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1일 열린 정대수씨의 일상홈 퇴소식 모집. ⓒ에이블뉴스DB

최근 들어 중도·중증장애인의 사회복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중도·중증장애인의 대표 격인 척수장애인들의 사회복귀 문제는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척수장애인은 장기간의 병원생활을 하지만 준비되지 않는 사회복귀로 퇴원 후에도 지역에 안착하지 못하고 또 다른 칩거를 하게 되는 안타까움이 존재한다.

그럼으로 인해 ‘세금내는 장애인’이 될 수 있음에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노동력은 사장이 되고 전적으로 국가의 복지혜택에 기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장애수용을 하지 못하는 개인적인 문제보다는 충분히 사회로 되돌아가기 어려운 이 사회에 문제가 있다. 말 그대로 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장애로 인해 척수장애인들의 장애가 고착화되고 장기화되어 가고 있다는 말이다.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불행(?)히 장애를 가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 사회에서 살아볼만하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사회복귀 훈련인데 현재의 재활시스템에는 제도화되지 않았다는 것이 커다란 문제이다.

국립재활원에는 사회복귀를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어서 병원기반의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고, 몇몇의 진보적인 민간재활병원에서도 실험적으로 시행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 보건복지부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연구용역을 하고 있다.

병원 안에서의 사회복귀프로그램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가’라는 것이 있어야 인원과 장비를 활용할 수 있는데 그러한 것들이 없으니 누구라도 뒷짐을 지고 있을 수밖에는 없다. 그러는 사이에 척수장애인 환자들은 오랜 기간을 아무런 목적없이 병원 안에서 방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이 답답하여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오래 전부터 이러한 훈련을 전문으로 하는 척수센터의 필요성을 역설하였고, 관련 자료 수집을 위해 선진국을 방문하여 현장을 견학하고 사회복귀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전파하고 있다.

2014년도에는 한국장애인재단의 지원으로 병원형 모델을 운영하였고, 올해부터 3년간 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총 16명의 훈련생을 수료시킨 결과 중도장애인들의 사회복귀훈련의 필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같은 진리로 다가오고 있다. 훈련을 받은 당사자들과 조력을 하고 있는 자문위원들도 일성으로 이 제도의 즉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척수장애인들을 위한 사회복귀 훈련을 하고 병원수가를 만들고 관련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과 함께 동시에 준비하여야 하는 것이 퇴원 후의 ‘주택의 접근성 문제’이다.

아무리 훈련을 시켜서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로 지역사회로 나가도 베이스캠프의 역할을 하게 될 주택의 접근성이 문제가 되면 원상태로 회귀하는 문제가 있다. 많은 척수장애인들이 장기간 병원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커다란 이유가 접근성이 충분한 주택이 준비되지 않아서의 이유도 있다.

올해 8명의 일상홈 훈련생 중에 7명이 주거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니 편리한 아파트로 이사가면 되잖아’라고 반문하실 분도 있지만 오랜 병원생활과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쉽사리 이주를 할 형편이 안 된다.

어떤 훈련생은 연립주택 3층에 사는데 외출 때마다 119 소방대원을 호출해야 하는 문제로 외부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일상홈에서 자유롭게 지내며 재활의지를 북돋았지만 집에 가면 현실은 도루묵이 된다.

다른 훈련생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하방 또는 연립주택 등의 열악한 접근성이 문제가 되고, 학교로 복학을 해야 하는 훈련생도 학교 기숙사의 문제가 발생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다시 지역사회에서의 칩거가 이루어지고 주택이 마련되지 않아 직업학교의 기숙사로 가서 또 다른 이산가족이 되는 상황도 벌어지고 또 다시 119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LH공사의 장애인주택을 신청하기도 하고 살고 있는 주택을 내 놓거나 해서 대체 주택을 찾도록 노력을 하지만 확실하게 결정되는 상당한 기간 동안 그간의 훈련이 물거품이 되는 안타까움이 있다.

사회복귀는 그 시기가 중요하다. 척수손상 후 가장 빠른 시기 안에 적시에 투입이 되어야 한다. 하지마비는 6개월, 사지마비는 1년 안에 시작되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원초기부터 퇴원 후의 주거에 대한 대책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장애인들은 새로운 주택을 이전을 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염려가 클 것이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주택개조사업과 집을 구할 때까지 임시주거를 위한 주택제공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사회복귀의 끈이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LH공사도 휠체어사용 장애인들을 위한 주택의 보급이 확대하여야 한다.

장애인들에게도 주택마련을 위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여 경제활동을 통해 갚아 나갈 수 있도록 근로의욕도 북돋아야 된다.

베이스캠프가 튼튼해야 정상도 정복할 수가 있다. 믿을 만한 베이스켐프를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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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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