 발달장애인의 비극 아닌 비극은 근절될 수 있을까요?

이제 수능도 끝났고, 수시모집은 논술·면접시험 등을 남겨놓고 있으며, 곧 정시모집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수능 이후라는 단어는 교육 공백이 찾아오기 쉽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비장애학생들의 경우 수능 이후 고등학교 3학년 수업은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대체 프로그램이 있다고는 합니다만 일시적일뿐입니다.

발달장애 학생들은 더욱 더 소외됩니다. 사실 고등학교 단계에서 성인기 전환 준비를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바로 수능 이후입니다. 비장애학생들도 입시 부담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통합학급 교사와의 협력이나 진로 부서의 부담도 완화된 상황이니 고등학교가 제공할 수 있는 성인기 전환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와 연계할 수 있는 시점입니다. 해야 할 프로그램은 제가 오히려 여기서 쓰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만 쉽게 정리한다면 ‘성인으로서 사회에서 살아남기’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비장애학생들도 입시에 지친 나머지, 장애인의 성인기 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커녕 장애인과 통합하여 사회에서 살기에 대한 이해가 극히 부족해서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특수학급 선생님께 정식으로 장애인 이해교육 및 대학 내 장애학생 존재에 관한 교육을 해달라는 부탁을 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즉, 유명한 책 제목을 패러디해서 이를 정리하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자의 고 3 마지막’ 쯤 되겠네요.

물론 대학에 가지 않는 발달장애학생들의 수가 더 많겠지요. 그리고 나사렛대학교 자립재활학부나 대구대학교 K-PACE 센터처럼 대학 과정에서 성인기 전환 교육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요즘은 옵션이 달라졌겠지만, 체계적인 성인기 전환 준비의 마지막이자 또 다른 시작을 앞둔 수능 이후 발달장애 고등학교 3학년의 삶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세상은 아무도 발달장애인이 뭐라고 하면서 성인기에 살아남기를 원하지 않는 느낌도 듭니다. 저도 다른 모습으로 그러한 느낌을 겪고 있습니다. 즉, 아무도 주목하지 않습니다.

수능은 끝났습니다. 그리고 세상으로 나아갈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발달장애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조금이라도 가르쳐주고, 그 뒤에도 계속 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때여야 할 것입니다. 비장애학생들도 입시 같은 문제만큼이나 관심을 가져줘야 할 것이고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자의 고3 마지막이 된다면, 그 발달장애인의 운명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 되고 말 것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것은 ‘낭비’입니다. 관심을 가져주어서 그 낭비를 없애야 할 것입니다. 발달장애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지금 우울한 모습에서, 또 쓸쓸한 모습으로 이러한 삶을 살고, 또 성인기 전환을 맞이하는 비극이 생기네요.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수능은 남의 집 이야기일 뿐입니다. 단지, 저는 그러한 비극이 늦게 터졌을 뿐이고요.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